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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인간인데 왜 사람마다 취약한 질병이 다를까? 똑같이 야외에서 잠을 잤는데, 어떤 사람은 유독 모기에 많이 물린 까닭은 뭘까?

 

최근 들어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 면역 반응, 행동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에 간여하는 것이 미생물이라고 밝혀지고 있다. 또한 예전에는 몰랐지만 비만, 관절염, 자폐증, 우울증 등 수많은 질병과 우리 몸속 미생물 사이의 관련성을 담은 새로운 연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건강과는 큰 관계가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미생물들이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진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6년 제프리 고든 미국 워싱턴대 게놈과학센터 교수 연구진이 장속에 '피르미쿠테스' 계열의 박테리아가 많으면 비만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인간과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밝혀내며 관련 연구가 봇물 터지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질병은 유전자보다 개인의 식생활습관에 의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알려져 왔지만 몸 안에 있는 미생물의 영향을 훨씬 더 많이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롭 나이트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브렌던 불러 작가는 '내 몸속의 우주(문학동네 출간)'라는 신간에서 "우리는 약 10조개의 인간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몸속과 피부 위에 사는 미생물은 세포 수로 약 100조개에 달한다"며 "인간은 DNA라는 측면에서 옆 사람과 99.99%의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어 모두 같지만 장 내 미생물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서로 10%조차 일치하지 않을 만큼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미경과 유전자 분석 기술 발달로 우리 몸속에는 수천 종의 미생물이 서식하고 있고 새로운 세균, 고세균류, 효모 및 기타 단세포생물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어른의 몸속에 사는 미생물을 무게로 따지면 약 1.3㎏에 달한다. 대략 뇌 무게와 비슷하고 간보다 약간 가볍다. 수로 따지면 우리 몸속 미생물 세포가 인간 세포보다 10배나 많다.

 

'내 몸속의 우주'라는 책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는 약 2만개이지만 우리 몸속에는 대략 200만~2000만개에 이르는 미생물 유전자가 존재한다. 결국 유전자로 치면 우리는 인간이라기보다 99% 이상 미생물인 셈이다.

 

우리 몸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은 먼저 장(腸)에 핵이 없는 단세포생물인 고세균류가 있으며, 가장 흔한 것은 음식물 소화를 돕는 메탄생성균으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면서 메탄가스를 생성한다. 그리고 무좀을 유발하는 곰팡이 등의 진핵생물이 있고, 여성의 질(膣)이나 장속에 군락을 형성하는 효모도 있다. 하지만 몸 안에 가장 많은 미생물은 대장균 같은 세균이다.

 

신체 부위별로 서식하는 미생물을 살펴보면 종류가 다르다. 콧속에는 병원에서 감염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이라는 독특한 미생물이 산다. 겉보기에 건강한 사람도 몸속에 위험한 미생물이 있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콧속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농장이나 농장 근처에 사는 어린이는 자라면서 다양한 세균이 서식할 만한 콧속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생길 가능성이 낮다.

 

폐 깊숙한 곳에서는 오직 죽은 세균만 발견된다고 한다. 공기에 노출되는 모든 폐포 표면에 다양한 항균성 펩타이드들이 모여 있다가 세균이 들어오는 즉시 죽여버리기 때문에 깊숙한 폐에는 죽은 세균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낭성섬유증이나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폐에서는 폐질환을 일으키는 유해한 미생물이 발견되기도 한다.

 

입안에는 이를 갉아먹는 충치균이 있다. 충치균은 농업이 발달하면서 우리 식생활에 탄수화물, 즉 당이 풍부해지는 추세에 맞춰 진화해왔다. 또 다른 입안 세균종인 방추상간균은 보통 건강한 사람의 입속에서 발견되지만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살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나 소장 벽을 보호하는 점막층이 소실되어 조직이 위산에 의해 손상되는 질병, 즉 궤양 발생의 결정적인 요인이다. 숨쉴 때 나쁜 냄새가 나고 위가 타는 듯이 아픈 증상으로 시작해 속이 메슥거리고 입과 항문에 출혈이 생기는 단계까지 진행한다. 의사들은 오랫동안 위궤양이 스트레스와 식습관 때문에 생긴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인류의 절반 이상이 헬리코박터균 보균자이지만 궤양에 시달리지 않는 이유는 헬리코박터균이 궤양의 수많은 위험 인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기 때문이다. 즉,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뜻이다.

 

장속에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미생물 집단이 서식하고 있다. 장의 길이만도 6~9m에 달하는데 구석구석 갈라진 틈 사이로 미생물이 군락을 이뤄 빼곡하게 살고 있다. 소장은 섭취한 음식물 속 영양소 대부분이 혈류로 흡수되는 곳이다. 대장은 물을 흡수하고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넘어오는 식이섬유가 유익한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곳이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더욱 많이 생성된다.

 

장의 미생물은 검체를 얻기 쉽다는 게 특징이다. 대변은 각자의 장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특성을 매우 잘 드러낸다. 인간의 장속에 사는 대부분 미생물은 그 성질이 워낙 변덕스러워 아직도 시험관 내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롭 나이트 교수는 "대부분 후벽균과 의간균이라는 두 가지 범주에 속하는 장내 세균은 음식물 소화와 약물 대사에 중요할 뿐 아니라 비만,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 심장병, 다발성 경화증, 자폐증 등 다양한 질병과도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18기사입력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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