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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콤한 밥 위에 톡 쏘는 고추냉이, 그리고 신선한 생선 조각을 올린 스시는 매우 간결한 요리임에도 불구하고 셰프의 솜씨에 따라 그 맛이 천차만별이다. 반찬이나 소스가 대단한 것도 아닌데 우리의 미각을 사로잡는 그 비결은 무엇일까.

‘스시’라고 하면 방금 갓 잡은 신선한 생선을 떠올리지만 원래는 우리의 ‘식해’처럼 발효식품이었다.
아주 오래전 일본 사람들은 은어나 붕어 같은 민물생선을 소금에 절인 뒤 밥을 넣어 무거운 돌로 눌러뒀다.
그리고 수십 일 또는 수개월 동안 발효시킨 다음 식탁에 올렸던 데서 오늘의 초밥이 비롯됐다.

이렇게 오랜 세월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었던 초밥은 ‘니기리스시’가 등장하면서 간편하고 빠른 시간에 만들 수 있게 됐다.
니기리란 손으로 쥐어 만든다는 뜻으로 1820년대 요리사 요헤이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그는 밥에 식초를 넣어 비빈 뒤 손으로 쥐어 생선 조각을 얹어냈는데, 그의 이런 조리 방식은 최소 한 달, 길게는 일 년 가까이 걸리던 초밥을 단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일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지금의 도쿄가 번창하면서 성격 급한 도쿄 사람들에 의해 니기리스시는 더욱 발전했고 일본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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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초밥은 물수건에 손을 닦아가며 손으로 집어 먹어도 괜찮다.

 
 
처음에는 니기리스시가 도쿄의 전통 요리에 지나지 않았지만 간토대지진으로 인해 도쿄에 모여 있던 스시 장인들이 대부분 고향으로 돌아가 정착하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식량난 해소를 위해 음식점 영업이 일시적으로 금지되던 와중에도 스시집만은 쌀 1홉으로 스시 10개를 만드는 조건하에 운영이 허락됐다.
이로 인해 일본 내에 초밥 전문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초밥이 대중화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일본인들의 사랑을 받게 된 초밥은 이제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는 메뉴가 됐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스시 전문점이 있다. 필자는 20년 전쯤 고향, 포항에서 부모님과 함께 처음으로 초밥을 맛봤다.
지금 생각하면 떡같이 진밥에 가루 와사비를 넣은 엉터리였지만 그 당시엔 그저 신기하고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일식을 배우기 위해서 서울로 왔을 때 ‘나리스시’라는 일식 전문점에서 근무하게 됐다. 그 집은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었다.
매출이 좋은 덕분에 좋은 재료를 다양하게 보고 만져볼 수 있었다.
2000년도 초반, 서울 스타일의 스시는 작게 쥔 밥 위에 생선을 길게 늘어뜨린 올챙이 모양이었다. 당시 스시의 밥이 많으면 금방 배가 불러오기에 밥보다는 생선 위주로 만들었던 것 같다.
사실 나리스시에서 배운 스시가 일본 전통스시인 줄 알았다. 일본 유학을 가서야 지금까지 배운 스시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일본에 가니 한국에서처럼 활어를 많이 쓰지 않고 선어 중심으로 스시를 쥐고 있었다. 당시엔 살아 있는 활어로 만든 스시가 더 좋은 줄 알았다. 당연히 죽은 생선보다는 눈앞에 살아 있는 생선을 떠서 바로 쥐어주면 최고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마치 삭힌 홍어의 맛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살아 있는 홍어회를 더 선호하는 것과 같았다.
활어가 신선도와 식감은 선어보다 좋지만 생선 고유의 맛이나 풍미는 선어가 훨씬 앞선다.
활어를 좋아했던 필자는 일본에서 선어를 많이 접하면서 잘 숙성된 선어초밥을 더 즐기게 됐다.

일본에서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스시를 더 공부하기 위해서 스시학교를 따로 다녔다.
그만큼 스시를 좋아했고 일식 하는 사람이라면 스시 공부는 꼭 해야 한다는 마음에 비싼 학비였지만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서 스시학교에 등록했다.
그곳 교사들은 일본 스시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까. 70대로 보이는 노장과 오랜 경험을 가진 50대 이상의 베테랑들이었다.

그곳에서 스시의 역사와 기본 생선 손질법 그리고 필자가 궁금했던 모든 것을 배웠다.
예를 들어 스시의 밥을 만들 때 스시촛물을 밥에 붓고 부채질을 왜 하는지 물어봤는데 그 이유는 뜨거운 밥을 식히면서 스시초들이 밥알 하나하나에 코팅이 돼 어느 한쪽의 맛이 기울지 않게 균형을 맞춰주기 때문이라며 자세히 설명해주는 식이다.
다테가에시(세워서 쥐는 법), 고테가에시(현대식으로 돌려 쥐는 법), 혼테가에시(옛날 스타일의 돌려 쥐는 법) 등 스시를 쥐는 다양한 방법까지 모든 것을 전수하듯 세세하게 잘 알려줬다.

