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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NS 중독자다. 어느 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액정만 문지르는 내가 한심했다. 그래서 딱 일주일만 참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세상은 SNS 없이도 흘러갔다. 참다못해 내가 한소리 했다. “야, 너 무슨 사춘기 학생이니?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게 그렇게나 많아? 뭘 그렇게 자꾸 쓰는 거야?” 친구는 연신 스마트폰을 붙잡고 빠져나오지 못했다. 덩치는 남산만한 녀석이 겨우 3.5인치 액정에 옴짝달싹 못하는 꼴이란... 애초에 나와 만날 마음이 날치 알만큼도 없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 가판대에는 `트위터 완전정복` `무작정 따라 하기` 따위의 책들이 즐비했다. 도대체 SNS가 뭐 길래?

위 글은 지난해 블로그에 쓴 글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것도 한참 많이. 나는 SNS중독자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주하는 건 따사로운 햇살도 아니고 애인의 자고 있는 얼굴도 아니다. 마크 주크버그가 만든 파란색 페이스북 화면이다. 밤사이 누군가 내 담벼락에 글을 남기지 않았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감이 아침을 채운다. 복잡한 출근길 지옥철 안에서도 SNS를 포기할 수 없다.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트위터와 카카오 톡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왜 그렇게까지 하냐고? 편리하고 재밌으니까. 재미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거는 사람도 있는데 여기가 충무로인지 충장로인지 알게 뭔가!

어느 날 밤. 그날도 잠들기 전까지 휴대전화를 붙잡으며 ‘트친분들! 잠이 안와요’ 따위의 글을 쓰고 있었다. 그 순간 거짓말처럼 자조적인 마음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책은? 친구와 오랜 시간 대화한 적은? 따위의 생각이 내 좁은 방을 꽉 채웠다. 부모님께 문자 한번 잘 안하는데 ‘트친분들’은 무슨 얼어 죽을.

나는 남들이 ‘예’라고 할 때 ‘아니요’ 라고 외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궁금했다. 모두가 SNS와 메신저 서비스를 필수로 사용하는 이때에 나 혼자 쓰지 않는다면? 내가 정말 SNS중독자인가? 그 순간 결심했다. 광장시장 마약김밥보다 더 생각나는 SNS를 끊어보기로. 타의가 아닌 자의로, 순수한 탐구정신에만 기초한 이 결심에 조금 우쭐해졌다. 헤어지면 죽을 것 같던 여자친구와 헤어져도 잘 살았는데, SNS 없다고 별일이야 있겠어?

SNS 없는 하루가 시작됐다. 별일은 없었다. 하지만 참기는 힘들었다. 금단 현상은 3일이 아니라 3분 안에 나타났다. 나의 오른손 검지는 습관적으로 애꿎은 휴대전화 홈 버튼만 연신 꾹꾹 눌러댔다. ‘무언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SNS는 이미 삭제한 후였다. 그때부터 내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무거운 중국산 시계일 뿐이었다. 내 출근길은 지루해졌다. 아니 외로워졌다. 집에 와서는 헛헛했다. 그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SNS가 아니면 그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만 빼놓고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이틀째 되는 날에는 동굴 속에서 갇혀 사는 기분이 들었다. 남자는 가끔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하는 본성이 있다고 누가 그랬던가. 재미도 없고 답답했다. 사람들은 전화나 문자메시지 기능을 머릿속에서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윌슨’이라도 만들어야 했다. 결국 이틀째 밤부터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새로울 것도 없다. 예전에 SNS를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책을 보거나 잡스러운 생각을 했으니까. 다시 그때로 회귀한 거다. 그동안 사놓고서 읽지 않았던 책들을 하나 둘씩 꺼내 읽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을 전화와 문자로만 쓰니 더 스마트해지는 기분이었다. 삼일째 되니 몇몇 사람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모두다 시커먼 사내 녀석들의 전화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그런 식으로 전화와 문자만으로 사흘을 더 보냈다. 이렇게 다짐한 일주일이 허무하게 지났다.

어플리케이션이 다시 설치되는 순간에 나는 꽤 흥분했다. 정확히 2072개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나에게 메시지를 남긴 모든 이에게 은총을! 그동안 쌓인 메시지를 확인했다. 파티 초대 두개, 소개팅 제의 한개(이건 지금도 아쉽다), 안부를 묻는 메시지 19개 그리고 2050개의 단체 채팅 메시지. 기대했던(?) 곤란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SNS 없어도 세상은 잘 흘러갔다. 내가 일주일 동안 2072개의 메시지를 놓치고 바보처럼 산 걸까 아니면 더 현명하게 산 걸까.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앞으로도 신상이 털리는 그날까지 SNS를 사용할거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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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신정인 기자 / 취재 이광수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2.02.03기사입력 2012.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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