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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흑사병, 신이 내린 형벌. 이처럼 끔찍한 별명을 갖고 있는 질병 '에이즈(AIDS)'. 인류는 지난 반세기 동안 에이즈를 치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에 감염돼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는 에이즈에서 인류는 어느 정도 승리를 거뒀다. 3가지 약물을 혼합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즈는 이제 불치병이 아닌 '만성질환'의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인류는 여전히 배고프다. 근본적으로 HIV가 인간 세포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치료법을 찾고 있다. 최근 5년간 과학자들은 '유전자 가위'에 집중했다. 원하는 유전자만 제거하거나 붙여넣을 수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은 생명공학계에 혁명을 몰고 왔다는 표현대로 HIV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는 듯했다. 하지만 뛰는 인간 위에 나는 HIV가 있었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바이러스에 불과한 HIV는 재빠른 진화로 유전자 가위의 공격을 우회했다.

 

HIV가 인간의 세포 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T세포'가 출동한다. T세포는 바이러스처럼 우리 몸에 들어온 이물질을 파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HIV는 거꾸로 T세포를 감염시킨다. HIV는 T세포에 자신의 유전자를 끼워넣는다. 그 뒤 T세포의 DNA 복제기구에 침입해 수많은 HIV를 복제하도록 만든다. 결국 T세포는 힘을 잃고 HIV의 수는 점점 많아진다.

 

과학자들은 이곳에 초점을 맞췄다. "T세포에 HIV의 유전자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장착하면 어떻게 될까?" T세포와 HIV가 만났을 때 T세포에 있는 유전자 가위가 HIV의 유전자를 잘라내면 HIV는 힘을 잃고 더 이상 자신을 복제할 수 없게 된다. 과학자들은 최근 5년간 이 같은 방법으로 HIV를 막는 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캐나다 맥길대 첸 량 교수 연구진도 이 방식으로 효과를 거뒀다. 연구진은 T세포에 유전자 가위를 장착한 뒤 HIV에 노출시켰다. 그러자 T세포는 열심히 HIV를 열심히 제거했다. 하지만 2주 뒤 문제가 발생했다. 갑자기 T세포에서 HIV가 복제되기 시작한 것이다. T세포에서 HIV가 복제된다는 것은 T세포에 있는 유전자 가위가 HIV의 유전자를 제대로 잘라내지 못하고 있음을 뜻했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불과 2주 만에 HIV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바꿔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이다.

 

김용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자교정연구센터장은 "바이러스는 워낙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한다"며 "HIV의 유전자 중 유전자 가위의 공격을 받는 염기서열이 재빨리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내용을 국제 학술지인 '셀 리포트' 최신호에 발표했다. HIV의 이 같은 내성능력은 이미 알려져왔다. 워낙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나는 만큼 단 한 개의 바이러스 염기서열에서 유전자 가위를 극복할 수 있는 염기가 나타난다면 순식간에 복제하면서 개체수를 늘려갈 수 있다.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분자치료'에 비슷한 연구 결과를 게재했던 아처 다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는 "HIV가 유전자 가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지만 중요한 것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극복해 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HIV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는 애초에 HIV와 결합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잘라내면 된다. 이와 비슷한 연구가 최근 중국에서 진행됐다. 윤리적인 문제가 있지만 정자와 난자가 만난 배아에 유전자 가위를 적용하는 것이다. 중국 광저우 의대 연구진은 87명이 기증한 213개 수정란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해 HIV에 내성을 갖는 배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유전자 가위를 배아에 적용한 사례로 연구 결과는 '보조 생식과 유전학' 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26개의 인간 배아에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해 'CCR5'라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CCR5는 HIV에 달라붙어 세포 안으로 HIV 바이러스를 나르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CCR5를 제거하면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만든 수정란을 난자에 착상시키지는 않고 폐기했다. 김 센터장은 "태아에서 유전자를 제거해야 궁극적인 치료가 가능해진다"며 "유전자 가위가 다양한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기구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제도적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4.20기사입력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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