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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에게 속초는 문화적 변방이었다. 설악산? 웅장하지만 아버지 세대의 전유물 같다. 아바이마을? 정겹지만 할아버지 세대 이야기이다.
바다? 동쪽 바다는 강릉이지~~ 그러던 그들이 속초에 몰린 것은 포켓몬고 게임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속초는 꾸준히 회춘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10월25일 쯤으로 예상되는 설악산 단풍 피크 타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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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니아나 전문가에게는 뒷북으로 들릴지 몰라도 ‘포켓몬고가 왜 속초에서만 되는겨?’라는 질문을 지금도 자주 받고 있으므로 잠깐 정리하고 가겠다.
 
공식적인 이유가 발표된 적은 없지만 게임을 만든 ‘나이앤틱 Niantic, Inc.’사의 세계지도 분할법에 의해 그렇게 되었다는 게 거의 정설로 알려져 있다. 나이앤틱은 세계지도를 마름모꼴로 분할하는데, 분할 코드 번에 속한 속초, 양양, 인제, 양구 등은 한국 국외지역(북한)으로 분류되어 있다.
북한은 구글에 지도를 공개했고 한국은 반출을 불허하고 있기 때문에 나이앤틱 기준 북한 영역인 이 지역에서 포켓몬고 게임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속초에는 예전에 보기 쉽지 않았던 스냅백을 쓴 힙합스타일로 스마트폰과 주변 경관을 동시에 관찰하며 다니는 포켓몬고 플레이어들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무료 와이파이존 맵을 내려받고 아이템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포켓몬고 사냥꾼들이 속초 곳곳을 누비고 있지만, 포켓몬고 열풍이 한풀 꺾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 애호가들의 ‘속초를 보는 눈’은 확실히 달라졌다.
설악산과 동해라는 걸출한 자연과 오래된 실향민의 도시라는 기존의 생각에 ‘모던한 문화공간’에 대한 관심도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유명 관광지에는 으레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줄줄이 딸려있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어쩐지 속초 지역에는 그런 시설들이 눈이 띄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자연과 어울리는 어떤 문화 공간이 있을까 들여다 보았다. 흐름이란 이런 것일까?
여행지로서의 속초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고 있는 이즈음, 그곳에는 꽤 멋진 문화 공간들이 새로 문을 열었고, 이미 문을 연지 꽤 오래 되었지만 그동안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곳들도 새삼 눈에 들어왔다.
그 중 마음을 가장 크게 흔들어준 곳은 바우지움조각미술관과 국립산악박물관이었다.
물론 이 밖에도 속초 일대에서 가볼 만한 크고 작은 문화 공간들이 수두룩하다. 

▷| 속초 교통편 | 

서울 – 양양고속도로 - 44번국도 – 한계삼거리 좌회전 – 미시령터널 – 속초시 

▷대중교통 경우 속초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 또는 시내버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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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지움조각미술관 

개인적 취향으로 비슷비슷한 규모의 미술관, 박물관 공간 가운데 이보다 더 멋있는 미술관을 본 적이 없다. 바우지움BAUZIUM의 ‘바우’는 바위의 강원도식 표현이고, ‘지움’은 뮤지엄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 미술관의 주인은 조각가 김명숙 씨와 치과의사 안정모 씨 부부이다.
오래전 설악산 병풍바위가 정면으로 보이는 이곳에 땅을 산 뒤 두고두고 생각한 끝에 오늘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관람을 끝내고 잠깐 김명숙 관장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서글서글한 분이더라), ‘바우지움은 김인철 건축가의 기성품이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건축주이지만 건축 행위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부부는 꿈을 이야기했고 건축가는 몽유도원을 건축했다고나 할까? 미술관은 우리가 보통 만나는 미술관들의 고전적 구조(입구-매표소-전시실-아트숍-출구)와 달랐다. 

“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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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지움조각미술관 앞에 차를 세우고 미술관 입구를 향하는 관람객들의 반응은 보통 이렇다. 미술관의 벽은 콘크리트와 깨진 돌이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건축 기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의도된 미학’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경험이 적은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모습이기도 하다.
입구는 굉장히 좁았다. 마치 폐허가 된 문명의 어떤 곳으로 들어가는 느낌마저 든다. 물론 전시실로 들어선 사람들의 반응은 ‘아!’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구로 들어간 방문객은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순간 완벽하리만큼 깨끗하게 정돈된 공간을 마주한다.
 
