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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와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패션계까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화려함과 생기발랄, 과시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차분함과 검소함, 실용주의가 자리를 대신할 조짐이다. 지난 9일 개막해 16일까지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2012 추동 뉴욕패션위크`에서 상당수 디자이너들이 회색을 필두로 한 검정과 흰색 등 무채색을 주요 컬러로 사용했다. 차분하고 지적이면서 종교적인 느낌까지 주는 무채색은 패션 역사적으로 볼 때 디자이너들이 극심한 불황을 예견할 때 주로 애용해왔다. `DKNY`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반항적인 문학과 예술활동을 펼친 미국의 젊은 세대를 일컫는 `비트 세대`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을 선보였다. 블랙과 그레이를 무광 또는 유광 처리한 색으로 우울한 뉴욕 도시를 표현한 의상들을 내놓았다.

DKNY는 무채색의 밋밋함을 반감시키기 위해 울과 가죽의 매치 등 소재로 볼륨감을 주는 변화를 시도했으며, 짧은 길이의 미니스커트와 레드 하이힐과 같은 소품으로 무채색 패션의 지루함을 만회하려는 듯 보였다. `두리`도 회색을 메인색으로 사용했다. 일본 현대무용인 `바토(batoh)`를 연상시키는 목까지 올라오는 이너웨어에 가슴을 꽉 조이는 회색 드레이프의 저지 원피스를 선보인 것. 이번 뉴욕패션위크에서는 트위드, 헤링본, 울 등 클래식한 원단을 사용한 의상이 주를 이뤘다. 이들 흔한 겨울 소재 의상은 기존에 갖고 있던 옷들과 맞춰입기가 수월해 실용적이면서 튀지 않아 유행을 덜 타기 때문에 오래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용만을 강조하는 게 미안해서인지 디자이너들은 이들 평범한 소재를 새롭게 믹스 앤드 매치하는 방법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랙앤본`은 회색과 검정의 도트(점) 문양 니트 뜨개 원피스에 변형 헤링본(청어가시 모양의 패턴) 레깅스 그리고 정통 헤링본 패턴의 투버튼 재킷을 매치한 의상을 내놨다. 겉옷에 패턴이 있으면 이너웨어나 하의는 무지(솔리드)로 입는 일반적인 착장법을 뒤엎는 새로운 연출법이다. 작고 자잘한 문양들이 한꺼번에 어우러졌지만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양들로 세련된 겹쳐입기(chic pileup)의 진수를 보여줬다. `리처드 채`는 `럼버잭(lumberjackㆍ벌목꾼)` 작업복을 연상시키는 낡고 거친 옷을 현대적 감성과 시크(chic)함으로 풀어낸 의상을 선보였다.

특히 회색과 검정 등 무채색의 넓은 가로무늬 재킷이나 코트가 눈길을 끌었다. 넓은 가로무늬는 `랙앤본` `리처드 채`뿐만 아니라 여러 컨템포러리 패션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이번 시즌 대표 아이템이다. 넓은 가로무늬 의상은 자칫 몸집이 퍼지거나 펑퍼짐해 보일 수 있어 잘 사용되지 않는 디자인 중 하나. 그럼에도 이번 시즌 실용성을 위해 클래식 원단과 밋밋한 무채색을 선택한 디자이너들은 세로로 주로 사용하던 고전 패턴을 옆으로 눕힘으로써 참신함을 살렸다. 실루엣은 가늘고 길어 보이면서, 치렁치렁한 느낌을 주는 게 포인트로 제시됐다.

추동 의상들이지만 하의는 안이 비칠 듯 얇고 하늘거리면서 통이 넓은 치마나 바지를 입는 게 유행이다. 그 위에 무척 따뜻해 보이는 캐시미어 니트 상의를 입어 상반된 분위기를 내는 것. `질 스튜어트`는 보드랍고 풍성한 느낌의 캐시미어 니트 스웨터에 검정색 얇은 시폰 와이드 팬츠를 매치했다. 검정 바탕에 흰색 자잘한 꽃무늬 문양이 들어간 원피스도 이번 시즌 키(key) 아이템이다. 소품은 실용성을 따지는 의상과 달리 한결 과감하고 파격적인 경향을 띤다. 핫핑크 숄더백이나 하이힐, 은광색의 사첼백, 빨간색 가방이나 구두 등으로 전반적으로 밋밋한 의상에 악센트를 주는 게 특징이다.

 


한국을 담은 패션, 뉴요커를 홀리다

올해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한 한국 디자이너들은 저마다 전통적 요소를 가미한 의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이상봉은 돌담에서, 박춘무는 한복 저고리 동정에서, 손정완은 한복 자수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 의상으로 형상화했다. 외국 컬렉션에 참가하는 디자이너들이 각 출신국 전통복에서 디자인을 응용했을 때 자칫 민속의상으로 보일 수 있어 위험 부담이 있다. 전통적 요소를 반영하면서도 당대 트렌드와 정확히 맞물리도록 해야 참신함과 독창성을 살릴 수 있다. 이번 뉴욕패션위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상봉, 박춘무, 손정완 등 중견 디자이너 3인은 합격점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오랜 경험에서 온 완벽한 테일러링 속에 각자가 선택한 한국 전통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내는 데 성공했다. 박춘무는 남녀 코트 깃을 동정 처리해서 마치 새롭고 에지 있는 턱시도 재킷 칼라를 제시한 듯 보였다. 넉넉한 품과 동정이 달린 코트를 입은 모델이 걸어오는 모습은 풍요롭고 넉넉해 보였다. 그는 또 자신의 강점인 무채색을 사용해 새를 연상시키는 아티스틱한 옷들도 내놨다. 가죽이나 퍼, 무겁고 두꺼운 겨울 울을 한꺼번에 사용하면서도 마치 새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옷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는 "서양 디자이너들도 한국 등 동양의 아름다운 전통 의상에서 응용한 옷들을 자주 선보인다. 한국인인 내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이번에 민속 문양을 응용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완은 아티스트인 마크퀸의 `윈터 가든`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 한국적 자수를 접목했다. 얼음이 얇게 덮인 겨울 정원 연못 위로 피어난 동백꽃의 생명력을 옷디자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색동비단에 꽃문양을 새긴 화려한 한국적 자수로 옷에 활기를 불어넣았다. 그는 "한국적 요소를 디자인할 때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에 서구 아티스트 작품에 우리 전통 자수를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이상봉은 우리 조상들이 지나다니던 길의 돌담에서 연상한 의상을 선보였다. 돌담에 놓인 묵직한 돌은 공기처럼 가벼운 패딩으로 만든 회색 퀼팅 소매로 표현됐다. 퀼팅 재킷 소매나 허리 부분을 조여 불룩해진 곳들은 여지없이 돌담에 켜켜이 놓은 돌을 떠올리게 했다.

내공 있는 국내 대표적 중견 디자이너들이 내놓은 한국적 디자인을 보고 현지 패션전문가들은 저마다 "신선하고 독특하다"는 찬사를 보냈다. 남성복 디자이너로 뉴욕패션위크에 참가한 이주영은 밀리터리(군복)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으로 관심을 끌었다. 그는 블랙과 카키를 사용해 강인한 남성상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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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김지미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2.02.17기사입력 2012.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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