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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8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경리단길 수제맥주펍(Pub) ‘메이드인퐁당’.

평일 이른 저녁임에도 10여명의 손님들이 쌍쌍이, 더러는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다.

손님 중 몇몇은 맥주 한 잔만 달랑 주문해서 마신 뒤 30분도 안 돼 금세 자리를 뜬다.

하룻밤에 여러 펍을 옮겨 다니며 이름난 수제맥주를 찾아 마시는 ‘펍 크롤러(Pub Crawler)’다.

 

직장인 김명직 씨(가명·34)는 “지난해 이태원에 수제맥주펍이 많이 생기면서 맥주 동호회 지인들과 함께 펍 크롤을 시작했다”며 “요즘은 각자 입맛에 딱 맞는 수제맥주가 뭔지 알게 돼서 펍 크롤 대신 특정 펍을 주로 찾는 편이다. 나만의 맥주를 찾아 정착하기까지 무려 1년이나 걸린 셈”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 충북 음성에 위치한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공장. 서울에서 고속버스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이곳에선 수제맥주 생산이 한창이다.

맥주 원료를 갈아 넣는 ‘맥아 분쇄’부터 발효와 숙성, 잔여물 여과와 포장까지 생산 공정이 불과 50평 남짓한 공간에서 모두 이뤄진다.

여기서 한 번에 생산되는 수제맥주는 약 1600ℓ. 500㎖ 기준 4500병 분량이다.

맥주 성수기인 여름은 물론, 비수기인 겨울에도 하루 12시간 넘게 기계를 돌려야 전국에서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출 수 있다고.

 

김우진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매니저는 “주말 공장 견학은 티켓 오픈과 동시에 100여명의 정원이 매진될 만큼 소비자 관심이 높다. 멀리 서울에서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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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대한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IPA, 썸머에일, 페일에일, 벨지안블론드에일, 커피스타우트, 호피라거 수제맥주.


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수제맥주 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기업 참여는 물론, 프랜차이즈와 중소 수입사·브루어리(맥주 제조 시설)도 속속 시장에 뛰어드는 중이다.

소시지나 치킨 등 수제맥주와 어울리는 안주 시장을 노리는 업체도 적잖다.

소수 업체가 라거 맥주 중심으로 과점해온 국내 맥주 시장이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재편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내 수제맥주 시장 역사는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외국인들이 마실 만한 맥주가 없다고 생각한 정부는 수제맥주 시장을 키우기 위해 영업장에서 직접 맥주를 만들어 팔 수 있는 ‘브루펍(Brewpub)’ 허가를 내줬다.

브루펍은 한때 150여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브루펍은 매장 내에서만 양조와 판매가 가능할 뿐, 일반 맥주 공장처럼 외부 유통은 허락되지 않았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없게 된 브루펍들은 결국 하나둘 문을 닫았고 2014년에는 45개만이 살아남았다.

 

꺼져가던 수제맥주 시장의 불씨를 되살린 건 2014년 주세법 개정이다.

업계의 숙원 과제였던 외부 유통 허용은 물론, 중소 브루어리 설립 기준 완화, 세율 인하 등 관련 규제 빗장이 크게 풀린 것.

규제 완화와 소비자 취향 다변화 바람을 타고 최근 1~2년 새 수제맥주 업체가 급증하는 분위기다.

 

먼저 대기업들의 잇따른 출사표가 눈에 띈다.

2014년 8월 롯데주류의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을 필두로 신세계백화점(데블스도어), SPC(그릭슈바인), 진주햄(수제맥주 브루어리 카브루(KA-BREW) 인수), 삼천리(게스트로펍) 등이 수제맥주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데블스도어는 오픈 후 1년 2개월여간 30만명, 월평균 2만여명의 손님이 다녀갈 만큼 반응이 좋다.

 

SPC도 올 초 서울역 광장에 그릭슈바인 3호점을 열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접근 방식을 달리 했다.

지난해 7월 ‘더 건강한 브런치 후랑크’ 2종을 출시, ‘수제맥주에 어울리는 수제햄’으로 포지셔닝해 안주 시장을 노린다.

 

▶주세법 개정으로 시장 다시 살아나

 

대기업도 잇따라 수제맥주 시장 진출

국내 시장 1~2년 내 옥석 가려질 듯

 

‘와바탭하우스’ ‘생활맥주’ ‘바오밥’ 등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도 10여개 생겨났다.

