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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일본은 힘이 좀 빠졌고 중국은 아직 한국을 쫓아오기에는 시간이 좀 걸린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5년 전 "중국은 쫓아오고 일본은 앞서가고 있어 한국은 샌드위치 신세"라고 한 말과 대조적이다. 과연 5년 만에 한국 기업들의 사정은 달라진 것일까? 고봉찬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이 그동안 하드웨어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세계 정상권에 도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그러한 방식만을 고집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애플의 특허소송과 같은 견제를 뚫고 나가려면 복제품이라는 오명을 씻고 창조적인 신제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도 "한국 기업이 계속해서 기존 성장 전략을 고수하면 수익성이 낮아져 일본 기업처럼 쇠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한국 기업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고봉찬 교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가장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단순한 `성장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수익성을 고려한 성장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성장의 형태가 다르면 자본수익률에 차이를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창출된 가치에 차이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애플의 아이패드처럼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개척해 성장하는 것은 가격과 홍보 전술을 이용해 기존 경쟁업체가 가졌던 몫을 빼앗으면서 성장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다음과 같은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시장점유율보다는 전체 시장을 키워라

특정 성장 전략에서 창출되는 가치의 크기는 한 기업의 매출이 성장할 때 누가 손실을 보는지, 그리고 손실을 본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복수할 것인지에 달렸다. 예를 들면 가격인하와 같은 가격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성장 유형은 경쟁업체에 손실을 입힌다. 만약 경쟁업체들이 복수에 나서 가격전쟁이 벌어지면 처음 가격인하를 시도한 기업 역시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전체 시장을 키우는 전략은 가장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이다. 물론 이 유형 역시 다른 산업에 속한 기업들의 손실을 수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 때문에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지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에 복수할 가능성이 낮다.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현재 제품 또는 관련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도록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P&G가 고객들에게 손을 더 자주 씻으라고 설득한다면 손비누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경쟁업체들도 혜택을 보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다. 아예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내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가령 텔레비전을 보던 고객을 인터넷이나 비디오 게임으로 끌어오는 것을 들 수 있다. 인터넷이나 비디오 게임과 같은 양방향성 매체는 텔레비전보다 경쟁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증대를 통한 가치 창출은 전체 시장의 성장률에 따라 달라진다. 고성장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광고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더라도 경쟁업체들 역시 매출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의 반발이 적다. 반면 성숙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증대시키고자 하면 경쟁업체들의 반격을 받게 된다.

 

성숙 시장의 사업부를 조기 매각해라

초기에 고성장했던 시장도 영원히 고성장을 지속할 수는 없다. 제품수명주기 이론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시장성장률과 자본수익률(ROIC)은 감소한다. 산업이 성숙단계에 들어서면 수요가 감소하면서 기업들은 설비과잉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때 과잉설비를 줄임과 동시에 유휴 자산 및 인력 또한 감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 포트폴리오에 소속된 각각의 사업들에 대해 계속 보유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또 인수ㆍ합병, 신규 진출을 통해 새로 소유하거나 개발할 만한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맥킨지가 미국 내 200개 대기업들을 10년간 분석한 결과 성숙 시장에 접어들었음에도 사업을 매각하지 않았던 기업들은 능동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한 기업들에 비해 낮은 성과를 보였다. 그렇다면 사업부문을 분리시키는 타이밍은 어떻게 포착할까? 최근 `기업가치란 무엇인가`를 쓴 팀 콜러 맥킨지 파트너와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최대한 일찍 팔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매일경제 MBA팀은 지난달 31일 이들을 만나 가치창출 경영의 필요성과 실행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맥킨지가 말하는 기업 가치경영

가치창출의 시대가 왔다…몸집 부풀리기 유혹 떨쳐라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IT업체 자리를 놓고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63억3300만달러(약 52조1000억원), 173억4000만달러(약 19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가 올린 매출 47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보다 많다. 특히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37.4%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 11.1%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런 현상은 IT업계에서만 발견되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경쟁사들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그동안 한 국 기업들이 매출액 등 외형 성장에 치중해온 결과다.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한국 기업이 외형 성장에서 가치 창출로 관심을 돌리지 않으면 일본 기업처럼 쇠락하거나 인수ㆍ합병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31일 매일경제 MBA팀은 최근 `기업가치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쓴 리처드 돕스 소장과 팀 콜러 맥킨지 뉴욕사무소 파트너를 만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경영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 기업들은 외형 성장 위주 경영을 추구했다. 가치 창출 경영(managing for value)과 다른 것 같다. 이 둘은 어떤 점이 다른가.

▶리처드 돕스=성장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자본요구비용(cost of capital)보다 큰 이익을 창출하지 않으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때로는 성장률을 낮추고 수익률을 높여야 할 경우가 있다. 성장성과 수익성 사이에는 상충관계(trade-off)가 있을 수 있다.

