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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야말로 리더가 '의미 킬러'(meaning killer) 행동을 한 사례가 아닐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근 대한항공 조종사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댓글을 읽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의미 킬러는 직원들의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의미'를 죽이는 행동을 하는 리더를 뜻한다. 원래 인간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할 때 동기부여가 되는 법인데, 의미 킬러는 직원들이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조종사가 힘들다고? 개가 웃어요"라는 조 회장의 페이스북 댓글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조종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비행 업무가 별 의미가 없는 일로 치부된 느낌일 것이다.

 

조 회장은 조종사들의 업무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운항 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운행중 기상의 변화가 있어도 대한항공(KAL)은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가느냐 마느냐(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 파일럿(AUTO PILOT)으로 가는데,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죠. 과시가 심하네요. 개가 웃어요.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더버그 같은 소리를 하네요.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마세요." 지난 13일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절차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글을 올린 데 대한 조 회장의 반응이었다.

 


△대한항공 비행기 이미지. 출처=pixabay.com


조종사들은 이 댓글을 통해 최고 리더인 조 회장으로부터 어떤 메시지를 받았을까? "너희가 하는 일은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워. 그러니까, 별 의미가 없어. 하찮은 일이야"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이는 조종사들에게 보낼 수 있는 정반대의 메시지, 예를 들어 "수백 명 승객의 생명이 달린 중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주세요"라는 메시지와 비교하면 분명하게 드러난다. 어떤 조종사들은 '조종 일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하면, 개가 비웃을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것인가'라며 스스로를 자조할 것 같다. 조 회장 스스로가 직원들이 일에서 느끼는 의미와 가치를 파괴하는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물론 조 회장이 그런 '의도'를 갖고 댓글을 달았을 리는 천부당 만부당하다. 조 회장이 일부러 의미 킬러 행위를 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 직원들이 일할 의욕을 잃는다면, 그 손해는 리더인 조 회장에게 고스란히 돌아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의도(intention)'가 아니라 '임팩(impact)'이다. 리더가 아무리 선량한 의도를 갖고 행동을 하더라도, 그 행동이 직원들에게 나쁜 '임팩'을 준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부하 직원들은 리더의 행동이 옳고 그르냐를 판단할 때, 리더의 의도는 고려하지 않는다. 리더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임팩을 주었느냐를 기준으로 판단할 뿐이다. 조 회장이 어떤 의도로 댓글을 달았든 상관없이 조종사들이 일에서 느끼는 의미와 가치를 파괴하는 임팩을 낳았다면, '의미 킬러' 라고 봐야 한다.

 

사실, 어느 조직에서나 의미 킬러 리더들이 꼭 있기 마련이다. 선량한 리더마저 가끔 무의식적으로 그 같은 실수를 저지른다. 의미 킬러 행동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첫째, 자긍심 킬러 유형이다. 조 회장의 댓글이 이에 해당된다. 부하 직원들이 일에서 느끼는 자긍심을 파괴하는 경우다. 부하 직원에게 "뭐, 그깟 것 한다고, 그렇게 용을 쓰냐?"고 말하는 리더, 암묵적이라고 해도 '네가 지금 하는 주업무는 별 것 아냐. 그러니까, 헛심 쓰지 말고, 내가 시키는 일에 힘을 써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리더가 그 같은 예다. 자긍심이 떨어지는 일에서 의미를 느낄 직원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의미 킬러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오너십(ownership) 킬러 유형이다. 직원들이 일에서 느끼는 주인의식과 자율감을 파괴하는 리더들이다. "우리는 머슴이야. 그냥 높은 분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말하는 중간 간부들이 그런 예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그런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상사가 지시한 일을 후배들과 같이 해야 했을 때였다. 한 후배가 그 지시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그때 내 반응은 이랬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자. 어쩌겠니?" 인간은 주인이 아니라 머슴이 됐다고 느끼는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당시 내 행위 역시 의미 킬러였던 것이다.

 

조직에는 이보다 더욱 지독한 '자율 파괴형 의미 킬러' 가 꽤 된다. 부하 직원들에게 상명하복과 복종을 강요하는 리더들이다. 무조건 자신의 지시대로 일하기를 요구한다. 부하 직원이 이의를 제기할라치면 "여기가 학교야!" 라고 소리친다. 학교 수업시간에서처럼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며 상사의 의견에 복종하라는 뜻이다. 이래서는 직원들이 일에서 오너십을 느낄 수 없다. 당연히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

 

셋째는 아이디어 킬러 유형이다. 부하 직원이 낸 아이디어를 죽이는 리더다. 원래 인간은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 아이디어를 추진하면서 무엇인가를 이뤄낼 때 성취감을 느낀다. 이를 통해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을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가치 없다고 무시 당할 경우, 업무 의욕을 잃게 된다. 그저 상사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도구가 된 기분이다.

 

넷째 유형은 '삶의 질 킬러’다. 부하 직원의 삶의 질을 파괴하는 리더다. 불필요한 야근을 강요하는 리더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가족을 비롯해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는 맛있는 저녁, 주말 있는 삶의 파괴된다. 자신이 일을 하면 할 수록 자신과 가족의 삶이 파괴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그 같은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 직원은 과연 몇이나 될까? 극소수일 것이다.

 

부하 직원의 인격을 무시하고 파괴하는 보스 역시 '삶의 질 킬러’다. 악질 보스는 직장을 지옥으로 만든다. 지옥 속에서 삶의 질은 최악으로 치닫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 지옥에서 일을 하면서 그 일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것은 미친 소리다.

 

의미 킬러 타입의 리더들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을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소설에는 동기부여의 위대한 법칙이 한 문장으로 요약돼 있다. "톰은 위대한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남에게 일을 시키려면 그 일을 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면 된다는 법칙 말입니다." 그러나 의미 킬러들은 그 반대로 행동한다. 직원들이 하는 일을 하찮게 만들어버린다. 그 결과,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게 된다.

 

김인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3.18기사입력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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