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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만년설로 덮인 마운트 쿡과 우윳빛 빙하 호수의 전경. [사진 제공 = 뉴질랜드 관광청]

 
"간만에 경찰서 왔네." 뜬금없는 친구의 메신저를 보고 무슨 일인가 싶었다. 첨부한 사진을 보니 '국제 운전 면허증'이었다.

하단에 서울특별시 지방경찰청장의 날인이 찍혀 있었다.
친구는 2년 전 신문사 사회부에서 근무하며 '이달의 기자상'까지 받은 인재다.
국제 운전 면허증이 필요한 이유는 뉴질랜드 때문이었다.
딱 4박 할 수 있는 짧은 일정상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동하려면 차를 렌트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친구 말로는 남자에겐 '질주 본능'이 있다고 했다.

친구는 올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어 더욱더 건강한 기운(?)이 필요했다.
이 정도 허세는 받아주기로 했다.
우리의 일정은 렌터카를 빌려 타고 남반구의 알프스라 불리는 마운트 쿡에서 트레킹을 하고, 맑기 그지없는 호수와 초원 속으로 내달리다가 퀸스타운에서 번지점프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재창조의 기운이 느껴진 크라이스트처지

한국을 뜬 우리가 처음 뉴질랜드 땅을 밟은 곳은 북섬의 도시 오클랜드였다.
그렇지만 우리는 답답한 도시를 탈출해 대자연의 기운을 느끼고 싶었기에 지체하지 않고 뉴질랜드 국내선에 다시 올라 남섬의 서북쪽에 위치한 크라이스트처지로 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출신들이 자신들의 단과대 이름을 그대로 따와 이름을 붙였을 정도로 영국적인 도시다.
남섬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이 도시는 2010년, 2011년 대지진을 겪었다.
6.3 강도 대지진 당시의 오싹한 흔적이 도시를 대표하는 건물인 대성당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출입이 통제된 건물은 헐벗은 속살을 드러내 놓은 채 방치되어 있었다.
무너진 건물을 대신해 재생을 상징하는 팝업몰 '리스타트'가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갈 길 바쁜 우리는 잠시 둘러보고 호수와 산으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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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선한 목자의 교회 뒤로 데카포 호수가 보인다. [사진 제공 = Nozomi Kawai]
 
 
'빙하가 흘린 눈물' 우윳빛 데카포 호수

데카포 호수로 향하는 길. 차장 밖으로 처음인데 낯설지 않은 풍경이 펼쳐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안과에서 시력 검사할 때 보여주는 대초원 속 양 한 마리가 서 있는, 바로 그 그림이었다.
그와 똑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으니 눈을 의심할 수밖에.

끝없는 풍경이 지루해질 때쯤 데카포 호수에 다다랐다.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뉴질랜드에는 봄이 오고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호수로 물이 흘러 들어오는데 이를 '빙하의 눈물'이라 부른다고 친구가 귀띔해 주었다.
이 눈물 덕분에 어디에도 없는 옥색빛을 내는 거라고 했다. 호
수 주변은 만년설과 푸른 수풀로 둘러싸여 있어 운치를 더한다.

이곳에서 사진 찍기 좋은 명당은 따로 있다.
호수의 가장자리에 자리한 작은 마을 속 교회다.
선한 목자의 교회라고 불리는데, 교회의 창으로 마운트 쿡까지 그대로 보인다. 날씨가 좋은 밤에는 별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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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후커밸리에 있는 세 개의 흔들다리 중 하나를 관광객들이 건너고 있다. [사진 제공 = 뉴질랜드 관광청]
 
 
만년설 쌓인 '서던 알프스' 마운트 쿡

밤이 깊어서야 마운트 쿡의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마운트 쿡은 마오리족 말로는 '아오라키', 구름을 뚫은 산이란 뜻이다.
해발고도 3754m 높이 최고봉인 마운트 쿡을 필두로 3000m 넘는 봉우리 23개가 솟아 있다.

뉴질랜드산 맥주를 나눠 마시고 곤히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서 가장 대중적인 트레킹 코스인 5㎞짜리 후커밸리 트랙을 걷기로 했다.
후커 계곡에서 후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로, 넉넉하게 왕복 4시간을 잡고 걸을 수 있는 코스다. 간
혹 나오는 바위길을 거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출렁다리 3개를 건너야 빙하 호수에 닿는다.

친구는 오감으로 여행지를 느껴야 한다며 얼음을 아삭아삭 깨물어 먹었다.
또 한 번 이 정도 허세는 받아주기로 했다. 여긴 뉴질랜드니까.
주변을 둘러보니 파란 하늘과 만년설이 쌓인 봉우리가 우윳빛 푸른색의 빙하가 녹은 호수를 품고 있는데, 눈이 시원했다.
과연 "서던(남반구) 알프스"라는 칭호가 과찬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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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카와라우 브리지'에서 번지점프를 하는 모습. [권오균 기자]
 
 
태고의 신비 간직한 피오르드 지형 밀퍼드 사운드

이제 여왕도 반할 도시 '퀸스타운'으로 출발했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잠을 청했다.
다음날 퀸스타운 첫날 일정은 밀퍼드 사운드 투어였다.
밀퍼드 사운드는 피오르드 국립공원의 14개 피오르드 중 하나다.
원시림이 울창한 숲과 산에는 트랙이 있어 걸어서도 구경할 수 있다.
퀸스타운에서 차로 왕복 8시간은 족히 걸리기에 한국에서 미리 일일투어를 신청해 두었다.
오전 6시에 출발한 투어버스는 천장까지 통유리로 되어 있어 하늘로 솟은 봉우리와 하얀 구름까지 감상할 수 있었다.
중간중간 승객을 내려주었다. 뒷산을 거울처럼 비춰주는 '미러 레이크'와 뉴질랜드 대표 새 중 하나인 '케아' 서식지에도 들른다.
1차선인 호미터널을 지나 유람선 선착장에 도달했다. 드디어 유람선에 올랐다.
1시간40분간 배가 미끄러져 나가며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 물개가 모여 있는 바위 등을 보여준다.
관광객들이 갑판에 올라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들이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진풍경도 연출되었다.

액티비티의 천국 퀸스타운과 호수마을 와나카

밀퍼드 사운드 투어를 마치고 액티비티를 누릴 차례다.
세계 최고 높이는 아니지만, 가장 오래된 번지의 조상님 '카와라우 브리지'에 갔다.
다리에 오르자 줄을 묶어주는 이가 "어디서 왔냐?" "처음이냐?" 등을 물었지만 아무런 생각도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발목이 꽁꽁 묶인 채 난간에 섰다. 한 손으로 철제 손잡이를 꽉 잡고 있었는데 놓으라 했다.
발이 천근만근이었지만 쓴 돈이 아까워 엉거주춤 몸을 던졌다. 1초도 안 되어서 줄이 팽팽해졌다.
이내 튕겨 올랐다가 떨어지길 서너 차례 반복한 후에 보트에 실려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곧 하반신에 감각이 돌아왔는데, 다행히 오줌을 지리진 않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퀸스타운 근교 여행지로 알려진 와나카.
퀸스타운이 관광도시라면 와나카는 호수마을에 가깝다.
우린 저렴하게 산악자전거를 빌려 타고 호수 주변을 돌았다.
호수 주변으로 자전거 통행이 가능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와나카에서 퀸즈타운으로 돌아오는 차로 산길을 올라가다 보니 마치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뷰 포인트'에 내려 보니 남섬에서 가장 높은 도로라고 적힌 표지석이 있었다.
그 아래로 형용하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권오균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9.05기사입력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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