-왜 경영자들은 그동안 외형 성장 위주 경영을 추구해왔다고 생각하나. 이런 성향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팀 콜러=성공적인 기업들은 목표로 했던 실적 규모를 달성하면 이를 재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새롭게 창출된 현금흐름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주기보다는 다른 기업을 인수ㆍ합병하려 한다. 물론 기업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인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단순히 현금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기업 인수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돕스=한국 기업들은 세계 1위 기업이 되겠다는 목적으로 기업 규모를 확장해왔다. 기업 가치보다는 기업 규모를 중시했다. 한국 기업이 세계 선두권 기업으로 부상한 지금은 수익성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일본 기업들도 과거에 성장 위주 경영으로 세계 시장을 리드했지만, 적절한 시기에 수익성 위주로 사고방식을 전환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성장 위주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으면 왜 위기를 맞게 되나.

▶돕스=만약 기업들이 자본비용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지 못하면 기업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이 감소해 기업은 더 이상 투자하지 못하게 된다. 일본도 이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위기에 처했다. 한국이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하면 일본보다 상황이 더 안 좋을 수 있다. 일본보다 외국자본 의존율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순간 외국 자본은 한국 기업들을 떠나게 될 것이다. 심각한 자본 부족 문제에 시달리게 되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기업들에 추월당할 수 있다. 외국 자본 이탈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지면 외국 기업에 인수ㆍ합병당할 위험도 커진다. 한국 기업이 다른 기업을 인수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인수전에 뛰어든 경쟁사보다 불리해진다.

-수익성 위주 사고 방식도 문제가 있지 않나. 기업이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 수익에만 치중할 수 있다.

▶콜러=맞다. 미국에서는 단기 이익에만 집중해 실패한 반대 사례가 많다. 높은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니 과잉투자가 아니라 투자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장기적 관점에서 필요한 자본 투자를 소홀히 한다.

▶돕스=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수익성에만 집착하면 사업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 내가 아는 한 기업은 3~5년 동안 가격을 인상하고 연구ㆍ개발(R&D) 비용을 삭감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만 집중하다가 경쟁우위를 상실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익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R&D 투자를 아끼지 않고 선도적 입지를 유지하는 데 힘써야 한다.

-수익성과 성장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돕스=쉽지 않은 문제다. 이사회와 고위 경영진이 이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대기업들을 보면 고위급 임원들이 개별 사업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계획을 수립하는 별도의 기관인 `핵심본부(corporate center)`를 둘 필요가 있다.

▶콜러=맥킨지가 전문가와 서방 기업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들이 사업부를 분리ㆍ매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반면 장기적인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본을 재배분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았다. 물론 사업부문을 분리ㆍ매각하는 것은 기업들에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사업이나 회사가 경쟁력을 잃었을 때 과감하게 매각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본부`는 오너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전사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본부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알려달라.

▶콜러=사모펀드(PE) 모델을 적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모펀드 회사는 보통 5~15개 사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사모펀드 회사의 핵심본부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언제 매각할지를 체계적으로 감독한다. 핵심본부 인력들은 특정 사업부에 대해 개인적 관계가 없고 객관적인 시야를 가진 인재들이다.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새로운 시장 진입(entry)과 기존 시장 탈출(exit) 시기를 알려준다.

-핵심본부 구성원은 누가 선발하나. 이들이 과연 기업 가치를 위해서만 노력할 것인가.

▶돕스=핵심본부 인력들은 계속 핵심본부에 상주할 필요는 없다. 개별 사업부에 있었던 사람이 핵심본부로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개별 사업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핵심본부 내 다른 사람들에게 해당 사업부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 그러다가 다시 원래 사업부로 돌아가기도 한다.

▶콜러=핵심본부 인력들은 자체적으로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석 자료를 CEO와 CFO에게 전달할 뿐이다. 결정은 CEO와 CFO가 한다. 핵심본부 인력들은 총체적ㆍ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공정하게 시장상황을 분석한다. 이들에 대한 평가는 재임 기간에 기업 가치가 얼마나 향상됐는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가가 기준인가.

▶돕스=물론 주가도 좋은 기준이지만 주가에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주가만으로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가령 주가가 10% 하락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기업 가치가 하락해서가 아니라 기존 주가가 과대평가됐기 때문일 수 있다. 경쟁사와 비교해 상대적인 가치 평가를 내리는 방법이 오류가 적다.

▶콜러=기업의 이익이나 자본수익률과 같은 수치들은 과거 성과를 반영할 뿐이다. 또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다년간의 성과를 볼 수 있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무적인 기준뿐 아니라 `신규 시장에 진출을 했느냐` `적절한 분야에 투자를 했느냐`와 같이 계량화하기 힘든 기준도 도입해야 한다.

-스톡옵션 때문에 경영자들은 단기 실적에만 집착하기 쉽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해칠 수 있다. 경영자가 기업의 실질 가치 향상에 전념하도록 하려면 스톡옵션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돕스=경영자의 성과와 무관하게 시장 상황이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톡옵션 행사 때 시장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영자가 장기적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스톡옵션 행사 기간을 5년 이상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콜러=해당 임원이 회사를 떠난 후 나타나는 기업성과도 스톡옵션 보상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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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환진 기자 / 사진 김호영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2.10기사입력 2012.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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