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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를 밟기는 쉽지 않다.
제품 컬러에서 기능에 이르기까지 예전의 ‘블랙 칼라’로 대표되던 ‘은둔’ 느낌은 많이 사라졌다. 최근 애플 웹사이트에 올라온 몇 가지 이슈를 보면 애플 본색의 변화마저 감지된다.
애플이 소비자와 만나는 방식은 ‘제품’ 하나다. 신제품을 발표하는 이벤트 자체가 미디어이자 홍보이자 광고다. 동시에 얼리어답터들은 전 세계에 중계되는 키노트를 통해 제품을 접수하고 구매를 결정하고 시기를 기다린다. 애플은 쿠퍼티노의 본사를 ‘캠퍼스’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개방의 뉘앙스가 강한 캠퍼스라는 단어와 달리 애플의 ‘그곳’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제품 이외의 요소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올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꿀팁이나 핵잼 따위의 키워드로 제품에 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키지도 않는다. ‘시크함’은 곧 애플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런 애플이 ‘1년에 120만대의 휴대폰을 분해할 수 있는 로봇 리암 Liam’을 공개했다. 리암이 버려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추출해 낸 금이 450여 억원이라는 기사는 여기저기에 노출되었다. 웹사이트에는 ‘애플이 2015년에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한 에너지의 93%가 재생 에너지이며,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카피와 함께 싱가포르의 생산 시설에 적용하고 있는 ‘태양광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포장재로 사용되는 종이의 99%가 재활용이거나 지속 가능한 재질이라는 사실도 밝혔다. 아울러 체계적인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위한 ‘애플 리뉴 Apple Renew’ 프로그램을 운영중임을 강조했다. 그들의 ‘제품 밖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류 최악의 유해물질 중 하나인 수은, 비소, 납 등의 사용을 중단하거나 제한함으로써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애플 기기 사용자들을 화학 성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고 한다. 2015년부터는 애플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부품 소재들의 화학적 성분을 공개하도록 한 ‘전체 소재 공개(Full Material Disclosure)’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그를 통해 독성 물질의 사용을 줄이고 중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고 폐휴대폰에서 광물을 추출해 리사이클링하는 일은 새삼스러운 뉴스도 아니다. 지구의 날에 즈음한 캠페인이라면 더 센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내용을 보면 캠페인이라기보다 ‘기업 이미지 향상’을 위한 행보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이런 미디어는 21세기 인류가 보편적 가치로 생각하는 ‘환경 친화적 내용’이라는 점에서 ‘제품 홍보’와 전혀 무관하다 볼 수 없다. 반도체, IT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물질에 의해 노동자들은 이미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애플도, 비록 하청 공장의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였지만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건을 경험했다. 그런 점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환경 전체를 생각하는 제품을 전문 시스템 속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보고’는 사용자의 제품 선택 기준을 제시하고 막연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좋은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일련의 작업들이 애플의 주식 가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가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제품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 패턴 가운데 ‘비슷한 수준의 제품이라면 이왕이면 착한 기업 물건을 사자’는 흐름이 있다. 애플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는 시장이 먼저 말해주고 있으나 ‘애플이 착한 기업이냐’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그 기준도 모호하고 결론을 내릴 근거도 없다. 소비자들은 애플의 ‘캠퍼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애플이 가르쳐준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플 관련 예측 기사들은 ‘인사이드’라는 키워드보다 ‘루머’라는 태그가 많이 붙는다. 최근 애플 웹사이트에 등장한 ‘착한 기업 애플 이야기’는 애플이 자신의 마스크 한 꺼풀을 벗은 모양새이다(스티브 잡스는 싫어할지 몰라도). 애플 캠퍼스를 궁금해하는 소비자와 주식 투자자들은 더 많이, 자주 벗어주기를 바라지 않을까? 뉴욕 기준 4월19일 오전 10시 16분 현재 나스닥에서의 애플 주가는 107.44USD를 기록하고 있다. 등락이 거듭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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