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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외식업계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사진은 3만원 이하 ‘식사+술’ 메뉴를 새로 선보인 불고기브라더스.

<연합뉴스>



“김 대리, 오늘 저녁 미팅은 어디로 갈지 정했나? 지난번 거기는 좀 별로였어. 중요한 분들이니까 맛있고 분위기 좋은 곳으로 잘 찾아봐. 아, 김영란법 안 걸리게 조심하는 거 잊지 말고!”

오늘도 김 대리의 하루는 고민과 함께 시작된다. 식사 겸 미팅이 있을 때마다 식당 선정은 늘 걱정거리.
어쩔 땐 일보다 식당 고르는 게 더 고역이다. 업무 특성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직원을 자주 만나다 보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에는 고민의 깊이가 한층 깊어졌다.
3만원 넘는 식사 접대는 김영란법 위반 대상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비싸면 적어도 욕은 안 먹는다’는 생각에 고급 한정식집이나 일식당을 주로 예약하곤 했지만, 이제는 맛과 분위기는 물론 가격까지 따져봐야 하니 식당 고르는 게 만만찮은 일이 됐다.

고민이 많은 건 김 대리뿐 아니다. 김영란법 시행을 맞아 국내 외식업계에는 ‘비즈니스 모임’ 수요를 둘러싼 지각변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 조계사 인근에서 60년 넘게 영업하던 한식당 ‘유정’이 문을 닫는 등 고급 식당이 철퇴를 맞은 반면 3만원 이하 메뉴를 전면에 앞세운 식당들이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김영란법 이후 외식업계의 달라진 신풍속도와 함께 김 대리의 고민을 덜어줄 만한 ‘3만원 이하’ 식당들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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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뺀 특급호텔…신메뉴 출시

▷가성비 갑 비즈니스호텔 뷔페도 인기

최근 놀라운 변신을 보여주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특급호텔이다. 고급 비즈니스 미팅의 대명사였던 특급호텔은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적잖은 타격이 예상됐으나, 발 빠른 대처로 비즈니스 모임 유치에 나서고 있다.

코트야드메리어트서울 타임스퀘어는 메인 메뉴(소고기 불고기, 연어스테이크, 닭가슴살 구이) 하나에 수프, 커피를 제공하는 코스 요리를 딱 3만원에 맞췄다.
메이필드호텔은 궁중 한정식당 ‘봉래헌’의 한우불고기 반상과 ‘낙원’의 한방 갈비찜 반상이 모두 3만원이다. 노보텔앰배서더서울 강남도 일식당 ‘슌미’와 양식당 ‘더비스트로’에서 각각 3만원의 초밥 세트·메로간장구이 정식, 스테이크 세트를 새로 구성해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은 1인당 3만원의 연회 메뉴 9종을 새롭게 내놨다.
스크램블, 쇠고기 버섯죽, 황태북어국 등 3가지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구성한 조식 코스를 3만원에 맞췄다. 점심에는 광동 스타일의 중식 코스 3가지를 기존 메뉴에 추가 구성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김홍기 뱅커스클럽 지배인은 “기존 고객으로부터 김영란법 때문에 미팅 장소 섭외가 어려워져 3만원 이하 메뉴를 찾는 문의를 많이 받았다”며 “고객의 필요를 충족하고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콘퍼런스와 세미나 트렌드 변화에 발맞추기 위해 9종의 3만원 메뉴를 출시했다”고 말했다.

세종호텔은 주중에 5코스로 제공되는 점심 세트 메뉴가 2만5000원이다. 또 1만원부터 시작하는 테이크아웃 도시락 6종을 새로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석쇠불고기, 치킨스테이크, 연어스테이크, 소불고기, 안심스테이크, 찹스테이크&새우구이 등으로 이 가운데 5종이 1만~2만7000원 사이다.
파크하얏트서울이 새로 선보인 ‘트레이 세트 메뉴’도 한 트레이에 애피타이저, 메인 요리, 사이드 디시, 디저트 등을 담아 제공하는데 가격을 2만9700원으로 맞췄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로 인해 호텔의 고급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면서도 “김영란법 시행 영향으로 그동안 가격대가 너무 높아 일반인이 부담을 느꼈던 호텔 레스토랑 진입장벽이 낮아져 수요가 늘어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최근 가성비를 높인 비즈니스호텔 뷔페도 김영란법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라스테이의 뷔페 레스토랑 ‘카페(cafe)’는 2만원 안팎의 부담 없는 가격에 깔끔한 인테리어와 세련된 분위기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근 직장인들 비즈니스 모임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라스테이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를 제외한 8개 지점의 주중 런치 예약률이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피스 타운에 위치한 신라스테이 광화문점의 경우 디너 뷔페 가격도 3만원에 맞춰 저녁 모임 장소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명동 L7의 ‘빌라드샬롯’ 역시 2만원에 런치 뷔페 가격을 맞췄다. 빌라드샬롯은 독립된 세미나실과 룸을 보유하고 있어 비즈니스 단체 모임이나 식사를 겸한 회의 장소로도 인기다.
이비스스타일앰배서더서울 명동의 ‘르 스타일 레스토랑&바(2만5000원)’나 서울가든호텔의 ‘라스텔라(2만9700원)’의 주중 런치도 3만원 이내로 즐길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영란 메뉴 속속 등장

