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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인지, 김하늘, 이보미(왼쪽부터)


'태국의 박세리' 에리야 쭈타누깐은 샷을 하기 전 반드시 묘한 표정으로 한번 '쓰윽' 웃는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대역전패를 당한 데 이어 10개 대회 연속 컷오프되는 치명상을 입은 후 시작한 그만의 '프리샷 루틴'이다.

그럼 긴장이 풀리고 마음도 편해진다는 게 쭈타누깐의 설명이다.

드라이버 한 번 잡지 않고 2번 아이언과 3번 우드로 티샷을 하면서도 누구보다 멀리 보내고, 누구보다 높은 그린적중률을 보이는 쭈타누깐은 정말 '골프 괴물' 같다.

하지만 괴력의 샷보다 더 경쟁자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한때 '유리'로 통했지만 지금은 '강철'이 된 그 멘탈이다.

골프 무대가 '멘탈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아무리 샷이 좋아도 '유리 멘탈'로는 최강자로 군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선수들이 코치를 두거나 훈련을 통해 '멘탈갑'이 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쭈타누깐의 '프리샷 루틴 미소'도 그런 결과물인 것이다.

흔히 감정에 동요되지 않고 표정 변화가 없는 강한 멘탈을 지닌 이들을 '포커페이스'라고 한다. 그랜드슬래머 박인비가 대표적인 선수다.

박인비는 얼굴 표정이 별로 없다. 얼굴뿐만이 아니다.

걸음걸이나 행동, 심지어 샷마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쉽게 흔들리지 않는 멘탈이다.

하지만 그런 멘탈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은 아니다.

2008년 당시 최연소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2008년 11월 말. 당시 20세였던 '미래 골프여제'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챔피언십에서 한 홀을 남겨두고 돌연 기권을 선언했다.

나중에 박인비가 밝힌 사연은 치명적인 골프병 '입스(yips)'에 걸린 상태였다는 것이다.

샷 난조로 너무 많은 공을 잃어버려 마지막 남은 공마저 18번홀에서 잃어버리면 공이 없어 퇴장당한 LPGA 1호 선수가 될 것 같아 기권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해 박인비의 드라이버샷은 정말 러프만 찾아다녔다.

더 큰 문제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찾지 못하겠다'는 점이다.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던지 '계속 골프를 해야 하나'며 회의까지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결론 내린 박인비는 지금은 누구와 맞붙어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갖게 됐다. 

작년 일본여자프로골프 시즌 상금 신기록을 세운 '미소파' 이보미도 탄탄대로만 걸은 것은 아니다.

2010년 국내 여자골프 상금왕을 차지하고 그다음 해 일본여자골프 무대에 진출한 이보미는 데뷔 첫해 지독한 '쓴맛'을 본다.

한국과 일본 대회를 정신없이 오가다 보니 아무 곳에도 적응이 안 돼 1승도 건지지 못한 것이다.

당시 이보미는 일본 28개, 한국 12개 대회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그 결과 일본 상금랭킹 24위, 한국에서는 2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인비 신지애 최나연 등 1988년 용띠 친구들 중 가장 늦게 꽃을 피운 이보미에게는 어릴 적 터득한 게 있었다.

'노력은 반드시 보상을 한다'는 긍정 마인드와 '좀 늦어도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선수가 됐다.

잘 웃는 골퍼가 또 있다. 파란색이 어울리는 여자 골퍼 김하늘이다.

우승보다 준우승이 많은 김하늘은 속이 타들어 갈 만큼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는 여전히 웃는다.

김하늘은 원래 잘 웃는 골퍼는 아니었다고 한다. 주니어 시절에는 잘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후원하던 한 지인이 잘 웃어야 공도 잘 맞는다고 충고했다.

그 후 그는 '미소 하늘'이 됐다. 

강한 멘탈 하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작년 국내 여자골프 무대의 대세였던 전인지다.

전인지는 몇 년 전부터 야디지북에 '즐겁고 신나게 몰입하기'라고 써 놓는다.

경기에 돌입하기 전에는 "나만의 세계에 들어가서 즐겁게 놀다 오자"는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두려움은 아예 무시하려고 한다.

또 전인지는 지나간 실수를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아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2년 전 전인지는 한화금융클래식 때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프로 데뷔 후는 물론 국가대표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당해보지 않은 'KLPGA 첫 컷 탈락'의 쓴맛을 본 것이다.

그때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전인지답게 즐겁고 신나는 골프를 하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그러고 그는 더 잘 웃기 시작했다. 굿샷을 해도 웃고 배드샷을 해도 미소를 지었다.

아마 그 쓴 경험이 1등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웃게 한 힘이 됐을 것이다. 

이보미나 김하늘 그리고 전인지의 미소에는 근성이 있다.

미스샷이 나오면 화를 내는 대신 미소로 푼다. 아픔을 담은 웃음은 더 눈부신 법이다.

그리고 강하다. '강철 미소'인 것이다.

 

오태식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9.08기사입력 2016.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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