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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산들 불어오는 시원한 바닷바람, 여름을 실감케 하는 뜨거운 태양, 그늘을 드리우는 야자수, 그 아래 마련된 천국 같은 테이블.

이 테이블에 앉아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다면….

그리고 원하는 대로 맛있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만일 이 순간 당신이 있는 곳이 남아메리카 대륙이라면 제일 먼저 선택해야 하는 음식은 해산물로 만든 세비체일 것이다. 

세비체는 흰 살 생선이나, 오징어, 새우, 조개 등 여러 가지 해산물을 뭉텅뭉텅 썰거나 회처럼 얇게 저며 새콤한 레몬이나 라임즙에 절이고 다진 양파나 고추를 얹어 먹는 중남미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살짝 절이면서 배어든 새콤한 맛이 입맛을 당기고 비린내도 없애준다.

곁들이는 양파, 고추, 혹은 마늘의 매콤함은 요리의 또 다른 포인트이다.

맥주나 럼, 데킬라의 자극적인 안주로도 좋고 밥과 함께 반찬으로도 먹는다.

아니면 더운 날 해변의 가벼운 간식거리나 정찬의 입맛을 돋우는 애피타이저로도 제격이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카리브 해안은 물론 미국에서 칠레까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세비체를 즐겨 왔다.

하지만 세비체의 본고장이라고 하면 역시 페루를 제일 먼저 꼽아야 할 것이다.

문서로 된 자료도, 오래 남은 유적도 빈약하여 어떤 음식의 시작을 정확히 밝히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음식의 기원은 '설'이라는 단서와 함께 시작하곤 한다.

 

세비체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페루 북서 해안에서 2000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 진위 여부는 분명치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아주 오랜 옛날부터 페루 일대에서는 세비체와 비슷한 음식을 먹어 왔던 듯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여 어패류도 풍부했고 바나나나 패션 푸르츠 과즙을 발효시켜 만든 시큼한 음료를 음식에 이용했다고 한다.

식초 같은 발효 음료로 해산물을 절이면 조금 덜 상하는 효과도 가져왔을 것이다. 

세비체가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라임같이 새콤한 시트러스류 과일을 아메리카에 도입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조금 더 쉽고 가벼운 맛으로 세비치를 만들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스페인 사람들은 무어인들로부터 시큼한 과즙을 음식에 사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1970년대에 이르면 세비체는 또 한 번 발전과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다.

일본에서 이주해온 대규모 이민자들이 페루 주류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기 시작하면서, 날생선을 즐기는 일본의 사시미 문화가 페루의 세비체와 융합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아시아와 아메리카를 넘나드는 새로운 형태의 도전적이고 국제적인 세비체들이 새로이 등장하게 된다. 


불과 20~30년 전까지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날생선을 그대로 먹는 데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사회 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새로운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세비체는 미각의 도전을 요구하는 트렌디한 음식으로 손꼽히게 되었다.

이제 페루 해변의 세비체리아에서는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문화인류학 박사]

 

서현정 뚜르 디 메디치 대표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9.19기사입력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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