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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대 실험논문 '네이처 신경과학'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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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네이처] 
▲ 사진 설명 : 뇌 측두엽 안쪽에 자리 잡은 편도체는 거짓말에 반응해 이를 제어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하지만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편도체는 활동성이 떨어지고(빨간색 부분이 줄어들고) 제어 기능이 약해져 거짓말을 반복하게 된다.
사진은 편도체가 있는 측두엽에서 후두엽으로 쪼개 단층촬영한 것의 한 부분으로, 거짓말 횟수나 시간 변화에 따른 촬영은 아니다.

2013년 한 남성이 모 유명 대학 의과대학 출신 의사와 결혼한 뒤 자신의 아내가 갑자기 종적을 감췄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남편의 가족에게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가로챈 직후 사라진 것이다. 

알고 보니 그녀는 실제 의사도 아니었고, 심지어 맞선 때 시부모와 만나기 위해 데려온 자신의 부모조차 친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리'로 앉히기도 했다.
이른바 '연극성 인격장애'에 빠진 그녀는 남의 시선을 끄는 걸 좋아해 공격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평소 자신이 이루고 싶은 인물상을 설정해가며 자신이 그 인물이라고 착각하기 일쑤였다. 

거짓말을 할수록 쭉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처럼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어느 순간 자신도 제어할 수 없는 수준의 거짓말 천지에 빠지고 마는 현상.
 
이를 설명할 과학적 근거가 밝혀졌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고, 갈수록 그 범위와 대상도 더 커진다는 게 뇌과학적 연구 결과로 입증된 것이다. 

26일 학술지 '네이처 신경과학'에는 탤리 샬럿 영국 런던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실험 결과 논문이 게재됐다.
인간의 뇌에는 부정직한 행동을 하면 이를 꺼리게 하는 일종의 제동장치 역할을 하는 부위가 있는데 거짓말을 반복할수록 그 제동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뇌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통해 확인됐다. 

연구팀은 18~65세 실험 대상자 80명에게 '거짓말 보상 게임'을 실험했다. 일정 거짓말을 반복하게 하고 그에 따른 득실을 따지게 한 것이다.
그 결과 실험자들의 뇌 측두엽 안쪽에 있는 편도체가 거짓말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원래 편도체는 정서적인 정보를 통합 처리하는 일에 관여해 공포감이나 불쾌감 등을 인지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지시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자들이 초반에 하찮은 거짓말이나 부정직한 행동을 하면 처음엔 이 편도체 활동이 급증하는 것으로 뇌영상 촬영 결과 밝혀졌다.
하찮더라도 거짓말을 처음 하면 상대방에게 미안하거나 자기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감정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것이 다음 거짓말을 하는 데 망설이게끔 한다. 일종의 제동을 거는 셈이다. 

하지만 그다음에 다시 거짓말을 거듭할수록 편도체 활동량은 서서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짓말을 제동할 힘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후엔 더 큰 거짓말을 하더라도 스스로 부끄러운 감정을 모르는 것이다. 

연구팀은 거짓말과 그에 따른 보상 게임을 각자에게 60회가량 실시했다. 실험을 통해 자신에겐 득이 되고 상대방에겐 손해일 때보다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될 때 거짓말을 하는 폭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득이 된다고 믿는 거짓말을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편도체 활동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선 상대방에게 손해가 가더라도 거짓말을 쉽게 제어하지 못한다는 게 연구진 결론이다. 

다만 그 편도체 활동량을 줄어들지 않게 하고 다시금 끌어올려 거짓말을 더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샬럿 교수는 "제멋대로 말하는 정치인이나 부패한 금융업자, 연구 결과를 조작하는 과학자, 불륜을 저지르는 배우자 등이 왜 엄청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는지 이번 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며 "거짓말을 확대하지 않도록 하는 다른 요인은 없는지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일단 간단한 부가 행위만으로도 거짓말을 통제할 순 없을까.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저서 '설득의 심리학'에는 사람의 거짓말과 관련한 행동 실험이 소개돼 있다.
핼러윈 데이 때 사탕을 아이들에게 하나씩만 집어 가라고 한 뒤 아이들 앞에 거울을 부착했을 때와 그러지 않을 때를 비교한 것이다.

거울이 없을 땐 사탕을 2~3개씩 집어가는 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거울이 있는 상황에선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관점, 즉 '또 다른 나'를 직면하게 되면서 사탕을 2개 이상 집어 가기 어려웠다. 

전문가들은 제3자의 관점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마련해야만 거짓말에 대한 각성도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샬럿 교수는 "이번 뇌과학 연구 결과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속임수와 기만이 팽배한 기업·사회적 현상을 해결하는 데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진우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10.26기사입력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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