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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국가경쟁의 최대 무기는 `지식재산`이다. 지식으로 무장한 나라나 기업은 경제영토 싸움에서 공격과 방어가 자유롭다. 전쟁에서 패하면 존망의 위기에 빠질지도 모른다. 지식은 단순히 재산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바로 지식재산에 달려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다. 국가지식재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지재위의 초대 민간인 수장인 윤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수송동 지재위원장실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를 하면서 "특허 없이는 미래도 없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기에 이 자리를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강자로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윤 위원장과의 만남은 1시간20분가량 진행됐다. 스스로 `심심초`라고 부르는 담배를 3대나 피워가며 얘기를 하는 열정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였다.

 

―매일경제는 12년 전부터 매년 `세계지식포럼`을 열며 `지식`이라는 용어를 전파해 왔다. `지식`을 위원회 이름에 어떻게 넣게 됐는지.

▶`지적재산`이냐 `지식재산`이냐를 두고 정책협의를 많이 했다. 영어로 인텔렉추얼(intellectual)을 어떻게 한글로 옮기느냐는 문제였다. 지식재산은 기존의 지적재산이라는 용어보다 포괄적이다. 일본식 조어의 느낌도 적다. 그래서 작년에 관련 법령 용어를 전부 지식재산으로 통일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지식재산의 범위는 특허와 같은 종래의 산업재산권은 물론 식물 신품종 한식 한의학 신지식재산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다. 지재위는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지식재산에 관해서 국가 전체의 정책과 계획을 수립하고 심의ㆍ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지식경제부 문화부 특허청 중기청 등 관계 부처가 너무 많아 정책 조율이 쉽지 않을 듯한데.

▶지재위는 지식재산 정책과 전략을 수립한다. 각 부처는 여기서 수립된 정책을 집행하게 된다. 부처 간 이견은 10명의 정부위원(관계부처 장관)이 효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융ㆍ복합 총괄기능이지 옥상옥은 아니다.

―삼성에 오래 계셨다.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몸소 체험했는지.

▶예전에 제조업의 평균 이익률은 제품 단가의 5% 내외다. 그런데 제품가격의 15%나 되는 특허료를 내고 물건을 만들기도 했다. 생산할수록 손해였다. 왜 그런 미친 짓을 했겠나. 기술 배우려고 한 것이다. 기술이 쌓여야 더 높은 단계의 물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특허에 엄청 신경 썼다. 20여 년 전부터 `기술을 살 수 있는 화폐는 기술뿐이다`며 지식재산 경영을 강조했다. 지식재산 확보가 기업이 생존하는 데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지식이 대한민국의 최대 무기가 돼야 하나.

▶그렇게 봐야 한다. 요샌 특허뿐만 아니라 상표도 중요하다. 디자인도 예전에는 지식재산에 끼워주지도 않았는데 요즘 중요해졌다. 디자인을 끼워 삼성전자와 싸우는 애플을 보면 알지 않나.

―지난 삶을 돌이켜보면 윤 위원장이야말로 진정한 지식 공로자인데.

▶(쑥스러운 듯 손을 내저으며)내가 한 게 아니다. 직원들 중역들 사장들이 했다. 15년 전 언론과 인터뷰할 때 삼성전자의 10년 후를 위해서 뭘 하겠느냐고 물으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개발이라고 했다. 10년 전부터는 `특허 없이는 미래도 없다`는 말을 했다. 특허도 그냥 특허가 아니고 양질의 특허를 내기 위해서 많이 노력했다.

―삼성 입사가 1966년인데 당시와 지금의 대한민국 기술을 비교하면.

▶당시 흑백 TV를 만드는데 CKD(완전해체조립) 키트를 사왔다. 그것도 일본 메이커가 설계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소니를 이긴 게 6~7년 정도 된다. 지금은 LCD TV도 우리가 석권하고 있지 않나.