▷남포면옥·부민옥 등 노포 강자 눈길

여의도나 광화문 등 김영란법 대상자가 많이 근무하는 오피스 타운에는 3만원 이하의 이른바 ‘영란 메뉴’를 내걸고 고객몰이에 나선 식당이 적지 않다.

남도요리 전문식당 ‘해우리’는 기존 최저가 저녁 코스 가격이 3만6000원이었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계기로 1인 기준 2만9000원짜리 신메뉴 ‘란이한상’을 선보였다.
예전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면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는 판단에서 메뉴를 조정한 것. 기존 저녁 메뉴처럼 코스 형태로 차례차례 음식이 나오지 않고 한 번에 차려내 서비스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대를 낮췄다. 하루에 선착순 5팀에만 한정 판매한다.

저녁에는 식사와 함께 술 한잔을 곁들이지 않기 어렵다. 불고기 전문 프랜차이즈 ‘불고기브라더스’는 1인 기준 2만4900원짜리 ‘특선버섯 불고기세트’ 메뉴와 함께 4900원에 맥주와 와인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게 했다.
밥과 함께 술까지 마음놓고 마실 수 있다는 점이 호응을 얻고 있다. 메뉴판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만들기에 함께한다’는 안내와 함께 ‘김영란’ 원형 마크를 넣는 등 김영란법을 오히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여의도의 생선회 전문점 ‘고래와새우’는 소주 두 병이 포함된 3만원짜리 ‘영란 코스’를 가을 신메뉴로 내놨다.
모듬회와 구이 등이 포함된 ‘영란 스페셜’은 3인 기준 7만5000원. 소주 한 병에 맥주 두 병을 추가해 ‘소폭’까지 한 잔씩 곁들일 수 있는 가격이라는 설명이다.
한우전문점 ‘민소’는 한우 등심과 된장찌개 세트를 2만5000원에 구성해 한우를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번 김영란법 시행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는 식당이 있는가 하면, 기존에 이미 3만원 이하로 충분히 즐길 수 있었던 맛집도 재조명을 받고 있다.

청담동에 위치한 중식당 ‘더라운드’는 런치 메뉴가 2만9000원으로 ‘건강한 중식’을 맛보고 싶다면 들러볼 만하다.
외관만 보면 중식당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세련된 디자인의 나무 출입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서면 고급 돌 장식과 바, 정원에 이르기까지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에 온 느낌을 받는다.
테이블 간격도 널찍널찍해 대화가 많이 이뤄지는 비즈니스 모임에 안성맞춤. ‘강남맘’ 사이에선 이미 저렴하고 분위기 좋은 중식당으로 유명하다. 보통 룸은 2주 전, 홀은 1주일 전에 예약이 끝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미팅 상대방이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라면 노포가 즐비한 다동 먹자골목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평안도 음식 전문점 ‘남포면옥’은 어복쟁반이 대표 메뉴다.대-중-소가 각각 8만-7만-6만원으로 사람 수에 맞춰 주문하면 된다. 넓게 썰어낸 한우와 버섯, 온면, 만두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육수를 무한리필 해주기 때문에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동치미는 별미 중의 별미.

양무침(3만원)과 부산찜(2만8000원)으로 유명한 ‘부민옥’, 수육(3만9000원)과 전골국수(1만7000원)가 일품인 ‘곰국시집’, 1인분 2만4000원(하회정식)에 수육·메밀묵·국시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소호정’도 김영란법 아래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전통의 맛집으로 꼽힌다.


 

류지민 기자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10.10기사입력 201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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