건강

40대 중반의 직장인 김모 씨는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다. 지난 여름 폭염이 극성을 부릴 때 하루 종일 선풍기와 에어컨, 빙과류를 끼고 살다가 냉방병에 걸릴 정도였다. 업무효율도 크게 떨어져 상사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기도 했다. 최근 섭씨 2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올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자 미리 걱정부터 앞선다. 김씨는 과연, 올 여름 무더위를 무사히 잘 견디려면 어떻게 대비하는 것이 좋을까. 주위에서는 ‘보약을 먹어보라’고 권한다.

보약은 한 계절 앞에 먹어야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다. 사진은 박재상 삼대보인당한의원 원장.

‘보약은 봄과 가을에 먹으라’는 말이 있다. 이는 여름철 건강은 봄에, 겨울철 건강은 가을에 한 계절 앞서 복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한의학적 치료원리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다. ‘보양’은 원래 한의학의 8가지 치료법 중 하나다. 즉 인체의 허약한 부분을 보강, 질병을 예방하고 몸이 지닌 자연 치유력과 생명력을 높여주는 ‘보법(補法)’을 말한다.

실제 한방에서는 보법을 통해 자신의 약한 부분을 미리 보완해, 다가올 계절이나 환경변화에 미리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는 농부가 여름장마철이 오기 전인 봄철에 논밭의 물꼬를 미리 터놓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보약은 중추신경계통을 긴장시켜 사고력과 기억력을 좋게 하고, 근육의 활동능력을 높여 기운이 나게 한다는 것. 이와 함께 임파구 탐식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등 여러 병적인 요소들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여름철 무더위 이기려면 봄에 보약 먹어야

예를 들어 여름철 에어컨에 노출되면 감기를 자주 앓는 사람의 경우, 봄철에 심장기능과 소화기능을 보강해놓으면 무더위가 찾아와도 쉽게 견딜 수 있다는 것. 즉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해놓으면 여름철 에어컨 바람에 노출돼도 이겨내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원리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식이요법이나 운동요법, 약물요법 등이 있지요. 과식이나 자극성이 강한 음식은 피하고, 적당히 걸으면서 유산소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와 별도로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체질에 맞춰 보약을 미리 복용하면 한 여름 무더위에도 별 탈없이 지낼 수 있답니다. 그러나 과음이나 과식, 과로, 운동부족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심신이 지치고 이어 면역기능이 저하되면 반드시 질병을 얻게 되는 것이지요.” 삼대보인당한의원 박재상 원장의 말이다.

실제 여름철에 주로 발생하는 설사병이나 여름철 감기(냉방병), 헛땀, 열사병, 일사병 등은 대부분 과로로 체력이 저하됐거나 과식, 과음했을 때 발생한다. 따라서 김 씨처럼 여름철 무더위에 고생을 한 경우라면 봄부터 철저하게 건강관리를 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소화력 약할 땐 ‘보중익기탕’이 좋아

“보약처방은 추위를 많이 타고 소화력이 약한 환자의 경우 황기나 인삼 등으로 기운을 올려주고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보중익기탕’이 좋습니다. 잘만 복용하면 이열치열로 찬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탈이 나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진과 진맥을 통해 체질, 생활방식에 따라 처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반면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은 과다한 운동은 피하고 신선한 음식을 섭취하되 너무 찬 것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 신장기능을 도와주는 것이 급선무다. 보약으로는 구기자나 산수유, 숙지황 등의 약재로 달여 만든 ‘육미지황탕’을 권장했다.

이 외에도 몸이 마르고 약한 사람에게는 더위를 식히면서 기운을 돕는 ‘청서익기탕’이, 몸이 비만하거나 실한 사람에게는 내장의 속 열을 다스려 더위를 식혀주는 ‘당귀육황탕’ 등을 지금 복용하면 올 여름 무더위를 무사히 넘길 수 있다.

또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장인은 기구운동이나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을 체력에 맞게 꾸준히 하거나 따뜻한 물로 샤워를 자주 해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 박 원장은 이 경우 보약으로 인진이나 인삼, 오미자, 시호 등으로 간열을 없애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청간익기탕’이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험생 역시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짜증을 잘 내거나 집중도가 떨어질 경우 간기능을 보강, 두뇌에 영양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급하다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과 함께 보약을 복용하면 피로회복이 빨라 졸음도 달아난다. 특히 집중력이 좋아지면서 성적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

성격 급한 사람 홍삼 복용 자제를…

그러나 보양요법은 일반 치료법보다 의외로 까다롭다는 것이 한의사들 대부분의 의견이다. 아무리 좋은 약재를 사용했더라도 자칫 체질이나 질환에 맞지 않게 보약을 복용했다가는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최악의 경우 부작용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들이 간식처럼 먹는 홍삼의 경우 체질에 따른 처방이 필수다. 열이 많고 성격이 급한 사람이 홍삼을 지속적으로 먹으면 성격이 더 급해지고 열이 더 나게 돼 만성두통이나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약은 반드시 전문 한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올바른 복용법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자신의 소화 흡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처방 받아야 한다. 또 감기나 폐렴 등과 같은 급성감염성 질환 중에는 함부로 보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정신적 안정 상태에서 보약을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약을 먹는 기간에는 소화에 부담되는 음식과 술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어린이 보약처방 이렇게…

골격 성장에 도움·성조숙증 땐 ‘극히 주의’

주위를 돌아보면 6세 이전 어린이에게 녹용을 곁들인 보약을 먹이는 부모들이 많다.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물론 녹용에는 판토그린을 비롯해 칼슘과, 인, 많은 무기질이 들어 있어 피를 만드는 조혈작용을 돕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능을 높이는 것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특히 성조숙증을 겪고 있는 어린이의 경우 보약처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즉 녹용이나 구기자, 산수유 등 성호르몬을 자극할 수 있는 약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자칫 먹어서 나타나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키 한의원 박승만 원장은 “성장발육에 문제가 있는 어린아이의 경우 다양한 약재를 포함한 보약을 처방 받을 경우 골격 성장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근육골격성장에 도움이 되는 두충이나 우술(소 무릎 닮은 풀), 오가피 등을 활용한 보약을 처방할 경우 만족할만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