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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제품을 TV 홈쇼핑에서 볼 때와 배송 이후 찬찬히 살펴보면서 써봤을 때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또 처음엔 파격적인 디자인과 성능 때문에 눈길을 끌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싫어지는 제품이 있는 반면 사용할수록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파격적이지는 않지만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고 스트레스를 적게 줘 탈수록 마음에 드는 차가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국산 차종은 현대 쏘나타다. 현대차는 올해 4월부터 7세대 LF 쏘나타를 판매 중이다. 신형 쏘나타를 처음 타본 것은 지난 4월초. 그러나 당시에는 1시간 남짓 타봤을 뿐이어서 성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아쉬움을 풀기 위해 6개월이 지난 뒤 시승차를 요청, 3일 동안 500km를 주행했다.
찬찬히 살펴본 LF 쏘나타는 외관이 공격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기존 모델인 YF 쏘나타보다 한층 부드러워졌고 눈에 거슬리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신규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한 전면부, 정제된 선과 조형을 통해 모던함을 강조한 측면부, 볼륨감을 살린 리어 범퍼 디자인으로 깔끔해졌다. YF보다는 전전 모델인 NF 후속처럼 여겨질 정도였다.
크기는 YF보다 더 커지고, 넓어지고, 힘세졌다. 전장×전폭×전고는 4855×18 65×1475㎜로 30㎜ 길어지고 30㎜ 넓어졌으며 5㎜ 높아졌다. 길어진 휠베이스와 높아진 전고, 바닥에서 없어진 센터터널 덕분에 뒷좌석 공간이 여유로워졌다. 실내는 인간공학적 설계(HMI, Human-Machine Interface)를 적용했다. 수평적 레이아웃은 편안하면서도 넓은 시각적 효과를 발휘했다.
시승차는 2.0 CVVL 모델로 2255만~2860만원에 판매된다. 가솔린 누우 2.0 CVVL 엔진을 장착해 최고출력 168마력(ps), 최대토크 20.5kg.m의 힘을 발휘한다. 공인연비(자동변속기, 16/17인치 타이어 기준)는 12.1km/ℓ다. 중량은 146 0kg으로 기존 모델보다 45kg 무거워졌고 크기도 커졌지만 연비는 1.7% 향상됐다.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도심, 강변북로, 자유로, 경부고속도로, 서울외곽고속도로 등지를 3일 동안 500km 주행했다. 노멀, 스포츠, 에코의 3가지 주행모드 중 도심에서는 에코, 국도에서는 노멀, 고속도로에서는 스포츠를 주로 사용했다.
시승에 앞서 양손에 든 짐을 싣기 위해 뒤쪽으로 다가가자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렸다.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을 편의사양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트렁크 용량은 동급 최대인 462ℓ로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가 모두 들어갈 정도다.
시동을 걸자 엔진 소리가 가볍게 울렸다. 주차장과 골목길을 빠져나올 때 핸들이 가볍게 움직여 편안하게 좁고 회전 구간이 많은 곳에서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센터페시아는 운전자를 향해 4.5도 기울어져 운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에코와 노멀 모드를 번갈아 가며 도심과 국도를 주행할 때 연비는 15km/ℓ 정도 나왔다.
밤중에 도심에서 시속 60km 수준으로 달릴 때 앞에 달리던 버스 때문에 신호등이 바뀌는 것을 늦게 알아채고 급제동했다. 잘 멈췄다. 급제동 여파로 몸이 앞뒤로 흔들렸지만 안정적으로 섰다. 비상등은 자동으로 작동, 추돌 사고를 예방해줬다. 언덕길에서 신호에 걸려 차가 멈추고 다시 출발할 때는 뒤로 밀리는 불안감이 없었다.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AC) 덕분이다.
포장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에서도 진동은 적은 편이었다. 잔 진동을 억제해 승차감을 높이면서 탄탄하고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을 구현한 고응력 소재와 사이드로드 코일 스프링이 제 역할을 한 셈이다.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를 놓자 치고 나가는 힘이 강렬했다. 시속 140km 이하에서는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엔진 소리가 적은 편이었다. 정속 주행을 위해 크루즈컨트롤 버튼을 누르자 앞차와 추돌 위험이 생겼을 때 경보음이 울렸다. 연비는 13km/ℓ 정도 나왔다.
LF 쏘나타는 전반적으로 YF 쏘나타보다 운전 스트레스를 적게 줬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추는’ 차의 기본기가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30년 내공이 헛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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