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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내 미생물의 세계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에 걸릴 확률이 높으며 각종 질환에도 쉽게 노출된다. 과학자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엄마의 산도를 통과하면서 산도 내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노출돼 면역체계가 강해진다고 추정해왔다. 어렸을 때 다양한 균에 노출돼야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위생가설'이다.

 

최근 미국 뉴욕대 연구진이 이를 장내미생물로 입증했다. 연구진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제왕절개로 태어난 17쌍의 아이에게 엄마 산도의 분비물이 묻은 거즈를 입부터 몸 전체에 발라줬다. 마치 산도를 통해 태어난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준 것이다.

 

김병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생물면역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그 결과 17명 아기의 장내 미생물이 자연분만한 아이들과 상당히 비슷해지는 결과가 나왔다"며 "엄마의 산도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 중 항 균능력이 강한 '락토바실러스'를 뒤집어 쓰고 나오기 때문에 자연분만 아이들의 면역력이 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네이처 메디슨'에 게재된 이 연구결과는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준다. 면역력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물질이 뇌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분비와 혈관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자폐증, 치매는 물론 암과 같은 질병에도 장내 미생물은 생각보다 많은 관여를 하고 있었다.

 

만약 내 장속에 좋은 미생물보다 나쁜 미생물이 많이 있다면 이를 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좋은 미생물을 많이 넣어 나쁜 균 무리보다 많아지게 하면 된다. 이때 사용하는 시술이 바로 '대변 미생물 이식(FMT·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이다.

대변을 이식한다는 것에 거부감을 느낄지 모르지만 이미 상당히 많은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FMT는 건강한 사람 대변에서 미생물을 분리해낸 뒤 이를 환자 장속에 넣어주는 시술이다. FMT로 체중 감량은 물론 각종 바이러스 감염 질환, 당뇨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201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와게닝겐대 공동연구진은 의학학술지인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에 FMT를 통해 장내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 균을 잡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으로 이 균은 우리 몸의 장에 상존하면서 장염을 일으킨다.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의 장속 미생물을 13명의 환자에게 이식하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상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했다. 항생제만 썼을 때는 13명 중 4명만이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이 사라진 것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치료율을 보인 것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당뇨 치료제로 알려진 '메트포민'의 경우 이를 투여받은 사람들 장속에서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라는 미생물이 많이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한 연구가 있었다"며 "이 미생물을 따로 분류해 쥐에게 먹였더니 혈당이 조절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미생물을 따로 분류해 키운 뒤 치료제에 적용해볼 수 있다"며 "이제는 미생물을 약으로 활용하는 '파마바이오틱스'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좋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식습관 변화와 항생제 오·남용을 꼽는다. 유전공학 발달과 함께 20세기 들어 식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육식이 보편화되며 식이섬유를 적게 섭취하자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장내 미생물은 식이섬유를 먹고 산다"며 "야채나 과일 섭취량이 줄면 자연스럽게 박테로이데스처럼 유익한 균도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만들어진 항생제도 장내 미생물 분포를 엉망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김 선임연구원은 "항생제 치료를 받고 나면 유해 균만이 장에 남아 가득 차게 된다"며 "장내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 염증성 장질환, 식중독 등 문제가 나타나고 장기적으로는 비만, 당뇨 등의 위험성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내 미생물들이 균형을 이룰 경우 유해한 균이 장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정확한 기전은 알려진 바가 없지만 다양한 장내 미생물들이 장 벽을 뒤덮어 유해 균이 정착하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장내 미생물은 유전되기도 한다. 수백만 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인간 유전자가 특정 미생물이 더 잘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고 교수 연구진은 국내 655명의 이란성·일란성 쌍둥이와 가족의 장내 미생물을 조사한 결과 50종의 미생물이 유전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영국의학저널' 4월호에 게재됐다.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해 장내 미생물 종류가 상당히 적었을 뿐 아니라 서터렐라, 메탄생성고세균 등 나쁜 미생물이 많았다.

 

고 교수는 "대사증후군은 유전이 70%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는데 장내 미생물이 기여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계에서는 다양한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과 공생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며 "10년 이내에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신약이 출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18기사입력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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