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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보로부두르 사원 [사진 제공 = 인도네시아 관광청]

우리는 스스로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 그럭저럭 잘 살아간다.
하지만 인간은 책상 위에 놓인 장식품이 아닌지라 가끔 지긋지긋한 일상을 박차고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누구는 한없이 쏘다니고 누구는 여유와 휴식을 즐긴다.
하지만 어느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는 그대라면?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로 떠나보자.
그곳에서 당신은 고고학자가 될 수도 있고, 하루 종일 해변에서 햇볕을 탐하는 게으른 여행자가 될 수도 있다.
자바 문명이 숨쉬고 허니문의 달달함이 꽃피는 인도네시아의 팔색조 매력을 살펴보자. 

 욕야카르타 

욕야카르타로 떠난다고 하니 지인들이 "거기가 어딘데?"라고 한입으로 외쳤다.
욕야카르타가 그만큼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방증. 한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약간 열받는다. 이런 위대한 도시를 모른다니….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욕야카르타에서의 2박3일.
첫눈에 반해 욕야카르타 예찬론자가 된 사연을 소개한다.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도착하자마자 호텔에 짐을 맡기고 보로부두르 사원으로 향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의 실체를 마구 탐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욕야카르타의 첫 번째 여행지는 어떤 모습일까.
티켓을 내고 들어서자 거대한 정원 너머로 삐죽삐죽 솟아난 건축물이 시야를 압도했다. 

지어진 연대만 8세기로 추정할 뿐 누가, 언제, 무슨 목적으로 지었는지 기록이 전혀 없다.
사원이 1814년 발견되기 전까지 밀림으로 덮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땐 얼마나 충격이었는지.
31.5m의 탑을 오르는 데 밟아야 하는 계단만 무려 700개라는 사실은 어떻고. 

벽면에 새겨진 석가모니의 행적과 가르침을 보면서 6층까지 올라가는 길은 5㎞나 된다.
걷고 걸어 꼭대기에 오르니 입이 벌어질 만한 풍경이 펼쳐졌다.
안개가 내려앉은 산등성이 사이로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밀림이 펼쳐져 있었고 수풀 사이사이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소리를 마음껏 지르고 싶으면 지프 투어를 해보자.
욕야카르타 북쪽에는 므라피라는 활화산이 있는데 2010년 대폭발 이후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화산 잔해물이 많아 길이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사륜구동 지프를 타고 스릴을 만끽하기 딱이다. 

하늘이 뻥 뚫린 지프를 타고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한마디로 가슴이 벌렁거리고 어깨가 절로 들썩인다.
녹음이 우거진 밀림을 가로지를 땐 '인디아나 존스' 영화로 빨려들어간 기분.
앞서가는 지프에서 콩나물 시루마냥 흔들리는 일행을 감상하는 것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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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프람바난 사원

마지막 날. 프람바난 사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프람바난엔 여러 명의 신이 잠들어 있다고 했는데 빨리 그 모습을 보고 싶어서다.
차에서 내려 바라본 프람바난. 광활한 잔디 위에 우뚝 솟은 탑의 무리가 성채를 이룬 것 같았다. 그중 제일 높은 47m 높이의 시바신전은 하늘로 뻗은 모습이 바벨탑을 떠올리게 했다.
양옆으로는 브라마신, 비슈누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인간의 힘만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힘들 만큼 규모가 엄청났다.
지역 주민들은 이 신전들이 하루 아침 뚝딱 만들어졌다는 전설을 믿는다. 

 천국으로 가는 발리의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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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발리 해변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내려 '훅' 하는 더위에 놀랐던 것도 잠시.
공항을 벗어난 자동차가 속도를 내자 물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풍경이 펼쳐졌다. 눈부신 태양과 에메랄드빛 바다, 코발트색 하늘…. 가는 내내 몽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수식어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날다시피 하는 서퍼들이 파도를 가로저을 때면 가슴속 무언가가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그리하여 해변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만 맡기고 수영복 안쪽 주머니에 비상금만 챙겨 넣은 채. 아무 장애물 없이 탁 트인 곳에서 오로지 피부가 느끼는 감촉에만 촉각을 의지하기 위해.
그렇게 발리 서쪽 쿠타 해변에 도착했다. 장시간 이동으로 누적된 피로는 온데간데없었다.
오후의 인도양은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과 일광욕이 주는 노곤함 속에 몸을 맡긴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발리의 시간은 아이들의 느린 숨소리처럼 천천히 흘렀다. 

공복에 수영을 하고 나니 물밀듯이 밀려오는 허기에 현지 식당으로 향했다.
망고, 파파야 등의 현지 과일과 페페스, 사테 등 발리를 대표하는 음식들의 맛이 하나같이 손색이 없었다. 특히 오렌지와 라임을 섞은 생과일 주스는 수영 후 갈증을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해소해줬다.
수영으로 뭉친 근육을 풀고 싶다면 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우
리 돈으로 1만원이면 '악' 소리나는 시원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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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은 동이 트기 전에 눈을 떴다. 여행 로망 중 하나가 바다를 '만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발리의 바다를 피부로 느꼈던 것처럼 떠오르는 태양도 마주하고 싶었다고나 할까. 해변에 가자 아침 해를 만나기 위해 나온 이들이 여럿 보였다.
해가 고개를 들자 모두의 시선은 수평선을 향했다. 낮게 깔린 운해를 뚫고 떠오른 빛의 향연은 장엄하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새벽 단잠을 물리치고 수고한 모처럼만의 보람이다. 인도양 전체가 검붉은 물감을 먹은 듯했고, 하늘마저도 아예 푸른색을 잃은 듯 붉은 기운이 번져나갔다.
그 위에 떠 있는 자그마한 낚싯배의 실루엣이 묘하게 어우러져 운치를 더했다.
머릿속의 복잡한 기억들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맑은 아침 공기가 몸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천국은 상상보다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의명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10.31기사입력 2016.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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