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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자산관리 컨셉트가 독해졌다. 두 사람과 얘기를 시작한 지 10여 분. 그런 느낌이 확 온다. 4년 전에도 이 두 사람을 인터뷰했던 경험이 있다. 항상 넉넉하고 여유 있는 얘기를 하던 이들이다. 장기투자를 설파하니 그 여유로움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때와 감이 다르다.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과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투자 전문가다. 실제 진검승부가 벌어지는 증시 최전선에서 인생의 절정기를 보냈고 그 지식과 경험을 투자자 교육에 쏟아붓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두 사람은 자연스레 노후 대비 재테크 분야 대표 `멘토`가 됐다. 투자 목적이 한탕 해서 돈 벌기에서 은퇴설계로 바뀌는 시대적 흐름을 타면서다. 솔직히 이들에게서 이렇게 독한 얘기가 나올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직장인은 없습니다. 직장 다니는 게 몇 년이나 된다고요. 자영업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합니다."

"물가 상승이 4%라고요? 아닙니다. `노인물가 상승률`로 따지면 두 배가 더 올랐습니다."

"주택연금(역모기지)으로 받는 돈이 점점 줄어듭니다. 부동산만 믿고 있다간 큰코다쳐요."

"노후는 낭만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시골집에서 전원생활한다고요? `구매 난민`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극장 효과`를 조심하세요. 남들이 다 한다고 과소비하다간 크게 후회합니다."

은퇴 이후 절박함에 대해선 이구동성이다. 한마디 한마디에 `절실함`이 풍겨난다. 이들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노후가 두렵다고요? 맞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무서워해야 합니다."

너무 겁을 주는 것은 아닐까.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저성장 저금리가 고착된 꼴이다. 기대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고 은퇴는 더 빨라지고 있다. 돈 불리기가 어렵고 은퇴 이후는 길어지는 나라. 어쩌면 노후 대비에 좀 더 독해져야 하는 건 불가피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들의 결론은 매서운 경고와 좀 달랐다. 결국엔 해피엔딩이다. 지금부터 긴장해 대비하면 노후는 행복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급격한 변화의 시기입니다. 혁명에 비유해 볼까요. 시대 변화 초기에 혁명에 휘말려 항상 몇 명은 희생자가 됩니다. 흔히 하는 말로 `시범 케이스` 같은 것이지요. 그러나 그 모습만 보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혁명이 끝나고 안정되고 나면 오히려 진화된 사회를 맞곤 합니다. 단지 초기의 `시범 케이스`로 희생되지 않도록 준비만 하면 됩니다."

`100세 시대`라는 혁명에 준비하지 못한 시범 케이스가 되지만 말란 말이다. 그것만 피한다면 결론은 나름 좋다.

"고령화 시대는 우리 스스로 겪을 시대입니다. 좀 답답한 면도 있겠지만 느긋하고(Slow) 준비된 웰빙(Well-being) 시대일 수 있습니다. 베이비부머 때처럼 숨 가쁘고 눈치 보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준비하고 만족할 수 있는 시대지요. 조금씩 준비하고 계획하면 말이지요."

"시대가 바뀌었어요. 높은 자리, 권위, 큰돈보다는 나이 들어서까지 소박하게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뭔가를 계획해야 합니다. 직장에 안주하지 말고 자영업자처럼 살라는 말이 바로 그겁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과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이 두 사람의 대화는 언제나 명쾌하고 유쾌하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카페라테 효과` `노인물가지수` `정년 후의 8만시간 법칙` `AIP(Aging in placeㆍ내 자리에서 늙어가기)` `구매난민` `사이타마 농민` `극장 효과`…. 촌철살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다른 점은 톤이 아주 강해졌다는 느낌이랄까.

투자자들에게 `더 독해지라`는 주문이 확실히 늘었다. 왜 그럴까. 두 사람은 많게는 하루 서너 차례 이상 투자자 교육을 하는 `투자 전도사`다. 사람을 많이 접하고 투자자들의 분위기를 느끼는 야전형 전문가다. 요즘 만나는 투자자들마다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다고 한다.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사회로 가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노후 재테크가 참 막막하다. 거두절미하고 독자들에게 딱 하나만 얘기한다면.

