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전체 주제 보기
더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디야커피에선 ‘콜드브루’커피를 베이스로 만든 ‘질소커피’를 캔에 담아 판매한다.


서울 압구정동에 사는 직장인 이민정 씨. 퇴근길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일과를 마무리하는 게 하루의 낙이다.

여느 때처럼 집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들렀는데 전에 없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콜드브루’.

 

호기심에 주문했지만 “이미 다 팔렸다”는 직원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결국 다음 날 회사 옆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사 먹었다. 일반 커피보다 순해서 목마를 때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것 같다.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에 딱”이라며 만족스러워했다.

 

‘콜드브루’가 커피업계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커피전문점에서만 판매할 정도로 생소한 음료였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주요 커피 브랜드들이 앞다퉈 콜드브루 커피를 출시한 데 이어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콜드브루 정체가 뭐니?

 

콜드브루는 ‘차갑다’는 뜻의 ‘콜드(cold)’와 ‘끓이다, 우려내다’를 의미하는 영단어 ‘브루(brew)’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차가운 물로 우려낸 커피’란 뜻이다.

90도 이상 고온의 물과 공기압을 이용해 추출하는 기존 에스프레소 커피와 태생부터 다르다.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새로운 커피는 아니다. 흔히 알려진 ‘더치커피(Dutch coffee)’와 동일한 개념이라 봐도 무방하다.

더치커피란 말이 일본에서 유래했다면, 콜드브루는 미국식 표현이라는 정도가 다를 뿐이다.

 

아무리 곱게 간 원두라도 차가운 물로는 쉽게 우려낼 수 없다.

믹스커피에 냉수를 넣어 아이스커피를 만들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콜드브루도 그렇다.

때문에 추출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콜드브루 원액 1ℓ를 추출하는 데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4시간 이상이 필요하다.

추출은 어렵지만 먹을 땐 간편하다. 원액에 물이나 우유를 넣어 희석해 먹으면 된다.

 

▶콜드브루 급격한 성장세

 

콜드브루 열풍에 불을 지핀 건 한국야쿠르트가 지난 3월 출시한 ‘콜드브루by바빈스키’다.

한국야쿠르트가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 출신 바리스타 ‘찰스 바빈스키’와 협업해 개발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처음엔 바빈스키가 거절했다. 콜드브루를 양산할 경우 신선도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한국에 와서 방문판매 직원과 냉장 카트를 꼼꼼히 살펴보더니 맘을 바꿨다. 설득에 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정성이 통한 걸까. 콜드브루by바빈스키는 100일이 채 안 돼 700만개 넘게 팔려나갔다.

하루 평균 약 9만3000개, 액수로는 평균 2억원 수준으로 업계 예상을 크게 웃돌았다.

고정된 유통 매장 없이 이뤄낸 결과라 더욱 시장을 놀라게 했다.

콜드브루by바빈스키는 흔히 ‘야쿠르트 아줌마’로 잘 알려진 방문판매 직원에게서만 구입 가능하다.

 

커피 브랜드들도 재빨리 대응에 나섰다.

 

스타벅스가 특히 발 빨랐다. 지난 4월 초 콜드브루커피를 출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출시 50일 만에 30만잔 이상 팔렸다.

하루에 6000잔 넘게 팔린 꼴이다. 100개 매장에서만 시범적으로 판매하던 걸 6월 초부턴 전국 모든 매장으로 확대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콜드브루 열풍에 동참했다. 사실 국내 커피 브랜드 중 콜드브루란 명칭을 공식 사용한 건 투썸플레이스가 앞서 있던 편이다.

지난해 1월 첫 판매 시작 이후 3개 매장에서만 취급해왔다. 투썸플레이스는 6월부터 콜드브루 판매처를 전 매장으로 확대했다.

이외에 카페베네, 할리스커피 등 주요 커피 브랜드에서도 올 6월 연달아 콜드브루 제품을 출시했다.

 

콜드브루 RTD(Ready To Drink·구입 시 개봉해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출시 소식도 연일 들려온다.