‘입구로 들어왔다’는 생각보다 ‘입구를 지나 나갔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동선이 주는 감정의 기복은 상식과 달랐다.
미술관은 돌, 물, 정원, 조각품 등 네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야외 바닥은 온통 돌맹이, 못, 잔디로 이뤄져있다. 키 큰 소나무들이 인상적인 뜰에 나가 정면을 바라보면 울산바위가 떡하니 솟아있다. 이 마을 이름은 원암리로 ‘바위를 깔고 앉아있는’ 동네라는 뜻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있는 건축가 김인철의 글을 읽어보니 이 특이한 건축은 거푸집에 깨진 돌을 집어넣고 콘크리트를 부어 서로 엉겨붙게 한 뒤 거푸집을 제거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콘크리트가 돌과 어떻게 섞이는가에 따라, 어느 순간에 흐름을 멈추었는가에 따라 모양이 완성되는 방법이다. 의도와 자연의 융합 결과라 할 수 있다. 

전시공간은 ‘근현대조각관’과 ‘김명숙조형관’으로 구분된다.
근현대조각관 A관에는 조각계의 대가인 김영중, 김경승 등과 박병욱, 김혜원, 조성묵, 이운식, 문신 등 근현대조각계 대표작가들의 작품 4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김명숙조형관에는 모델링 조각가의 길을 걸어온 김명숙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명숙 씨는 여성의 신체, 특히 엉덩이의 선을 독특하게 표현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작품 앞에 서 보니 선, 애플, 힙, 젠셀터, 스쿼트, 다산, 신화, 미학 등등 관련 단어들이 떠올랐다. 

전시실과 정원을 모두 보고 돌의 정원, 테라코타정원을 걷고 카페바우 겸 아트숍에 들렸다. 카페에서는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고 같은 공간에 있는 아트숍에서는 소품과 오브제, 그리고 바우지움 건축책을 판매하고 있다.
바우지움조각미술관은 고성군과 속초기 경계 지역에 위치한다. 

▷위치 고성군 토성면 원암온천3길 27 

▷관람 10:00~18:00(입장 마감 17:30)/ 월요일 휴무 

▷요금 어른 8000원(입장권 제시하면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무료 제공)/ 중고등학생 4000원/ 초등학생 3000원 

▷문의 www.bauzium.com 

▶국립산악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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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하나하나를 보면 볼수록 몰입하게 되는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 산악문화 박물관이다. 산림청에서 만든 이 박물관은 외관이 모던하고 대학로 이화동에 선보여 눈길을 끌었던 하늘계단과 비슷한 디자인의 조형물이 지붕에 설치되어 있어서 묘한 정감이 가는 분위기다.
 
로비에 들어서면 ‘영원한 도전’이라는 상징물이 방문객 시선을 압도한다. 눈 쌓인 암벽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모습이 리얼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원한 도전’은 넓게 뚫린 층간 바닥을 통해 2층까지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로비층에는 조형물 외에 백두대간, 100대 명산, 숲길 등의 정보를 그래픽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명산, 아름다운 숲길’, ‘영상실’, ‘기획전시실’ 등이 있다. 2층에는 ‘암벽체험실’, ‘고산체험실’, ‘산악교실’이 있다.
 
모두 1층 안내데스크에서 당일 현장 예약을 통해 참가할 수 있는 시설들이다.
체험 시간은 각각 약 40분 정도. 암벽체험은 6세 이상, 키 120cm 이상이 참여할 수 있다. 설마 치마나 숏팬츠를 입고 암벽체험을 할 사람은 없겠지만, 설사 신청을 한다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고산체험실은 산소와 온도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백두산, 한라산, 몽블랑 정상 등 고산지대에 맞춰놓고 체험하는 곳이다.
전문 등산가들이 어떤 호흡 환경에서 등반하는 지 간접체험 할 수 있는 기회다.
10세 이상 체험 가능하고 두툼한 옷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산악교실은 8세 이상 예약 가능하다. 

산악박물관의 핵심은 3층에 다 모여 있다. 1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산악등반의 역사가 시대별 장비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해발 500미터도 되지 않는 동산급 야산을 산책하면서도 수십 만원 짜리 비싼 등산복을 입고 나가는 필자는 과거 산악인들이 ‘말도 안되는 것으로 보이는 열악한 장비’로 수천 미터 고산준령을 올라갔다는 전시물 앞에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창피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산악문화실로 명명된 3전시실에서는 고산 지역이 신앙, 산촌 생활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감동을 주는 전시실은 역시, 보통 사람들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명한 산악인들 이야기가 담겨있는 2전시실 ‘산악인물실’이다.
 
고상돈, 고미영, 박영석 등 산이 좋아 평생 산을 찾다 끝내 산으로 들어간 등반가들의 이야기, 안재홍, 홍종인, 석주명 등 산악 저술가, 김근원, 이훈태 등 산악사진가, 이용대, 이인정, 권효섭 등 산악교육가 등 산에 미쳐 살다 산에서 죽었거나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산악인들의 모습을 전시하고 있다. 