▶강창희 부회장=세대별로 보자. 20ㆍ30대엔 `가장 강력한 투자엔진은 당신의 직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몸값 올리는 일에 무조건 투자하라. 좋은 직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다. 30대 중반 이후나 50대에겐 다른 얘길 하고 싶다.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부부가 제대로 된 조언을 듣고 소신과 원칙을 정하라`는 것이다. 보통 가정 총소비의 10% 이상이 자녀교육비다. 통계로 잡히지 않은 교육비는 훨씬 많다. 결국 재테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변하는 시대상을 봐라. 예를 들어 전남 화순은 구석진 촌이다. 예전엔 머리 좋은 아이들 전부 광주나 서울로 내보냈지만 이제는 화순을 떠나지 않는다. 오히려 농촌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는다. 교육의 원칙을 정해야 재테크 계획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우재룡 소장=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들이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하면서 본인들도 전혀 준비를 안 한다. 중요한 척도 한 가지만 보자. `개인연금 가입률`이다. 20ㆍ30대는 20%대로 낮다. 1년에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도 있는데 노후 대비의 기초 중 기초에 소홀한 셈이다. 55세까지는 꼭 가입해야 한다. 이것도 안 하면서 다른 노후 준비를 뭘 하겠나. 하루 커피 한 잔 값이면 된다. 한 잔에 4000원짜리 커피를 한 달(30일) 사 마시면 12만원이다. 연간 144만원이 30년이면 연 6%의 기대수익률을 가정하고 1억3000만원이다. 이른바 `카페라테 효과`다. 매년 3% 물가 인상을 감안하고 투자수익률을 더할 경우 1억9000만원까지 된다. 커피 한 잔 아껴서 30년 후 2억원의 노후 대비를 할 수 있다.

 

-노후 대비 중요성이 뇌리를 떠나지 않게 기억할 수 있는 팁이 있을까.

▶우 소장=삼성그룹 임원 33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중 28%만이 자기가 재테크를 주관한다고 했다. 나머지는 배우자들이 하거나 안 한다는 뜻이다. 관심도 별로 없고 그저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목표의식이 약해서 그렇다. `버킷 리스트(Bucket Listㆍ죽기 전에 해야 할 일 목록)`를 만들라고 조언했다. 아주 구체적으로 쓰고 그것을 이미지화해라.

▶강 부회장=`퇴직 후의 8만시간을 기억하라`고 하고 싶다. 여기서 `퇴직 후 20년이 현역 시절 36년과 맞먹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퇴직 후 20년을 더 산다고 가정해보자(물론 요즘은 더 오래 살지만). 잠자고 하는 시간 빼고 하루 11시간씩 일과를 보낸다면 20년이면 8만300시간이다. 8만시간은 한국 직장인들의 연평균 근로시간인 2256시간으로 나누면 36년이 나온다. 이 긴 인생을 뭘 하고 살 것인가. 그래서 난 항상 조언한다. 재테크보다는 보험과 연금을 먼저 하라고. `3층 보험(개인연금ㆍ퇴직연금ㆍ국민연금)` 가입은 필수적이다.

 

-요즘 노후 대비 트렌드는 어떻게 달라졌나.

▶강 부회장=4~5년전만 해도 시큰둥하더니 요즘은 노후 대비라고 하면 폭발적인 관심을 보인다. 그만큼 빨리 변했고 절실함이 커졌다. 난 `직장인은 없다. 자영업자로 생각하고 인생을 살아라`고 말한다. 직장에서 노후 대비를 해주나. 직장에서 은퇴를 늦춰주나. 절대 그렇지 않다. 자기 인생이다. 자영업자처럼 살아야 한다. 예를 들어 증권사 직원에겐 `단말기를 떠나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증권사 직원은 오후 3시 매매 끝날 때까지 무조건 단말기 앞에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뭐가 나아지나. 고객을 만나서 영업을 해야 한다.

▶우 소장=같은 생각이다. 지금까지 직장인은 약점을 보완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이젠 강점을 키워가며 직장생활을 하라. 무난한 직장인보다는 모가 난 점을 부각시켜라.

▶강 부회장=같은 일도 다르게 하라는 것이다.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천한 신분으로 주인의 신발을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하인들과 달리 항상 품에 안고 자서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주인인 오다 노부다가 눈에 띄었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요즘은 재취업 소개하려면 `그 사람 주특기가 뭐냐`고 물어본다. 20년 직장생활 하고서도 주특기도 없는 사람이 많다.