‘프렌치카페’를 보유한 남양유업, ‘바리스타룰스’로 유명한 매일유업 등 기존 RTD커피 강자들도 기다렸다는 듯 콜드브루 신제품을 선보였다.

편의점업계도 콜드브루 경쟁에 직접 뛰어들었다.

CU가 내놓은 PB상품 ‘GET 더치커피워터’ 5월 매출은 지난달보다 53.8% 늘었다.

GS25도 최근 일본 커피 전문업체 ‘UCC’와 손잡고 자체적으로 콜드브루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콜드브루에 질소를 주입해 만든 ‘질소커피’도 대중화에 시동을 걸었다.

콜드브루커피에 탄산이 가미돼 청량감이 뛰어나고, 부드러운 거품의 촉감까지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생맥주 커피 버전’으로 생각하면 쉽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4월부터 신사옥 ‘이디야커피랩’에서 질소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질소커피를 캔맥주처럼 캔에 담아준다는 점. 캔으로 밀봉하면 보관이 쉽고 잘 상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이 편리하다.

최정화 이디야커피 R&D 팀장은 “다른 커피와 달리 질소가스도 대량 공급받아야 하는 등 당장 생산량을 늘리기엔 어려움이 있다. 향후 ‘질소캔커피’를 이디야커피 매장은 물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납품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RTD커피 시장에서도 ‘콜드브루’커피가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콜드브루 왜 이렇게 인기?

 

왜 이렇게 인기일까. 이유는 많다.

 

일단 커피 원두 특유의 맛과 향을 보다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평가다. 신맛과 쓴맛이 덜하다는 것도 장점.

비결은 추출 방식에 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뜨거운 물로 추출하면 그 과정에서 원두 본연의 맛과 향이 상당 부분 날아간다. 커피의 쓰고 신맛은 로스팅된 원두에 포함된 지방에서 나오는데 찬물에선 지방이 쉽게 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신선함(new)’도 흥행 비결이다. 매번 비슷한 커피를 마시는 데 질려 있던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커피가 등장하자 열광하기 시작했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커피가 대중화되기 전엔 테이크아웃커피 잔만 들고 다녀도 유행에 앞선다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요즘 콜드브루 인기도 비슷한 양상이다. 콜드브루를 마시는 사실 자체가 선진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박영순 협회장의 설명은 설득력 있다.

 

또 다른 ‘신선함(fresh)’도 인기몰이에 한몫했다. 올 초 더치커피가 위생 논란에 휩싸였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위생관리와 보관에 힘쓴 덕분에 소비자 신뢰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야쿠르트는 기존의 신선식품 판매업 이미지를 잘 활용한 경우다.

콜드브루를 유제품과 함께 냉장 카트로 운반하면서 판매 기한을 10일로 짧게 잡았다.

스타벅스는 매장마다 위생관리를 전담하는 바리스타를 한 명씩 배치했다.

매일 100잔 미만의 한정된 양만 판매하는 것도 신선도 유지를 위해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많이 만들어 놓으면 오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콜드브루 인기가 좋지만 당분간 판매량을 늘리진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콜드브루 인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순 협회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에스프레소 커피를 이용해 현재 다양한 종류의 커피가 출시된 것처럼 콜드브루도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가 자기 입맛대로 만들어 먹는 이른바 ‘모디슈머’ 트렌드도 콜드브루엔 호재다.

박원경 한국야쿠르트 과장은 “콜드브루 원액 형태인 ‘앰플’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원액을 두유, 맥주, 탄산수에 섞는 등 기호에 맞게 제조해 먹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여름 반짝 돌풍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콜드브루 인기는 커피시장이 논-커피(non-coffee)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과정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 지금 마니아층을 두텁게 확보해놓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유통학회장)의 생각이다.

 

 

 

나건웅 기자 / 사진 윤관식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7.04기사입력 2016.07.07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최신 컨텐츠
라이프
1863년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고종(1852~1919..
여행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11월 중순부터 형형색색의 조..
푸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동의보..
푸드
옆구리 시린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누군가는 썸을 타며..
라이프
한나라 무제는 주부언을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주부언은..
이슈
프리미엄고속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항공기의 비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