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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는 봄과 관련된 곡을 많이 작곡했다. 사진은 슈베르트와 슈베르트 가곡집이 담긴 앨범.

 

 

한해의 시작은 1월이지만 가끔 진정한 시작은 3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 같은 때, 이제는 누가 뭐래도 자신 있게 ‘봄’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3월에 들어서면 말이다. 물론 아직 일교차가 심하고 겨울옷을 집어넣어야 할지 고민되긴 하지만. 그래도 3월은 봄을 맞이하는 시작점이다.

 

일생이 겨울이었던 것만 같은 작곡가가 있다. 프란츠 슈베르트. 오늘날 ‘예술가곡의 황제’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며 위대한 음악가 반열에 올라 있지만, 생전에는 단 한 번도 주목 받지 못했다. 베토벤을 존경했고, 후대인이 사랑하는 주옥같은 가곡을 무수히 남겼지만 그는 말할 수 없이 가난했다. 생활은 늘 궁핍했고 밥을 먹는 날보다 굶는 날이 더 많았다. 슈베르트가 ‘사실상 굶어 죽었다’고 강조하는 학자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빈 시립중앙묘지 32-A’. 30살로 세상을 떠난 슈베르트가 잠들어 있는 구역이다. 생전 그토록 존경했고, 장례식에서 관을 운구하며 ‘죽어서 그의 곁에 묻히고 싶다’고 했던 베토벤이 그의 옆에 묻혀 있다. 모차르트의 기념비도 서 있고, 요한 슈트라우스 2세와 브람스도 함께 잠들어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지만.

 

겨우 30여년의 삶을 살다 갔지만 슈베르트에게도 분명 청춘이 있었을 것이고, 봄 또한 있었을 터. 그가 남긴 수많은 봄노래들, ‘봄에’ ‘봄의 찬가’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등이 이를 증명한다. 모두 슈베르트가 20대 시절 작곡했다.

 

- 내가 한 마리 새라면 그곳 목장의 언덕에서 머물 텐데 작은 나뭇가지들 위에. 그리고 노래할 텐데 그녀에 대한 달콤한 노래를 -

 

- 온 세상이 매일 점점 아름다워져 어떤 모습을 나타낼지 모르겠다. 끊임없이 꽃이 피어나고 멀리 깊은 골짜기에도 꽃이 피어난다. 가난한 마음이 고통을 잊는다. 모든 것이 새로워지리라 -

 

한 마리 새라면 그녀를 위한 달콤한 사랑 노래를 부르고, 매일 아름다워져 가는 세상 속에서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이란 믿음을 가졌던 20대 청년 슈베르트는 이렇게 노래했다. 슈베르트 가곡 특유의 미풍이 살랑거리는 듯 피아노의 선율에 얹힌 부드럽고 따스한 노래가 그대로 ‘봄의 향기’가 돼 마음을 흔든다. 그에게도 막 물오른 인디언그린 같은 파릇한 꿈이 있었고, 생생한 기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한편 가슴이 아파지면서.

 

그렇게 한때는 자기 인생의 봄날을 노래했던 그가 생의 마지막 앞에서는 그 ‘봄’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한다. 연가곡 ‘겨울 나그네’. 전체 24곡 중 제11곡인 ‘봄의 꿈’ 속에서 그는 실연의 슬픔 가운데 연인의 마을을 떠나 추운 겨울 여행길에 접어든 모습을 노래했다. 따스함이 펼쳐질 것만 같은 이 아름다운 봄날에 절망의 봄꿈을 꿨던 희대의 작곡가. 모쪼록 하늘에서는 안식하기를! 후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선율에서 위안받고 행복하니 그것으로 위로가 되길 바랄 뿐이다.

 

감상을 원한다면…

 

·CD

 

슈베르트 : 3대 가곡집, 피셔 디스카우, 무어, DG

 

슈베르트 : 25개의 가곡집, 보스트리지, 드레이크, EMI

 

 

 


 

 

최영옥 음악평론가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3.14기사입력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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