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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노년 여성 모델을 내세운 광고물, 매년 4월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실버산업 박람회 `살롱 데 시니어` 포스터, 와이파이를 통해 채널 1만5000개를 제공하는 CGV 라디오 인터넷 Dr301

 

2005년 우리에겐 비누로 잘 알려진 도브사에서 96살의 아이린 싱클레어를 모델로 캐스팅했을 때, 프랑스 사회는 "젊음만이 아름답다(Seuls les jeunes sont beaux)"라는 보편적 명제에 반기를 들며, 시간의 흔적에 대한 미적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70살의 제인 폰다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장품 회사 로레알(L'Oreal)의 모델로 활동하는 데까지 나아가며, 이른바 실버산업이 비엥 비에이르(Bien-Vieillir, 멋있게 나이 들기)를 기치로 내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파리 시내를 걷다보면 낯설지 않게 시니어(이곳 기준으로 50세 이상) 모델들을 내세운 길거리 광고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멋진 각선미에 스타일리시한 패션을 뽐내는 뒤태의 여인이 궁금해 앞모습을 흘끔 확인하는 순간, 우아하게 나이 든 할머니임을 확인하고 실망과 동시에 감탄을 하는 외국인들 또한 자주 보게 되는 곳이 파리다. '매력적이라는 것은 나이를 불문한다'라는 가치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실버산업은 지금 현재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1945년에서 1960년에 출생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2006년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선 프랑스도 급속히 고령화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갓 은퇴한 퇴직자들을 '활발한 퇴직자(Retraites actifs)'로 부른다.

 

이는 50세 이상을 통칭하는 시니어라는 말과 맞물려 장년기에 이미 노년의 삶을 이해하고 미리 준비하게 함으로써 법적 퇴직 연령인 65세에 갑작스러운 활동의 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노인 세대에 지불해야 하는 연금을 두고 발생하는 세대 간 갈등에서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프랑스는 이러한 갈등을 정치적 타협으로 조정하기보다는 실버산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이를 시장의 창출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매력이라는 가치를 나이에서 분리함으로써 프랑스가 자랑하는 뷰티·패션 산업을 중심으로 시니어들에게 특화된 상품들이 제작·판매될 수 있도록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활동 무대를 열어주고 있다. 일례로 매년 프랑스신발협회(La Federation Francaise de la Chaussure, FFC)는 시니어를 위한 우수 신발 메이커 10개를 지정해 발표하는데, 메피스토(Mephisto), 페디 걸(Pedi Girl), 라 베이그(La vague) 등의 브랜드는 편안함과 동시에 매우 세련된 스타일로 유명한 제품들이다.

 

프랑스 대표 모델 에이전시인 매스터(Master)에서도 에르메스나 갈리아노 패션쇼에 세울 시니어 모델들의 선발 규모를 매년 늘리고 있다. 아울러 최근 Oxatis-KPMG 연구 결과에 따르며 올해 프랑스 전체 e커머스 이용자의 39%가 시니어들이다. 이들이 차지하는 거래 규모가 전체 시장의 44%에 육박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둘째, 프랑스 실버산업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는 기술에 감성을 더하여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는 점이다. 외형은 1960·1970년대 라디오를 그대로 닮았으면서도, 와이파이를 통해 1만5000개의 채널을 제공하는 CGV 라디오 인터넷(Radio Internet) Dr301이 출시되었을 때, 시니어 세대를 다루는 잡지들은 앞다투어 제품 소개에 열을 올렸다.

 

마치 우리가 '응답하라' 시리즈에 반응하는 것처럼, "시니어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기술력을 확보한 하이테크 제품들이 실버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월간지 실버 에이지(Silver age)의 편집장 세바스티앵 라데라흐는 확신한다.

 

셋째, 이처럼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시장의 창출이 젊은 일자리 생성으로 이어지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년 4월 파리에서는 세계실버산업 전반을 망라하는 살롱 데 시니어(Salon des Seniors, www.salondessenior.com)라는 박람회가 열리는데, 이 박람회에서 소개되는 신상품은 젊은 사업가들의 열정이 돋보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은퇴자들을 위한 종합 포털 사이트(www.senioractu.com, www.serengo.net, www.temps-libre.info, www.seniorplanet.fr 등)들의 운영자들이나 시니어 대상 전문 잡지인 노트르 탕(Notre Temps), 세뇨르 플뤼(Senior Plus), 비브르 플뤼(Vivre Plus) 등의 편집 기획자들도 젊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건강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미 친숙해진 우리에게도 시니어 시장은 충분한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동양적인 나이에 대한 개념과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매력으로 나이를 잊게 하는 새로운 실버시장을 발굴해 내고, 이러한 가치 발굴이 젊은 일자리의 창출로 이어져 고령화 사회가 오히려 긍정적 경제 흐름의 동기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프랑스 사회가 펼치고 있는 실버산업의 가능성을 꼼꼼히 벤치마킹해 볼 필요성이 커 보인다.

 

 

조우석 파리유네스코대표부 서기관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19기사입력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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