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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아버지가 이런 질문을 하셨다.
 
“거실에 누워서 TV를 보는데 개가 내 배를 밟고 지나가, 퇴근하고 집에 가면 달려나와 반기는 게 아니라 짖어대는 바람에 얼른 문을 닫게 되지. 애나 애 엄마한테는 안 그래. 내가 개만도 못한거지? 그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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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살다 간 ‘뽀글이’는 우리 외할머니 집에 살았던 토이푸들이다.
녀석이 처음 입양되었을 때 나도 아기였다. 뽀글이는 나를 자기 아래 서열로 인식했다.
그럴만도 하지 않겠나. 잘 걷지도 못해, 늘 외할머니가 안고 다녀, 자신을 공격하거나 위협하지도 않아, 툭툭 건드려도 아무 반응도 없어.
 
개는 주변 서열을 스스로 결정한다. 그리고 그 인식을 평생 갖고 간다.
뽀글이도 그때 정한 서열을 죽을 때까지 바꾸지 않았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어 외할머니댁에 놀러가 뽀글이를 안으려고 하면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댔다. ‘콩만한 게 어딜 쓰다듬으려 해?’ 뭐 이런 반응인 것이다.
희한한 것은, 나 또한 녀석이 그러면 그냥 ‘알았어, 미안해’ 하며 꼬리를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굳어진다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나야 아기 때 외가에 있다 좀 커서는 본가에서 성장했으니 더 큰 문제가 없지만, 친구 아버지의 경우 조금 다른 상황이다.
개가 아버지 배를 밟고 지나갈 정도면 그 개는 아버지를 자신보다 못한 존재로 여기는 게 확실하다.
 
아버지는 이런 말도 했다. “애나 애 엄마가 부르면 졸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가는데, 내가 부르면 코 앞에 있다가도 사라져 버려. 한번은 내가 벗어놓은 양말을 물고 다니길래 ‘얀마!’ 하며 빼앗으려 하니까 으르렁거리며 대드는 거야(아버님, 그건 대드는 게 아니라, 어디서 손질이야! 하는 것이옵니다, 홍홍홍).
안 되겠다 싶어서 벌떡 일어나려 하니까 집사람이 ‘여봇!’ 하더라고. 그냥 도로 앉았지. 애 엄마가 그러니까 개도 날 알길… 응?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 아버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미치겠는 건 아무데나 오줌을 질질 싸고 다니는 거야. 집구석이 온통 제 영역이라니까?” 

나는 뽀글이의 아랫서열로 20년을 살았고 뽀글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지만, 친구 아버님은 지금이라도 개의 오해를 풀어줘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제압이다. 먼저 장갑을 낀다. 자칫 크게 물릴 수도 있는 행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했는데 개가 짖어대면 일단 문을 닫고 장갑을 착용한 다음 개의 목덜미를 잡아 방바닥에 살짝 대고 ‘안돼! 짖지 마! 안돼! 짖지 마!’를 서너번 반복한다.
이때 사모님이 다시 “여보!!” 한다고 ‘어, 알았어’ 하며 개를 놓아주면 안 된다.
“당신은 가만 있으라고!” 하며 계속 제압을 해야 한다.
배를 밟고 지나갈 조짐이 보이면 역시 장갑을 끼고 목덜미를 잡은 뒤 주둥이를 손으로 살짝 움켜쥐고 역시 ‘안돼! 배 밟지 마!’를 몇 차례 반복한다.
이때 개의 저항이 심할 수 있는데, 그때 놓아주면 아버님은 영원히 개보다 하수가 되고 만다. 맨목을 잡기가 버거로우면 제압 실행 전에 목줄을 채워주면 한결 편리해진다.
그렇게 제압 활동을 한 뒤에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본다.
분명 개는 아버지를 뒤에 두고 앞서서 달리려 할 것이다.
아랫것은 나를 따르라! 이런 표현이다. 이때 아버지는 개끈을 짧게 잡고 개가 앞서지 못하게 당겨주고, 개가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줄을 당김으로써 ‘아, 나의 길은 저 인간에게 달려있군’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퇴근해도 짖지 않고, 감히 배를 밟고 다니는 일이 없어지고 나면 ‘안돼!’와 함께 ‘잘했어’라는 칭찬이 필요하다.
서열 쿠데타 마지막 단계는 개의 영역을 정리해주는 일이다.
 
베란다, 화장실, 거실 바닥 정도만 인정해주고 다른 부분에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안돼!’ 또는 1, 2단계의 조치를 취한다.
그리고 말을 들었을 때 간식과 함께 쓰다듬으며 칭찬해준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압 후 아버지의 태도다.
정기적인 산책, 배식, 간식, 칭찬 등을 반복함으로써 개가 아버지를 두려운 존재가 아닌 따뜻한 윗 서열로 생각하도록 해주는 일이다. 

[사진 픽사베이] 

 

이누리 프리랜서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9.28기사입력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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