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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동쪽에 부산이 있다. 오래전 이 도시에 한반도 인구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산 적이 있었다. 부산역, 초량, 영주동, 광복동, 남포동 일대는 모두 토박이들과 전쟁 난민들이 뒤섞여 만든 언덕과 마을과 골목들이다.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꽤 멋들어진 거리로 바뀌긴 했지만 ‘낭만’이라고 말하기엔 척박했던 옛 삶을 기억하는 어르신들께 송구한 면도 있다. 하지만 어쩌나. 부산에 가면 흠뻑, 젖어버리고 마는 것을.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초량 상해거리

 

부산여행은 지하철과 도보가 편리하다. 특히 구도심이 밀집되어 있는 중구 일대는 더욱 그렇다. 부산 지하철 1호선은 ‘낭만 트레인’이다. 부산역 – 중앙역 – 남포역 – 자갈치역 등 어느 곳에서 내려도 향수를 자극하는 거리로 이어진다. 부산 낭만지구로는 부산 기차역 건너편 초량상해거리 -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 – 부산근대역사관 -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 보수동책방골목 – 국제시장 – 영도다리 – 자갈치 - 감천동 등을 들 수 있다. 모두 오랜 세월의 흔적과 서서히 진행되는 모던 풍화가 공존하는 곳들이다. 한국전쟁 때 부산은 거대한 난민 도시였다. 특히 피난열차가 도착한 부산역 앞 구봉산, 봉수산, 용두산 등 산자락과 언덕에는 난민들이 지은 판잣집들이 거대한 촌을 이뤘고, 그 판자촌들은 훗날 철거되거나 주택으로 개량되어 오늘날에 이르렀다. 아침 일찍 김해에서 출발해 금세 부산역에 도착했다. 무거운 배낭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카메라만 든 채 지상으로 올라가 초량 골목으로 들어갔다. 새벽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초량상해거리는 촬영이 끝난 영화 세트장처럼 을씨년스러워 보였다. 원래 이 골목은 점심 시간을 기점으로 인파가 몰리기 시작, 저녁이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대부분 도시의 차이나타운이 그렇듯 이곳 역시 중국 음식점이 즐비한 곳이다. 중국, 러시아 잡화점, 마사지숍, 술집들도 띄엄띄엄 눈에 띄었다. 이미 전국적인 맛집으로 소문 난 중국집들을 향해 저절로 발길이 끌려간다. 1951년에 문을 연 만두, 콩국 명물 ‘신발원’은 최근 <백종원의 3대 천왕> 시리즈에 소개되면서 난리가 났다. 그렇지 않아도 테이블이 대여섯 개 수준인 아담한 곳인데 말이다. 짬뽕과 간짜장으로 골목을 평정한 ‘원향재’는 중국집의 진리인 짜장·짬뽕을 즐기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물만두와 오향장육으로 손님 줄 세우는 ‘장춘방’도 기를 쓰고 들려봐야 할 맛집이지만, 오픈 시간이 안되었으므로 패스!

 

 

초량동 일대는 1884년 중국 영사관 설치 이후 중국인들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이국적인 거리가 되었는데 중일전쟁에서 중국이 패하고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자 ‘청관’이라 불렸던 이곳의 위세 역시 급격히 약해졌다. 그러나 전쟁통에 부산에 외국 군대가 진주하면서 초량동은 ‘부산의 이태원’이라 불릴 정도로 미군을 겨냥한 시장이 형성되었고 지금도 러시아 등지에서 온 무역상들이 몰려든다. 그들을 겨냥한 술집, 클럽들이 생기며 여전히 ‘무법 천지’였다. 혼란스러웠던 초량 골목이 정돈된 것은 1999년 이곳을 ‘차이나타운’으로 지정하고 다듬어오면서부터이다.

 

 

▶40계단 문화관광 테마거리

 

 

한국전쟁 때 수많은 난민들이 이 언덕 위에 판잣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40계단은 산동네로 올라가는 일종의 게이트로, 당시 계단 아래 공터는 길 건너 부두로 들어온 난민 구호물자가 거래되는 난전이 열렸다. 일거리와 먹을 것을 구하러 이곳을 기웃거리다 1.4후퇴 때 헤어진 가족을 기적처럼 만나 부둥켜 안고 눈물의 상봉을 나누기도 했던 만남의 광장이었다고 전해진다. 거리는 40계단 위와 아래로 나뉜다. 계단 위는 인쇄소들이 밀집해 있는 ‘부산인쇄업의 총본산 동광동인쇄골목’인데, 곳곳에 조금 가파른 계단들이 더 위쪽에 있는 복잡한 골목과 연결되어 있다. 그 옛날 판잣집은 아니지만 이미 낡을대로 낡아버린 가옥 앞에 서 보니 40계단문화 관광 테마거리라는 이름을 생각하지 않아도 이곳에 만만치 않은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음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부산항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골목 안 ‘셋방’ 벽보에는 ‘현대식 방 2개의 월세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라는 내용 등이 017 전화번호와 함께 정감어린 필체로 적혀있다. 아직도 017을 사용하는 분이 계시다니… 부산의 뚝심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두어 달 살아보았으면 하는 치기도 일어난다. 40계단 주변에는 도보여행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카페, 어묵집, 이발소, 식당 등이 눈길을 끈다. 거리 곳곳의 조형물도 40계단 거리에서 관찰하게 되는 시간의 표식들이다. 전쟁 시절 40계단 근처에 있던 부산역을 이야기 하는 철도와 건널목과 오래된 전봇대들이 눈길을 끈다. 40계단 중간쯤에 있는 ‘아코디온 켜는 조각’은 가난했지만 나름 삶의 ‘애환’을 나누던 그 시절의 낭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조형물에는 센서와 음향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사람이 지나가면 ‘50년대 경음악’이 흘러나온다. 훈훈한 감성이 일어나는 ‘뻥튀기 아저씨’, 그 시절에는 누구나 ‘소년소녀 가장’으로 살아야 했음을 보여주는 ‘물동이 진 아이’, 지게꾼과 노동자가 피곤한 눈으로 잠시 쉬는 모습을 표현한 ‘아버지의 휴식’ 등도 1950년대의 부산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위치 부산시 중구 해관로 61 일대