특히 와바는 기존 세계맥주전문점에서 수제맥주전문점으로 변신 중이다.

전체 200여개 점포 중 20%인 40여개 매장이 수제맥주전문점 와바탭하우스로 리브랜딩(Rebranding)했다.

 

이효복 와바 대표는 “다양한 맥주맛을 찾는 건 세계적인 추세므로 향후 수제맥주 시장은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기존 와바 매장도 수제맥주전문점 탭하우스로 모두 전환(리브랜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랜드 경쟁 못잖게 브루어리 경쟁도 치열하다.

수제맥주 브루어리는 자사 브랜드로 직접 유통하거나 OEM·ODM 업체처럼 위탁 생산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세븐브로이, 장앤크래프트, 옥토버훼스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바우젠브로이 등 50여개 중견·중소업체가 운영 중이다.

 

업계 추산 지난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약 200억원.

일반 맥주(약 4조원)나 소주(약 2조원)는 물론, 와인(약 4500억원) 시장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단 성장 초기인 만큼 미래 전망은 밝다.

수제맥주 열풍의 진원지인 미국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미국 같은 비율로 성장한다면 1조원대 수제맥주 시장은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업계에선 올해가 향후 수제맥주 시장의 판도를 결정할 중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정현철 크래프트원 대표는 “지난해 브루어리를 오픈할 때 고민을 많이 했다. 1~2년만 기다리면 망한 업체로부터 기계를 중고로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그냥 일찍 오픈했다. 더 늦었다간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 같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올해와 내년까지 심한 경쟁을 거치고 여기서 살아남은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브루어리 대표는 “국내 수제맥주 제조 기술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펍이 증가했음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제맥주 역사는 길게 봐도 2년이 채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기술 수준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얼마 전 일본 유명 맥주잡지 ‘비어매거진’의 라이터 필립 스타렉키 칼럼니스트는 ‘한국 수제맥주가 일본 수제맥주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수제맥주 역사가 20년 정도 됐지만 홈브루잉이 불법이다. 그게 기술 성장 속도의 차이를 만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수제맥주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선 현행 과세 기준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인호 파이루스 대표는 “과세표준에 재료비, 설비비, 감가상각비 등 직접원가는 물론 인건비, 임대료 등 간접원가까지 포함된다. 생산량(종량세)이 아닌, 생산원가(종가세)에 세금을 매기다 보니 적은 중소업체가 대기업보다 더 세금을 많이 내는 기형적인 구조”라며 “때문에 땅값이 비싼 서울에 브루어리를 들여놓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차보윤 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장(장앤크래프트맥주 공장장)도 “중소 수제맥주 업체들이 병입 판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OB나 하이트는 대량생산을 통해 병입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못하다”며 주세법 개정을 촉구했다.

 

▶인터뷰 | 스티브 힌디 브루클린브루어리 대표

 

한국 맥주 다양성 부족…맥주 미식 문화 알릴 것

 

브루클린브루어리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거점을 둔 대표적인 지역 수제맥주 업체다.

1988년 설립된 뒤 현재 30종 이상의 수제맥주를 북미·유럽 등 28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국내 수제맥주 인기가 높아지자 올 8월 제주도에 생산거점을 마련, 국내 시장에 진출할 뜻을 밝혔다.

국내에 해외 맥주 양조장이 들어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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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한국 맥주에 대해 평가해달라.

 

A ‘한국 맥주가 세상에서 가장 맛없다’는 말이 있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 맥주는 훌륭하다. 단 종류가 다양하지 않을 뿐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유럽에 비하면 한국 시장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성장세는 더 빠르다.

 

Q 향후 국내 사업 계획은 무엇인가.

 

A 우선 마트 같은 큰 유통 채널보단 음식점에서의 판매를 통해 브루클린브루어리의 맥주를 알리려 한다.

대형마트에서 대규모로 유통되는 건 수제맥주에 어울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지금은 판매량보단 수제맥주 문화를 전파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

제주브루어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맥주 미식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겠다.

특히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푸드 페어링’을 전파할 계획이다.

 

 

 

노승욱·나건웅·김기진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07.04기사입력 201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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