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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경영으로의 혁신 / ② 핀테크, 금융의메가트렌드 ◆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열렸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된다는 말은 세상의 모든 사물이 데이터를 남긴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저장·처리·분석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되면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등장했고, 컴퓨터 알고리즘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컴퓨터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흉내 내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이 등장했다. 앞서 언급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은 디지털이 창조한 세 가지 파괴적 혁신이며, 이들이 융합되면서 세계 경제와 산업의 지도를 급격히 바꾸고 있다. 에어비앤비, 우버처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머신러닝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기존 산업의 수요·공급 체계를 바꾸면서 경쟁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 분야 역시 이러한 디지털 혁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전통적으로 금융 서비스는 거래 당사자 간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해 높은 수익을 창출해왔다. 돈을 굴리려는 사람(투자자)과 돈을 빌리려는 사람(대출 수요자), 대금을 지불해야 하는 사람(구매자)과 대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판매자) 사이에서 정보를 중개하며 이익을 창출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가 금융 거래자와 금융회사 간 정보의 불균형을 빠르게 줄여가고 있다. 정보의 불균형이 사라지게 되면 금융사가 높은 이익을 취해야 할 이유가 점점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금융사가 당사자 간의 효율적인 금융 거래를 막는 존재라는 인식마저 싹트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매우 흥미로운 핀테크 기업이 출현했다. 외국으로 송금해야 하는 사람과 외국에서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을 상호 매칭시킴으로써 송금 절차를 혁신한 트랜스퍼와이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영국으로 돈을 보내야 할 사람과 영국으로부터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이 사이트에서 같은 액수만큼의 돈을 주고 상쇄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하면 실제 환전, 송금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기존 은행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으로 국제 송금을 해결할 수 있다. 이 외환 서비스에 은행이 필요한가? 은행의 역할은 거래 당사자 은행 계좌에서 자금을 이체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같은 방식으로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과 은행 이자보다 높은 투자수익을 원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P2P(Peer to Peer) 대출 기업인 '렌딩클럽', 카드 없이도 물건 값을 판매자에게 편리하게 지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페이니어미' 등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가 공유되면서 은행 없이도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혁신 사례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은행 역할을 대신하는 추세가 더욱 빠르고 거세다.

 

정보통신 및 금융 인프라스트럭처 수준이 낙후돼 있었던 중국은 최근 인터넷 금융에서 기존 단계 없이 혁신 단계로 건너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중국에서는 인터넷 쇼핑을 위해 선불카드에 돈을 충전해 결제하는데, 중국 최대 쇼핑몰인 알리바바가 결제하고 남은 충전 잔액을 머니마켓펀드(MMF) 등 펀드에 투자해 은행 이자보다 높은 6%대 수익을 소비자에게 돌려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사들에 도전적 질문을 던진다. 기존 금융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금융사들이 지금처럼 높은 수수료를 받는 것이 합당한가? 그 많은 직원들이 멋진 빌딩에서 근무하면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핀테크 시대가 메가트렌드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를 맞이한 우리나라 금융사들도 이러한 도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먼저 은행의 비용 구조부터 다시 짚어봐야 한다. 은행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지점 인건비와 임차료를 줄이면 소비자에게 더 유리한 금리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익의 약 58%를 비용으로 집행(Cost Income Ratio·CIR)하고 있는데, 이 비용의 약 60%를 지점 운영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지점을 줄이면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역 필요에 맞게 지점 크기와 직원 규모를 다양화함으로써 지점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가 디지털 채널에서 모든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디지털 채널을 혁신해야 한다.

 

대출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고객의 신용도를 직장이나 담보를 통해서만 평가하다 보니 안전한 고객에게만 대출을 제공하고, 대출을 거절당한 고객은 어쩔 수 없이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나 매우 낮은 금리와 매우 높은 금리만 존재하는 '금리 절벽' 현상이 고착화됐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은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진보된 알고리즘을 활용해 현재 10등급으로 구분된 신용등급 체계를 100등급 이상으로 세분해 고객 신용도에 맞는 적절한 금리를 제시할 예정이다. 이제 성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고객은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되고 은행은 정보가 다양해짐에 따라 대출 부실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미국 핀테크 은행인 온덱은 기존에 쓰지 않던 정보, 즉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남긴 소비자 이용 후기 등을 분석해 대출을 신청한 소매점 주인의 신용도를 측정하고 우량한 소매점주에게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자산관리 영역에서도 지금과는 차별된 혁신을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사 직원은 영업을 뛰고 잔무를 처리하느라 고객 한 명 한 명을 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한 은행에 5000만원 이상 예금을 맡긴 고객 중 48%가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줄 담당자가 배정되지 않은 상태다. 은행 직원 비용은 높은데 고객은 제대로 된 자산관리를 못 받는 기이한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들은 핀테크를 활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고객들이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분석을 장착한 로보어드바이저(Robo Advisor)가 그것이다.

 

지불결제(Payment)를 담당하는 카드사들 역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결제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규 고객 유치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마케팅 비용을 낮추고, 결제 승인 및 정산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대고객 상담 업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등 디지털을 활용한 비용 절감 방안을 찾아야 한다. 더 나아가 카드사는 고객들이 스마트한 소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빅데이터 분석 및 머신러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50대 남성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다른 50대 고객에 비해 커피나 주류 소비량이 많다는 것을 스마트폰으로 알려주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핀테크는 기존 금융 거래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핀테크 기업이 줄 수 없는 차별된 가치, 즉 디지털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함으로써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 창출하는 것이 핀테크 시대에 금융사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다.

 

김영석 EY한영 어드바이저리본부 파트너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4.29기사입력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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