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맛집
전체 주제 보기
더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메밀 물컹거림 없이 입안가득 퍼지는 香이 일품!



 

"대한민국은 지금 배달 전쟁 중"이라는 기사나 뉴스는 이제는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이미 수많은 배달 앱이 등장했고, 무인 드론 같은 로봇의 등장으로 아무 때고 원하는 장소로 배달이 가능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음식의 경우에는 기존의 배달음식을 넘어 유명 셰프의 요리까지 안 되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꼭 찾아가서 맛보길 권하고 싶은 음식이 있어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처구니없겠지만 바로 배달음식의 대명사인 "짜장면"이다.

집에서 전화 한 통이면 시켜먹을 수 있는 짜장면을 먹기 위해 송화시장을 찾았다.

내발산동에 위치한 송화시장은 1974년 처음 문을 열고서 오랫동안 주민의 사랑을 받아온 전통시장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대규모 아파트단지 등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어 일평균 방문자가 2만여 명에 달한다.

그래서 동네 주민들만 아는 맛집이 꽤나 많다. 이곳에 명물 짜장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

서문 입구 쪽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가게 밖에 마련해 놓은 메뉴판을 살펴보니 '메밀 짜장면'이 맨 위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다. 제대로 찾은 듯하다.

점심시간을 피해서 갔는데도 사람들이 많다.

잠깐의 기다림 후에 자리를 차지하고 주문을 하자, 바로 면을 뽑기 시작한다.

테이블 8개 정도의 작은 가게라 주방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엿볼 수 있는데, 지금 뽑고 있는 저 면이 내 것이라 생각하니 흐뭇한 게 눈을 뗄 수가 없다.

드디어 모양을 갖추고 등장한 메밀 짜장면은 채 썰어 올린 오이를 빼놓고 보면 흡사 오징어먹물 파스타의 비주얼을 연상시킨다.

까만 윤기를 머금은 감자와 양파 같은 재료는 큼지막하게도 썰어 넣었다.

메밀 면은 잘 불어서 빨리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하다.

나무젓가락을 양쪽으로 벌려 비벼 먹던 습관은 원래 나의 것이 아닌 양, 테이블에 올려놓은 차가운 스테인리스 젓가락을 써서 한 손만으로 재빠르게 비벼본다.

냉큼 한 젓가락 걷어 올려 흡입해 보니 면은 의외로 탱글탱글하니 메밀 면 특유의 물컹거림은 없다.

입 안 가득 메밀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가는 재미 사이로 면발에 찰싹 붙어 있는 짜장 소스는 놀라울 정도다.

면에 코팅을 두세 번은 한 것 같은 느낌이다. 몇 번을 씹어도 메밀 면만 따로 씹혀지지 않는다.

섬세한 젓가락질 없이도 다 먹고 난 그릇에 짜장 소스는 거의 남아 있지 않는다.

이쯤 되면 비법이 있을 터, 무작정 사장님을 채근해 보니 자체 인증시스템이 있다고 하신다.

무슨 말인고 했더니, 이 메밀 짜장면이 나오기 전까지 큰아들이 6개월 동안을 거의 매일같이 시식을 했다고 한다.

"아빠, 이제 됐어"하는 확인을 받고서야 메밀 짜장면을 정식으로 판매하게 되었다.

아들의 허락을 얻기까지 수많은 메밀 반죽이 쓰레기통으로 사라졌다.

짜장 소스와 잘 어울리는 메밀 면을 뽑는 게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메밀은 발효가 빨리 되기 때문에 반드시 얼음물을 써야 한다.

메밀과 밀가루의 배합도 쉽지 않다. 처음에 100% 메밀을 썼더니 식감이 만족스럽지 않고 짜장 소스와 메밀의 향이 겹쳐 먹기가 힘들었다.

결국 다양한 시도 끝에 찾아낸 것은 메밀과 밀가루의 50대50 황금비율인데, 굵은 면을 길게 뽑아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하신다.

그래서인지 몸에 좋은 메밀이지만 짜장면의 주재료로 사용한 지는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메밀을 주재료로 한 홍합짬뽕, 함흥냉면, 메밀소바 등도 있지만, 메밀 짜장면에 있어서 만큼은 큰아들이 일등공신이라 자랑하신다.

표정에서 가족에 대한 진한 고마움이 느껴진다. 홀을 담당하는 사모님 뒷모습이 사장님 뒤로 보인다.

 

소리 내지 않고 우아하게 먹기 힘들 뿐더러 어쩌다 찾게 되면 왜 어김없이 흰옷을 입고 있는지.

내가 먹는 모양새와 더불어 옆 사람의 먹는 모양새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은근히 까다로운 음식이 짜장면이다.

이사를 했다든지 직장 동료에게 한턱을 내고 싶을 때 찾게 되고 "우와"하는 대단한 맛을 기대하기보다는 '그래 이 정도면 먹을 만한데'하며 실패하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미소가 저절로 번지기도 한다.

짜장면하면 할 말 많은 사람들에게 배달보다는 직접 찾아가서 먹는 송화시장 속 '메밀 짜장면'을 추천한다.

메밀 짜장면은 5000원, 곱빼기 값은 별도로 받지 않는다.

아쉽게도 일요일은 쉬는 날이다.

 


 


[이랑주 시장 큐레이터]

 

이랑주 시장 큐레이터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9.01기사입력 2016.09.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프린트      목록

최신 컨텐츠
라이프
1863년 12세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고종(1852~1919..
여행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11월 중순부터 형형색색의 조..
푸드
사람이 건강하게 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동의보..
푸드
옆구리 시린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누군가는 썸을 타며..
라이프
한나라 무제는 주부언을 파격적으로 등용했다. 주부언은..
이슈
프리미엄고속버스가 운행을 시작했다. 항공기의 비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