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박춘근 윌스기념병원 의료원장

가을은 고등어의 계절이다. 동네 생선가게만 나가도 횟감을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물이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 겨울철 수온이 따듯한 남쪽 바다로 먼 길 떠나기 위해 영양분을 최대한 저장하기 때문이다. 실제 요즘 밥상에 올라온 고등어는 기름기가 자르르 흘러 보기만 해도 저절로 군침이 돌 정도라는 것. 지방함량이 최고조에 달하고 육질 또한 쫄깃해 먹는 재미가 더하다. 오죽했으면 ‘가을에 잡거나 수확한 고등어, 배는 며느리에게도 주지 않는다’는 속담이 나왔을까.

남자의 숨겨진 곡선 본능을 찾아라! 이번 주 ‘요리하는 남자’ 시리즈에 경기도 수원 윌스기념병원 박춘근 병원장이 출연했다. 충청도 조치원이 고향으로, 유난히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그가 초록색 수술복 대신 에이프런을 두른 것. 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이란다.

“마치 수술실에 들어가는 심정”이라는 그가 선보인 메인 요리는 요즘 한창 물이 오른 안동 간고등어 파스타. 안동의 대표음식이 주요 식재료로, 시큼하고 짜릿한 맛 때문에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메뉴다. 에피타이저로는 브로콜리 스프를 냈다.

안동 간고등어는 항구에서 내륙지방인 안동까지 수송하는 데 꼬박 이틀이 걸려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금으로 염장처리한 생선을 말한다. 특히 고등어가 상하기 직전에 나오는 효소와 소금이 만나 전혀 색다른 맛을 내는 과학적 원리를 경험으로 체득한 것.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식재료다.

박춘근 윌스기념병원장, 김유경 강사, 유인상 뉴고려병원장,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 이정구 인천 일신내과 원장,

김종춘 중앙창호 회장, 김강호 서울메디케어건강검진센터 대표원장(왼쪽부터)

의과대학 시절 공부하듯 레시피 술술

“보통 고등어는 조림이나 구이, 양념찜으로 요리해 먹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양념에 따라 맵거나 짤 수 있고, 가시를 일일이 발라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간고등어를 조금 더 간편하고 새롭게 먹을 수 있도록 파스타와 결합시킨 요리가 바로 안동 간고등어 파스타”라는 것이 박 병원장의 설명이다. 의과대학 시절 시험공부하듯 벼락치기로 외운 멘트다.

요리의 첫 번째 단계는 고등어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것. 이를 위해 서양의 허브 딜과 으깬 마늘을 고등어와 함께 지퍼백에 넣어 냉장보관야 한다. 24시간 정도 지나면 고등어의 잡내는 사라지고 딜의 깔끔한 허브향이 스며들어 한결 다루기 쉬워진다는 것. 이 단계까지는 김유경 강사의 도움을 받았다.

박 병원장의 본격적인 요리는 지퍼백에서 간고등어를 꺼내면서 시작됐다. 먼저 부억칼로 가시가 있는 양 옆구리와 꼬리, 지느러미를 제거한 후 순살만 발라 먹기 좋은 사이즈로 썰었다. 일주일에도 서너 차례 이뤄지는 척추수술 때문인지 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부엌칼의 경우 수술용 메스보다 100배 정도 크고, 수술장에 들어갈 때 필수적으로 착용하는 마이크로스코프가 없어 좀 어색하다” 며 외과의사와 요리사는 결국 칼솜씨로 승부를 가르는 직업 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차이니스 팬 마늘 뒤집을 땐 바짝 긴장

이어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어 반으로 잘라놓고, 올리브 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을 넣어 향을 낸 뒤 앤초비를 넣는다. 앤초비가 녹자 순살로 손질한 간고등어를 넣어 자연스럽게 간을 맞춘다. 그러나 차이니스 팬에서 한쪽면만 익은 마늘을 뒤집을 땐 다소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자칫 마늘이 쏟아질 것 같아 과감하게 뒤집지 못했다는 것. 소란스런 장면을 상상하니 아찔하다.

미리 슬라이스해 둔 블랙올리브와 통후추를 뿌리고 마지막으로 방울토마토를 넣어 마무리지었다. 방울토마토는 바로 익기 때문에 미리 넣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퍼질 수 있다는 것. 제법 익숙해진 탓인지 설명이 자연스럽다.

치킨스톡과 미리 삶아 둔 스파게티면을 넣은 뒤 치킨스톡이 졸아들 때까지 볶았다. 곧이어 파마산 치즈 가루와 파슬리를 넣어 식감을 살린다. 마지막으로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접시에 담아 내자 드디어 간고등어 파스타가 완성됐다.

간고등어에는 이미 소금간이 배어 있고, 올리브 오일 소스를 사용해 저염식, 저칼로리로 먹을 수 있다. 조리시간은 20분. 남자들도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요리를 직접 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그동안 먹는 행복을 가까이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 같군요. 앞으로는 일부러라도 좋고 맛있는 음식을 찾을 생각”이라는 것이 박 병원장의 결심이다.

이날 유인상 뉴고려병원 의료원장과 김강호 서울메디케어 대표원장, 양문술 부평세림병원장, 인천 일신내과 이정구 원장 등 6명의 게스트가 함께했다. 박 병원장을 응원하고 요리를 맛보기 위해서다. 행사가 끝나고 박수소리가 유난히 컸다. 다들 깔끔하게 접시에 담긴 요리와 와인을 곁들인 떠들썩한 분위기에 만족했기 때문이다.

박춘근 의료원장은… 

가톨릭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미국 뉴욕주립대 전임의를 거쳐 미국 MD앤더슨 연구원과 일본 홋카이도대, 오사카대 척추 정형외과 초청 교수를 역임했다. 2001년 동아일보 ‘한국 척추수술 10대 명의’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대한척추신기술학회 상임이사, 국제 디스크내 치료 학회 운영 위원을 맡고 있다.

윌스기념병원은 보건복지부 수술 실적 발표(대학병원 포함)에서 전국 톱3 병원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표한 국내 척추수술 톱10 병원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요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박 병원장은 단박에 “아내가 만들어준 홍어회와 무침”이라며 “사실 그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요리실력은 결코 하루아침에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바로 인정하는 것이 그의 또 다른 경쟁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