▶우 소장=노후 재테크가 금융적인 면에서 비금융적인 면으로 바뀌고 있다. 처음엔 적립식 투자하라는 내용이 주류였는데 요즘은 주거플랜, 간병플랜, 노후취업 같은 내용으로 바뀌고 있다. 주거플랜이 요즘 관심이 높은데 1990년대까지는 `시설화(institutionalization)`로 지방에 실버타운을 대규모로 건설하는 내용이었지만 최근엔 `AIP(Aging in placeㆍ나의 자리에서 늙어가기)`가 관심이다. 이웃과 가족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만 해도 은퇴 후 지방으로 내려가는 건 난센스라는 결론이 났다. 생활비도 더 많이 나온다는 조사가 있다. 두부 한 모 사러 2㎞를 걸어가야 하는 실버타운 노인을 `구매 난민`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얘기가 빠질 수 없을 텐데.

▶강 부회장=50대 후반 퇴직 무렵 금융자산과 부동산이 50대50 정도가 황금률이다. 너무 큰 부동산을 껴안고 늙는 것을 추천하기 힘들다. `100세에 죽으면서 70세 아들에게 집 물려주려 하냐`고 말하곤 한다. 주택연금(역모기지)으로 돈도 받아 쓰면서 여생을 행복하게 사는 게 자식을 위해서도 좋다.

▶우 소장=주택연금은 월별로 받는 금액이 하락했는데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집을 팔고 지방으로 가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전원생활은 단점이 많다. 간병기가 되면 병원 가는 교통비가 더 들고, 멀어서 병원에 가는 걸 귀찮아하다보면 병을 키울 수도 있다. 전원생활하는 노인 대부분이 배우자가 죽으면 다시 가족과 친구가 있는 도시로 회귀한다. 최근 은퇴 후 거주지역으로 강남과 광화문, 여의도 등이 뜬다. 병원 가깝고 추억의 식당과 술집 가깝고, 공연 등 문화생활도 좋고 주말엔 오히려 텅텅 비는 전원마을처럼 된다. 결론적으로 실버타운은 `이웃`과 `문화`가 더 강조되는 추세다.

 

-연금이나 자산관리는 결국 물가 상승과의 싸움일 텐데.

▶우 소장=맞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라고 하지만 이는 481개 품목 통계다. 자동차, TV 등 내구재가 많이 포함돼 있다. 식료품, 연료, 의료비 등 노인들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으로만 만든 `노인물가 상승률`로 따지면 일반 소비자물가의 두 배 이상인 8%가량 올랐다. 물가안정채 등 일부 헤지 수단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 결론은 `물가를 감안하면 목표액보다 30~50%를 더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것 외엔 딱히 답이 없다.

▶강 부회장=연간 3%의 물가 상승이 25년 동안 계속되면 현재 100만원은 48만원 가치로 떨어진다. 결국 답은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라는 것밖에 없다. 장기투자 문화가 성숙해야 물가를 이긴다.

 

-은퇴 이후 가족의 역할은.

▶강 부회장=결국 남는 건 부부뿐이다. 남아본 사람들은 안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과감하게 황야로 내몰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캥거루처럼 품에 끼고 살다가는 양쪽 모두 불행해진다. 젊을 때부터 노력해야 한다.

▶우 소장=`부부 간 관계가 어떠냐`는 설문조사를 하면 50%가 나쁘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직장형 인간`으로 사느라 부부끼리 챙기지 못했다. 남성 노인 간병인의 84%가 부인이다. 남자들은 같이 백화점도 다니고 부부관계 재건에 힘써야 한다. 행복 포트폴리오에서 부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 He is…

▶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
여의도에서 증권맨으로 최고 자리에 오른 후 투자자 교육 분야를 개척하고 만들어간 산증인.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거래소에 입사했다. 대우증권 도쿄사무소장을 8년3개월간 지냈고 한국으로 돌아와 국제영업부장을 역임했다. 1998년 현대투신운용 사장 당시 `바이코리아 펀드`를 내놨고, 굿모닝투자신탁운용 사장도 지냈다. 2004년부터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의기투합해 미래에셋 부회장 겸 투자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한국 최초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를 설립한 주인공으로 투자 정보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2000년대 초반 펀드 열풍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했다. 대한투자신탁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재직 중 회사 지원을 받아 연세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적립식 펀드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고 퇴직연금 도입과 행복한 은퇴설계 분야에선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생명 FP센터장(상무)이자 산하 은퇴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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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걸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2.10기사입력 20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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