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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보호를 위한 최선의 해법은 무엇일까 

- 환경운동가 "상아 밀거래는 비도덕적…무조건 전면 중단해야" 

- 경제학자 "불법화는 가격급등만 초래...지속가능 개발 인센티브를" 

"상아의 시장 가치는 코끼리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 하지만 쇠고기의 시장가치는 소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왜 그럴까? 코끼리는 공유자원이지만 소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이다. 코끼리는 주인 없이 초원을 자유로이 돌아다닌다. 따라서 밀렵꾼은 가능한 많은 코끼리를 남보다 먼저 잡아야 하는 유인(incentive)를 가진다. 밀렵꾼은 숫자가 많기 때문에 각자가 스스로 밀렵을 자제하여 코끼리의 숫자를 유지할 유인이 거의 없다. 반면에 소는 사유재산인 목장에서 사육되는 사유재산이다. 목장주는 소의 숫자를 관리하는 것이 자기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소를 잘 관리한다."<맨큐의 경제학(4판). 276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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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한때 아프리카 대륙의 지배자였다. 

19세기만 해도 2000만 마리가 넘는 무리들이 검은 대륙을 떠돌아 다녔다. 하지만 지난 세기 동안 코끼리 숫자는 95% 이상 감소했다. 이제는 40만 마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나마 3분의 1은 안전지대로 분류된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 개발이 덜 된 보츠와나에 몰려 있다. 코끼리 사냥은 불법이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4년에도 밀렵꾼들은 매년 3만 마리씩 코끼리를 죽여왔다.
상아 거래가 불법화된 가운데 상아 가격이 킬로그램당 1100달러에서 2100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비싼 값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24일부터 10월5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17차 연차 총회에선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코끼리를 어떻게 보호할지를 놓고 거센 충돌이 벌어졌다. 

케냐와 베니 등의 주도로 사하라 인근 아프리카 29개국은 상아 교역에 대한 전면적인 금지만이 위기에 직면한 코끼리를 멸종 위협에서 구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들 국가는 이미 코끼리의 거래가 전면 금지된 부속서 1항의 규제를 받고 있다.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남아공 등 그나마 남은 코끼리들이 현재 집단 서식중인 남부아프리카 국가들은 발끈했다. 이들은 현재 코끼리의 부분 거래가 허용되는 CITES 부속서 2항의 적용을 받고 있다. 나미비아는 부속서 1항으로 승격되면 협약에서 탈퇴하겠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이들 국가들은 코끼리 숫자가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만큼, 보호등급을 높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상아 거래를 합법화해서 이에 따른 수입이 코끼리 보존 노력에 쓰일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폈다. 그들은 야생자원들이 국가 수입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허용할 때만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환경 보전 정책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럽연합(EU)도 아프리카 코끼리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몰릴 정도는 아직 아니라며 등급 상향 조정에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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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주장이 옳을까. 

사실 상아 판매는 1989년 전세계적으로 금지돼 왔다. 하지만 수 차례에 걸쳐서 부분 해제됐다. 현재 남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일부는 상당한 양의 상아를 재고로 비축해둔 채 상아 거래가 풀리기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상아의 가장 큰 수요처는 과거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었지만 이제는 중국이다.
중국과 홍콩에서 상아는 장신구와 보석세공품으로 사용된다. 2013년 기준으로 중국에 34개 상아 공장이 있으며 상아 거래 허가를 받은 판매상이 130개가 존재한다.
상아 거래가 부분 해제된 2008년 한해 동안 중국이 합법적으로 수입한 상아만 62톤에 달하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직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우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코끼리 보호 방법은 사하라 인근 국가들의 주장처럼 상아 교역을 전면 금지하는 것이다.
불법 채집된 상아 교역을 불법화하는 것은 물론, 기존 상아제품의 거래, 심지어 골동품까지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 죽은 코끼리에서 나온 상아 거래를 허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며 절대 허용되어선 안 된다.
상아 거래를 부분적으로라도 합법화의 길을 터놓을 경우, 남용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불법 채취돼 새로 시장에 진입한 상아인지, 기존에 거래되고 있던 상아인지 구분이 모호하다. 상아 거래를 불법화할 경우 새로운 거대 수요자로 떠오른 중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신흥 부자들도 상아에 대한 탐닉이 죄악이란 사실을 똑똑하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수요가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급을 완전히 불법화할 경우, 암시장이 만들어지면서 가격이 치솟는다는 것이다. 마치 필로폰과 같은 마약처럼 말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아 밀렵 사냥꾼들에겐 코끼리 불법 사냥을 늘리라는 강력한 인센티브(incentive)를 제공하게 된다. 코끼리 밀렵꾼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만큼 가격이 치솟으면서 코끼리 밀렵에 나서라는 유혹을 던지게 된다.
만약에 상아 거래 불법 정책이 완벽하게 효력을 발휘해도 문제는 남는다. 만약 상아의 금전적 가치가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굶주린 아프리카 농부들이나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코끼리 떼는 그저 농토를 짓밟는 성가신 훼방꾼에 불과하다. 야음을 틈타 죽여 없애는 것만이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당장에 관광 수입 때문에 코끼리 몇 마리 남겨둔다 해도 급증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선 오히려 코끼리 서식지를 없애버리는 게 득인 상황이다. 

