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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국가 일본에서 '졸혼(卒婚)'이라는 사회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일본에서는 '소쓰콘'으로 발음된다.

 

결혼 30년을 웃도는 부부가 남편·아내 의무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제2 인생을 지향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2004년 '소쓰콘을 권함'이라는 책이 출판됐을 때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2013년 유명 개그맨과 탤런트가 잇달아 "나이 들어 마음 편히 살고 싶다"며 소쓰콘을 선언하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익숙해진 개념이 됐다. 이달 초에는 CNN이 소개하면서 세계적 화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졸혼은 서로 원만하게 간섭과 의무를 줄인다는 점에서 이혼·별거와는 다르다. 정기적이든 아니든 서로 만나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며 부부 사이 유대를 놓지도 않는다. 한쪽이 전원 생활을 원하고 다른 쪽이 도시 생활을 원한다면 서로 취향에 맞춰 떨어져 살 뿐이다.

 

일본의 어느 연구소가 조사해보니 집안 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이 졸혼에 더 긍정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비록 용어는 낯설지만 이미 졸혼 상태로 사는 중장년층이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서로 의무와 구속을 내려놓는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나이 들면서 자녀들과도 점점 거리가 생기는 마당에 배우자로부터도 외면당한다면 서글프지 않은가. 건강할 때 미리 '졸혼당하지 않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취미를 공유하는 것도 그런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한국과 일본의 문화적·경제적 간격이다.

 

일본 여성들의 가정 내 지위는 한국보다 못하다는 평이다. 요리·설거지 등으로 남편들이 조금만 방책을 세운다면 '아내들의 졸혼 반란'이 일본보다는 덜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9%로 일본의 두 배를 넘는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바람이야 크더라도 경제적 여건 탓에 불쑥 졸혼을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란 추측도 가능하다. 세상 풍속이 언제 어떻게 달라질지 알 길은 없다. 다만 좀 더 참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인류 수만 년의 지혜가 신기루처럼 스러지지는 않았으면 한다.

 

 

최경선 논설위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16기사입력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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