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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에그 베네딕트’에서 ‘베네딕트’는 미국 사람 이름이라고 한다.

음식과 와인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서부에 간 적이 있었다. 자그마한 호텔에 묵었는데 아침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을 때였다.
과일과 여러 가지 빵, 아시아 사람들을 위한 캘리포니아롤 등이 준비돼 있었는데 유독 한 곳에만 줄이 길었다.
궁금한 마음에 앞쪽으로 가보니 한 직원은 잉글리시 머핀에 베이컨과 야채를 올리고 다른 직원은 수란을 바로바로 만들어 맛있어 보이는, 노란 소스를 부어 올려주고 있었다. 

당시 일본 요리에는 해박했지만 미국 음식에 대해 아는 것이 별반 없었던 필자는 샌드위치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샐러드 같기도 한 이 음식을 그때 처음 봤다.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했다. 긴 줄을 마다 않고 기다려, 그 에그 베네딕트라는 음식을 받아 테이블로 향했다. 모자라는 영어지만 직원에게 이 음식에 대해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마침 테이블 앞쪽에 한국인 커플이 눈에 띄어 물어보니 이 음식의 유래는 자세히 모르지만 미국식 샌드위치라고 설명해줬다. 

맘 같아서는 샌드위치처럼 양손으로 들고 크게 베어 물고 싶었는데 옆쪽에 포크와 나이프가 놓여 있어서 교양 있게 조금씩 잘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노란 소스는 첫입에 홀란다이즈 소스라는 것을 알았지만 산뜻한 맛과 농도의 밸런스가 너무 좋아 먹는 내내 행복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농밀한 맛에 반하고야 마는 에그 베네딕트는 갓 구운 잉글리시 머핀 위에 구운 베이컨과 수란을 올리고 진한 홀란다이즈 소스를 뿌려 먹는 미국식 샌드위치다.
1860년대 이후에 만들어진 음식으로 뉴욕의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기도 하다. 

이제 세계인의 사랑을 널리 받고 있는 에그 베네딕트는 영화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샌드위치로도 유명하다.
줄리아 로버츠의 ‘런어웨이 브라이드’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좋아하는 달걀 요리로 에그 베네딕트가 언급됐고, 맛있는 음식 영화 ‘줄리 앤 줄리아’에서는 에그 베네딕트를 잘 만들 수 있는 팁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만드는 장면이 꽤 자세하게 나온다. 

그런데 왜 이름이 에그 베네딕트일까? 여기서 베네딕트는 미국 사람 이름이라고 한다.
에그 베네딕트의 정확한 기원은 논란이 좀 있지만 설득력 있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1860년대 뉴욕 맨해튼 남쪽에 있던 ‘델모니코스(Delmonico's)’라는 식당을 자주 찾던 르그랑 베네딕트(LeGrand Benedict) 부인이 어느 날 자주 먹던 메뉴가 물려서 뭔가 새로운 것을 먹고 싶다고 하자 주방장 찰스 랜호퍼가 부인을 위해 이 요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주방장은 이 요리에 부인의 성을 따서 ‘에그스 알라 베네딕트(Eggs a' la Benedick)’라고 이름 붙였고, 1894년 그의 요리책 ‘더 에피큐리언(The Epicurean·미식가)’에 이 레시피를 소개했다. ‘머핀을 가로로 반으로 갈라 살짝 굽고, 머핀과 같은 지름의 익힌 햄을 얇은 두께로 썰어 얹는다. 이후 미지근한 오븐에 빵과 햄을 넣고 데운 후 수란을 얹고 홀란다이즈 소스를 수란이 모두 덮힐 정도로 듬뿍 뿌려 낸다’고 적혀 있는 레시피. 

다른 하나는 1894년 어느 날 아침, 은퇴한 월스트리트 증권 거래인 르뮤엘 베네딕트(Lemuel Benedict)가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숙취를 풀기 위해 ‘버터를 발라 구운 빵, 수란, 바싹 구운 베이컨과 홀란다이즈 소스를 넉넉히 달라’고 주문한 데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당시 호텔 지배인이 음식의 조합에 반해 빵을 잉글리시 머핀으로 바꾸고 베이컨 대신 햄을 넣어 아침과 점심 메뉴로 내놓으면서 지금의 에그 베네딕트가 탄생했다고 한다. 

에그 베네딕트는 주재료로 이용하는 빵이나 곁들이는 부재료, 소스 등에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왔다.
그중 반응이 좋았던 베네딕트는 부재료나 즐겨 먹었던 사람의 이름에서 따온 독자적인 명칭을 갖게 됐다. 