―반도체 1등과 TV 1등은 질이 다르다는데 2006년부터 TV에서 1등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렇다. TV는 B2C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파는 것이다. 반도체는 B2B다. 반도체는 세상에 쓸 수 있는 사람이 얼마 안 된다. 특정 소수에게 파는 것이다. 반도체는 전문가들이 있어서 비교 테스트나 성능을 체크해보면 금방 안다. 반면 불특정 다수는 전문가가 아니다. 오랫동안 써보고 입소문으로 산다. 자동차도 TV와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

―요즘 삼성이 이익을 많이 내는데.

▶들을수록 기분 좋지. 잘 안 됐으면 내가 비난을 들었지 않겠나. 잘돼야 한다. 삼성 같은 기업이 2~3개만 더 있었으면 우리 사회나 나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사람들이 기술개발을 해서 계속 앞서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중 꼭 첨단부분만이 먹거리를 만든다고 할 수 없다. 첨단산업은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용 창출은 크게 이뤄지지 않는다. 기술이 발달하니까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단가도 올라간다. 매출이 늘고 이익도 많이 나는데 그런 제품일수록 손이 덜 간다. 그렇다고 첨단산업을 안 할 수는 없다. 첨단 부분도 해야 한다. 첨단기술은 국가나 기업의 보험 같은 존재다. 다만 고용 문제를 생각한다면 재래ㆍ전통산업도 기술을 개발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올려서 명품을 만들면 된다. 여기엔 손이 많이 간다. 그런 식으로 같이 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로엔드(low end)로 하라는 것은 아니고 하이엔드(high end)로 가야 한다. 명품 옷 한 벌에 수천 달러 하는 것들 원가로 따지면 얼마 하겠나.

―지재위가 `대한민국 명품 만들기` 위원회가 되는 것인가.

▶세상이 발전하고 인구가 많아지는데 에너지 문제는 과학기술 발달로 해결된다. 물하고 식량이 다음 문제인데 우리는 식량ㆍ농업정책은 손 놓고 있다. 앞으로 종자는 큰 사업이다. 우리가 먹는 청양고추도 국내 업체가 만들었는데, 외환위기 때 외국 업체에 넘어가 지금은 로열티 내고 고추 먹는다. 그래서 종자 부분도 지재위에서 지식재산으로 하려고 한다. 쌀이고 보리고 알고 보면 종자회사에서 하는 사업이다. 엄청난 산업이다. 우리는 지금 곧 닥칠 위기인데 다들 잘 모른다.

―이렇듯 할 일이 많은데 사회 한편에서는 시끄럽게 구는 사람들이 많다. 기업 뒷다리 잡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 각계 원로들이 한마디해야 하는데.

▶이야기하면 달려들고 그래서. 그 사람들하고 논쟁할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하니 말을 안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워낙 다원화되고 민주화돼 시끄러운 것 같다. 물론 이런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 생각엔 가치관 있고 질서와 규율이 있는 민주화가 돼야 한다. 자유방임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 너무 그런 식으로 가는 게 걱정이다. 조직과 사회는 질서와 규율이 있어야 한다. 조직 중 가장 기초가 되는 게 가정이다. 가정에 질서가 없고 규율이 없다면 되겠는가? 질서와 규율 만들려면 믿음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은 믿음과 신뢰가 없다. 그런 유언비어가 영향을 주면서 사회의 믿음과 신뢰가 깨진다. 사회에 믿음 신뢰가 없어서 되겠나. 리더의 덕목 중 `많이 안다` `지혜가 있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덕은 `믿음과 신뢰를 받는 것`이다. 특히 정치하는 사람은 더 그렇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재벌이나 경륜 있는 분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반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이 (나이 든 사람을)우습게 안다. 인터넷 정보 많이 안다고. 하지만 정보는 정리가 되어야 지식이 된다. 지식을 고민해보고 경험해봐서 자기 것이 될 때 지혜가 된다. 문리(文理)가 트인다는 말이 있지 않나. 문리가 트일 때 지혜로 간다. 대부분 정보라는 낮은 단계에서 말들이 많다.