아침부터 쉬지 않고 스시를 만들고 공부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한번은 이 스시학교에 일본 요리학교 일식 담당 선생님도 스시를 배우기 위해 필자보다 낮은 기수로 수업을 들으러 오셨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선생님은 조금 부끄러웠는지 어색한 미소를 날려줬다.

스시를 너무 좋아하는 필자는 아는 지인과 3명이서 회전스시 119접시를 먹은 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접시를 높이 쌓아올렸고 목구멍 끝까지 차도록 먹고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당
시 일본 최고의 스시를 먹기 위해 없는 돈에 큰마음 먹고 긴자에 있는 ‘스시큐베이’에 갔다. 물론 더 오래되고 맛있는 스시집도 많지만 스시큐베이는 일본 초밥의 대표라고 할 만큼 유명한 곳이었다.
예약을 한 달 전에 하고 가서는 잔뜩 긴장한 채 스시 바에 앉아 음식을 기다렸다. 몇 백 년 된 히노키나무(노송나무)로 된 스시 바의 은은한 향이 기분을 좋게 했다.

▶‘스시선수’ ‘스시코마츠’ 오너의 재료에 대한 고집 발군

초밥집에서는 선호하거나 싫어하는 재료 말해주는 게 좋아

처음에 흰 살 생선이 먼저 나왔는데 스시를 쥐는 셰프의 모습 하나하나가 너무 멋있어 저렇게 따라 해보고 싶다는 의욕이 생겼다.
스시를 한입 넣었는데 스시 밥의 온도, 생선이 주는 식감, 간장의 풍미 등이 잘 어우러져 있어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온갖 좋은 것을 먹어본 지금은 이 집의 초밥을 다시 맛본다 해도 아마 그때처럼 감동스럽지는 않을 테지만. 마치 군대에서 먹던 최고의 라면 맛을 제대 후 다시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스시가 당길 때는 가끔 최지훈 셰프가 쥐어주는 ‘스시선수’나 이상남 셰프의 ‘스시코마츠’에 간다.
이 두 곳은 오너의 재료에 대한 고집과 함께 오랜 세월 동안 갈고닦은 내공으로 갈 때마다 감탄한다.

초밥집에서는 미리 자기가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재료를 말해주는 것이 좋다.
밥이 적은 초밥을 먹고 싶다면 미리 밥을 적게 해달라고 주문한다.
요리사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오마카세’를 선택하면 좀 더 섬세하게 신경 써준다. 먹는 순서는 담백한 맛부터 진한 맛으로 옮겨가야 재료 각각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간장은 밥알에 찍으면 간장 맛이 강해지고 밥알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생선에 찍어 먹도록 한다. 고급 초밥집에 가면 ‘데부키’라는 작은 물수건이 나오는데 여기에 손을 닦아가면서 손으로 초밥을 집어 먹어도 괜찮다.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스시

재료 : 광어, 농어, 새우, 밥, 시소잎, 와사비, 사시미간장, 가리(초생강) 적당량으로 준비한다.

스시초 : 설탕 96g, 소금 36g, 식초 144g, 다시마 6g / 밥 100g과 스시초 15g을 비벼줌

만드는 법

➊ 스시초 재료를 냄비에 담고 끓으면 불을 끄고 식혀 다시마를 건져낸다.

➋ 뜨거운 밥에 스시초를 알맞게 넣어 비빈 다음 40분 정도 둬 숙성시켜 놓는다. 생선 재료들은 초밥을 쥐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스시밥 13g, 1개 기준에 생선은 가로 1.5㎝, 세로 6㎝ 정도가 적당하다.

➌ 새우는 스시초에 30분 정도 담갔다가 꺼낸다.

➍ 밥을 쥐어 모양을 잡고 그 위로 와사비, 생선이나 새우순으로 올려서 가볍게 쥐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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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라시스시

재료 : 광어, 농어, 연어, 오이, 시소잎, 와사비, 김채, 초생강, 밥, 사시미간장 적당량으로 준비한다.

만드는 법

➊ 스시초 재료를 냄비에 담고 끓으면 불을 끄고 식혀 다시마를 건져낸다.

➋ 뜨거운 밥에 스시초를 알맞게 넣어 비빈 다음 40분 정도 둬 숙성시켜 놓는다.

➌ 생선들은 한입 크기로 떠놓고 초생강은 잘게 다져 놓는다. 오이는 소금에 절인 후 작은 크기의 주사위 모양으로 잘라 놓는다.

➍ 둥근 밥그릇에 스시밥을 놓고 그 위로 김채, 소금에 절인 오이, 다진 초생강을 뿌린다.

➎ ➍ 위에 준비해놓은 시소잎과 생선들을 모양 좋게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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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 / 사진 : 최영재 기자]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10.10기사입력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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