예컨대, 러시안 이스터 베네딕트(Russian easter benedict)는 홀란다이즈 소스 대신 레몬즙과 머스터드로 향을 낸 베샤멜 소스를 뿌리고 위에 캐비어를 얹는다.
햄 대신 베이컨 한 조각을 길게 넣고 토마토 한 조각을 더 얹은 에그 블랙스톤(eggs blackstone)도 있다. 햄 대신 훈제 연어를 넣은 것은 에그 헤밍웨이, 에그 코펜하겐, 에그 몬트리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요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수란이 터지지 않도록 온도를 잘 조절해야 하는 등 조리법이 다소 까다롭다.
에그 베네딕트의 주재료인 홀란다이즈 소스도 시판용을 사용하면 간편하지만 직접 만들려면 상당한 정성을 들여야 한다. 

홀란다이즈 소스는 달걀노른자와 액체 상태의 버터를 유화시켜 만든 연노란 빛깔의 소스다. 레몬즙과 약간의 카이엔 페퍼를 넣어 버터의 느끼함을 줄이고 산뜻한 맛을 더해 부드럽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홀란다이즈 소스는 에그 베네딕트뿐 아니라 데친 아스파라거스나 브로콜리, 흰살 생선류와 같이 담백한 재료에 두루 어울린다. 

▶에그 블랙스톤·에그 헤밍웨이·에그 코펜하겐 종류 다양 

수란이 터지지 않도록 온도 잘 조절하는 게 관건 

홀란다이즈 소스를 만들려면 끓는 물이 담긴 냄비 위에 오목한 볼을 얹은 후 달걀노른자와 레몬즙(또는 식초)을 넣고 달걀노른자가 익지 않도록 중탕하며 거품기로 젓는다.
달걀노른자가 옅은 노란색의 걸쭉한 상태로 바뀌면 따뜻한 액체 상태의 정제 버터를 조금씩 부어가며 계속해 저어 완성한다.
완성된 홀란다이즈 소스는 체온보다 따뜻한 정도의 온도를 유지해야 하며 쉽게 상할 수 있어 만든 후 반드시 1~2시간 내에 먹어야 한다. 

오래전의 추억과 함께 그때 맛봤던 에그 베네딕트를 느끼고 싶어서일까. 10여년 전 처음 에그 베네딕트를 맛본 후 미국이나 다른 나라의 호텔에 가면 꼭 에그 베네딕트를 찾아서 먹곤 한다. 

이제 우리나라도 에그 베네딕트를 내는 레스토랑이 늘고 있어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다. 햇살 좋은 휴일, 느긋하게 브런치로 즐겨보는 에그 베네딕트는 어떨까. 

▶신동민 셰프의 Cooking Tip 

▷에그 베네딕트 

재료 : 달걀 2개, 베이컨 2장, 잉글리시 베이글 1개, 버터 적당량, 홀란다이즈 소스, 소금, 후추, 식초 

만드는 법 

➊ 끓는 물에 식초를 1큰술 넣어주고 한 방향으로 잘 저어서 회오리 모양을 만들고 그 중앙에 달걀을 넣어 흰자가 굳을 때 건져 찬물에 넣어 식힌다. 

➋ 프라이팬에 버터를 넣고 베이글과 베이컨을 구워서 준비한다. 

➌ 냄비에 시판용 홀란다이즈 소스를 살짝 데워 준비한다. 

➍ 베이글은 옆 방향으로 반을 자르고 그 위에 베이컨과 준비한 수란, 홀란다이즈 소스를 올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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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 에그 베네딕트 

재료 : 달걀 2개, 베이컨 1장, 식빵 1장, 버터 적당량, 토마토 1개, 홀란다이즈 소스, 소금, 후추 

만드는 법 

➊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이고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달걀은 노른자가 살아 있게 반숙으로 익힌다. 토마토는 가로로 슬라이스해서 준비한다. 

➋ 냄비에 시판용 홀란다이즈 소스를 살짝 데워 준비한다. 농도가 짙으면 물을 조금 넣어서 조절한다. 

➌ 준비한 식빵에 베이컨, 토마토, 달걀을 순서대로 올리고 홀란다이즈 소스와 파마산치즈를 뿌려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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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최영재 기자] 

 

신동민 슈밍화미코 오너 셰프자료제공 매경이코노미
발행일 2016.10.24기사입력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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