▷위치 속초시 미시령로 3054 

▷관람 09:00~17:00(3월부터 9월 하절기에는 18:00까지) 

▷입장료, 체험료 무료 

▷문의 www.forest.go.kr 

▶설악테디베어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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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있는 테디베어뮤지엄이 경주, 설악, 여수, 군산 등에도 문을 열고 있다.
모든 박물관의 주인공은 테디베어이지만 지역에 따라 그 스토리를 달리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설악테디베어박물관은 ‘테디 윌슨과 페르난도가 하루만에 함께 떠나는 신나는 세계일주’라는 설정과 이야기가 전시되어 있다.
한국의 궁중제례, 일본의 스모, 중국의 경극, 인도와 파키스탄의 고유 문화가 소개되어 있다. 또한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맥주 축제가 한창인 독일, 하멜표류기의 네덜란드 등 북미대륙과 유럽, 호주와 아프리카 등 전 세계의 각 지역과 문화를 상징하는 장면도 관람할 수 있다.
테디베어 자체가 귀엽고 앙증맞는데다 각국의 고유 문화재들과 문화 양식을 배경으로 특별히 제작한 것들이라 더욱 갖고 싶어지지만, 만지는 건 금물. 

▷위치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미시령옛길 1153 대명델피노리조트 안 

▷관람 09:00~19:00(입장마감 18:00, 여름 성수기 때는 21:00까지) 

▷입장료 성인 7000원, 청소년 6000원, 어린이 5000원 

▷문의 www.teddybearmuseum.com 

▶금강산화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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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인 델피노리조트 뒷쪽을 달리는 잼버리길, 화암사길은 천천히 드라이브하기 그만인 코스다.
화암사는 여행 준비할 때는 검색하지 않은 곳이다.
원래는 잼버리길로 해서 장사항으로 갈 계획이었는데 ‘화암사’ 간판을 보고 핸들을 꺾었다.
화암사 입구는 관광버스로 가득했다. 심지어 일주문까지 관광버스가 막고 있어서 살짝 분노까지 올라왔다.
이 관광버스들은 화암사에서 출발해 성인대(신선대), 울산바위 등까지 올라갔다 오는 등산객들이 타고 온 버스들이다. 동해를 바라보며 걷는 비교적 쉽고 안전한 코스로 전국에서 수많은 등산객들이 찾아오는 명소이다.
속초 지역을 여행하는 일반인에게 화암사는 그리 유명한 절이 아니다. 그러나 막상 올라가 보니 멀리 바라보이는 동해, 계곡 건너편에 있는 수바위 등 빼어난 풍광이 가슴을 뛰게 한다.
 
신라 승려 진표율사가 창건한 이 절은 금강산에 있는 팔만 아홉 곳의 암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대웅전을 지나 미륵대불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바라보면 계곡 건너에 잘 생긴 바위 하나가 있다.
 
이름은 수바위. 화암사를 창건한 진표율사를 비롯, 화암사 스님들의 수도장으로 애용되었다고 한다. 바위 꼭대기에는 웅덩이 하나가 있는데, 가뭄이 와도 물이 마르지 않고 때로는 스님들이 아무 걱정 없이 수행에만 몰두하라며 쌀이 잔뜩 들어있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수바위가 주는 최고의 선물은 역시 그 빼어난 모습이고, 금강산 줄기의 봉우리를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일종의 감격이다.
 
화암사에는 대웅전, 9층석탑, 범종루, 명부전, 설법전, 금강산문, 미타암, 영은암 등 대웅전 마당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가람들이 곳곳에 앉아있다.
대웅전 옆에는 요즘 절간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불상 하나가 있다. ‘석가모니 고행불상’이 그것. 거의 모든 불상은 귀티와 부티가 빛나는 형상을 하고 있지만 고행불상은 갈비뼈가 다 드러난, 그야말로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석가모니가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고행하다 드디어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하는 순간을 표현했다. 보리수 아래에서 석가모니가 그랬단다. 

“여기 이 자리에서 내 몸은 메말라 가죽과 뼈와 살이 다 없어져도 좋다. 저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이 자리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으리라.” 

사찰을 관광지 쯤으로 여기고 찾는 일반 여행자들에게 ‘나는 왜 이곳에 왔냐’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하는 불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여행의 득템은 바로 이 ‘석가모니 고행불상’이 아닐런지. 

▷위치 고성군 토성면 화암사길 100 

▷문의 www.hwaamsa.com 

▶속초등대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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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여행에서 제일 먼저 가야 할 곳이다. 등대 건물 옥상에 오르면 설악산, 속초항, 아바이마을, 영금정 등 속초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목격할 수 있다.
설악산, 동해 등 속초가 주는 심리적 넓이가 크고 높아서 그것들을 한눈에 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 보니 기적같이 속초의 모든 것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다.
속초등대전망대는 속초 최고의 사진 촬영 포인트이기도 하다. 삼
각대나 셀카봉 등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고정할 수 있는 장치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적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단 사진이 목적이라면 시간을 정하고 올라가는 게 좋다. 10월 속초 지역의 일출 시간은 대략 오전 6시30분 무렵이다.
일출사진을 원한다면

 

이영근 여행작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10.06기사입력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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