정반대의 발상은 상아 교역을 찔끔찔끔 풀어주는 게 아니라 완전히 합법화하는 것이다.
그레고리 맨큐와 같은 주류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교과서적인 처방처럼 불법화된 상아 거래를 합법화하게 되면 그 동안 쌓아둔 막대한 재고의 상아가 시장에 방출될 것이다. 공급이 늘면 자연스럽게 상아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밀렵꾼들이 상아 채취를 위한 코끼리 밀렵에 나설 유인도 떨어질 것이다.
 
맨큐는 교과서에서 이렇게 썼다. "보츠와나와 같은 나라들은 코끼리 사냥을 허용하되 자기 소유의 토지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여 사실상 코끼리를 사유재산화했다. 그 결과 토지 소유자들은 코끼리가 자기 소유의 토지에 들어와 계속 머물기를 원함에 따라 코끼리의 숫자는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소유권과 이윤동기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아프리카 코끼리들은 멸종위기에서 벗어났다."
인간이 코끼리를 사유화하면, 지속 가능한(sustainable)한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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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권 확보와 이윤 보장이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의 처방은 그렇다면 만병통치약일까. 

코끼리 수컷이 완전한 크기의 상아를 뽐내기까지 성장하려면 대략 45-55년이 소요된다. 아프리카 농부들이 코끼리가 다 클 때까지 참고 기다려 줄 수 있을까. 

영국 스털링대학교 필리스 리 교수는 케냐 앰보셀리 국립공원에서 모은 1972년 이후 코끼리 출산, 사망, 성장한 1360마리 데이터 등을 토대로 지속 가능한 상아 생산량에 대한 수확 시나리오 모델을 개발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냥꾼도 없고, 가뭄이나 갑작스런 집단 스트레스가 없다는 최선의 시나리오 하에서 매년 수확 가능한 상아의 양은 150킬로 그램에 불과했다.
이는 결국 1년에 지속 가능한 생산량이 수컷 코끼리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결론이다. 

상아 생산을 늘리거나 또는 심지어 유지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국 두 가지 문제에 부딪혀야 했다. 그 중에 하나는 관리자들은 관리자들이 가장 큰 수컷, 다시 말해 대부분의 상아를 생산하는 코끼리들은 순식간에 소진해버릴 수 밖에 없고, 그리고 같은 양의 상아를 생산하기 위해 한번에 여러 마리의 수컷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것은 결국 집단 말살로 이어졌다. 지속 가능한 생산 모델은 적어도 필립스 교수 모델로는 불가능했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필로폰과 같은 마약, 매춘과 같은 것들은 불법화하기 보다는 합법화를 통해 제도권내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게 낫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급이 불법화되긴 했지만 적어도 합법화로 인한 공급 부족의 문제는 없었다. 적어도 암시장의 경제학은 코끼리처럼 더디게 자라는 대형 동물에겐 성급한 일반화가 힘들다. 2년만 키우면 잡아먹는 소도 아닌데 말이다.
멸종 위기에 처한 포유류를 보호하기 위해선 과격한 주장을 일삼는 환경론자들의 도덕론도 한계가 있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경제학자의 주장도 무조건 믿을 일은 아니다.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는 현생 인류를 지구라는 행성 연대기에서 가장 치명적인 종, 연쇄살인범(serial killer)라고 불렀다. 약 4만5천년 전 호모 사피엔스의 호주 대륙에 상륙하면서 무게 2.5톤의 디트로토돈 등 호주의 대형 포유류 24종 가운데 23종이 멸종됐다.
하라리는 냉소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세상의 대형 동물 가운데 인간이 초래한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것은 오직 인간 자신과 노아의 방주에서 노예선의 노잡이들로 노동하는 가축들뿐일 것이라고. 코끼리의 운명도 결국엔 마찬가지일 것이다. 

P.S. 중학생 아들이 영어 문제를 풀다 헷갈려 했다. 

※ 인간과 가축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예문을 읽고 답하시오. 밑줄 친 coexist란 단어의 정의로 맞지 않는 것은? 

① coincide ② make parallel ③ synchronize ④ cooperate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했다. 야생동물을 붙잡아다 일 시키고 잡아먹으려고 길들이는 게 협력하고 공존하는 거야? 바로 알아들었다. 정답 ④. 

 

이근우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10.18기사입력 201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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