―경제계 원로로서 우리 사회와 정치권을 보면.

▶우리가 보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같다. 표현이 다르고 각자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인간의 본능은 기본적으로 풍요롭고 편하고 안전한 것을 추구한다. 그중 제일 중요한 게 풍요로운 게 아닌가. 풍요로워야 편안해진다. 그렇다면 누가 풍요롭게 하나. 1인 구멍가게도 기업이라고 하면 결국 풍요는 기업에서 나온다. 국가 사회 가정을 풍요롭게 하는 기업을 때리고 포퓰리즘에 따라가는 게 맞는가. 그렇지 않다. 국가경제는 가계 기업 국가로 구성돼 있다. 개인과 가정은 어디서 벌어오나. 기업에서 돈 벌어서 세금 내고 소비한다. 국가는 기업이 고용해서 월급 줘서 세금 내서 굴러가는 것이다. 실제로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곳은 기업이다. 중소기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한다. 그런 기업 두들겨서 성장ㆍ확장 못 하게 하면 사회 발전이 안 된다. 포퓰리즘에 여러 유형이 있겠지만 양극화되고 사회가 힘들어지니까 온갖 얘기가 다 나온다. 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은 그게 바른 소리인지 아닌지 구분해야 한다. 극단적으로 기업이 다 없어졌다고 생각해봐라. 기업은 다 나쁘다고 다 없애버리면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겠는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기업만 지배구조가 있나. 사회도 지배구조가 있어야 한다. 사회를 구성하는 각 개체의 가치관 철학 사고방식 구성방법 의사결정과정 등을 다 아울러서 사회지배구조로 봐야 한다.

―대중이 더 이상 일본 TV를 사지 않는다. 일본의 추락을 어떻게 보는가.

▶영국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20세기 중반 그 헤게모니가 미국으로 넘어갔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풍요로워지면 헝그리정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 보면 역사책을 많이 보라고 한다. 역사를 알면 흐름을 알고 통찰력이 생긴다. 특히 기업하는 사람들은 산업사를 많이 알 필요가 있다. 역사책을 읽지 않는 리더는 리더로서 자격이 없다. 지식재산도 `온고지신`이다.

―일상사를 묻고 싶은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집 근처의 양재천을 많이 걷는다. 매일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삼성 계실 땐 얼굴을 뵙기 힘들었다. 해외 출장도 많았는데 어떻게 건강관리를 했는지 다른 CEO를 위해 비결을 알려 달라.

▶그땐 1년에 4개월은 해외에 있었다. 당시 상용기를 타고 다니면 편했다. 공항에 정해진 스케줄이 있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 반면 전용기는 밤중에도 새벽에도 뜨고 내린다. 스케줄이 빡빡하게 짜여 힘들다. 언젠가 중남미 한 번 갔다 오는 데 힘들었다. 나는 비행기 타면 와인 한 잔 하고 도착 때까지 깨우지 말라고 한다. 그랬더니 한번은 스튜어디스가 `당신네 보스는 참 편하겠다. 와인 한 잔 하면 열 몇 시간을 아무 소리 안 하고 저렇게 잔다`고 했다더라.

 

★ He is…

1944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경북대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 말 삼성전자 태동기부터 시작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TV와 메모리반도체 1위 기업으로 비상할 때까지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1966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0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를 시작으로 삼성전기 사장, 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 삼성그룹 일본 본사 사장을 거쳤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회사를 글로벌 전자기업으로 키웠다. 2000년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일선에서 물러나 상임고문으로 지냈으며, 지난해 삼성전자를 완전히 떠났다. 삼성을 떠난 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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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상민 부장대우 / 정리 정승환 기자, 문지웅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2.10기사입력 20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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