 

 

 

▶부산근대역사관과 용두산 부산타워

 

40계단 거리에서 인쇄골목을 빠져나오면 부산근대역사관과 용두산 부산타워의 모습이 보인다. 부산근대역사관은 도시 여행 좀 해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일제 때 건물이군’하고 눈치챌 수 있는 건축물이다. 부산근대역사관 건물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 지점으로 1929년에 지었고 해방 후에는 미국 소유로 미군 24사단 숙소, 주한미국대사관, 미국문화원, 영사관 등으로 50년 동안 사용되다 1999년에 한국이 되찾아왔다. 역사관으로 개관한 것은 2003년의 일인데, 우리나라 여러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근대역사관’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의 침략, 저항, 일제강점기 시작, 경제적 수탈, 일본이 건설한 근대 부산 시가지 모습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부산은 지리적으로 일본과 가깝고 한반도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던 탓에 침략과 수탈의 양적 범위가 다른 도시들에 비해 넓고 가혹했음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도 온천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동래온천’의 ‘커튼 뒤 목욕탕 사진’은 은근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결국 커튼을 열어봤자 평범한 사진이지만. 1966년 8월31일에 찍힌 ‘영도대교’ 사진은 ‘구경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그 날은 1934년 11월23일에 완공되어 22년동안 교각 일부를 들어 선박을 지나가게 했던 도개교 영도대교가 마지막으로 열리는 날이었다. 부산 사람들은 그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다리 위 아래로 구름처럼 몰려들었고 그 장면은 ‘성불사 범허 스님’에 의해 촬영되어 오늘날 부산근대역사관에 전시될 수 있었다. 사진 속에는 아무런 안전 장치 없이 난간 끝에 서 있는 사람들, 드럼통을 펴서 만들었다는, 트랜스포머 로봇을 닮은 시내버스가 민둥산 영도의 모습이 지나간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날 마지막으로 개도교 밑을 지나간 배는 삼양1호였다.

 

위치 부산시 중구 대청로 104

 

개방 09:00~18:00 월요일, 1월1일 휴무

 

문의 051-253-3845

 

부산근대역사관을 나와 용두산 부산타워에 올라갔다. 산책로는 웅장했다. 높게 자란 나무, 엄마와 함께 산책나온 꼬맹이들, 부산의 세월을 간직하고 있을 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래된 공원의 고혹함이 보기 좋았으나 관광버스가 공원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통에 느긋한 감상은 1분도 안되어 끝. 용두산 부산타워는 부산 구도심을 360도 관찰할 수 있는, 사실은 부산에서 가장 먼저 와 봐야 할 전망 포인트다. 눈 아래로 국제시장, 깡통시장, 패션거리, 영화거리, 자갈치, 영도다리, 감천동 등이 보이고 시계가 명확한 날씨에는 멀리 해운대 모습도 아련히 볼 수 있다. 부산타워가 있는 용두산은 광복동, 남포동, 국제시장 근처에서 전용 계단, 에스컬레이터 등을 이용해서 가볍게 올라갈 수 있고, 부산근대역사관에서도 산책을 겸해 오를 수 있다.

 

위치 부산시 중구 대청로116번길 13(광복동2가 1-2)

 

개방 09:00~22:00 연중무휴, 매표 마감 21:40

 

입장료 어른 전망대 5000원, 모형선박전시관 3000원, 통합권 6000원/ 어린이와 청소년 전망대 3000원, 모형선박전시관 1000원, 통합권 4000원/ 우대 어른 전망대 4000원, 모형선박전시관 2000원, 통합권 5000원

 

문의 www.busantower.co.kr

 

 

 

▶금순이는 살아계실까, ‘영도대교’

 

영도대교는 매일 오후 2시에 교각 하나가 올라가는 도개교이다. 1966년에 마지막으로 올라갔던 도개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보수공사에 들어갔고 다시 관광용 도개교로 개방되었다. 다리가 올라가고 배 한 척 지나가는 심심한 행사이다. 부산 사람들을 ‘씰데없이 길을 막는다’며 투덜대기도 하지만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2시 정각이 임박하면 교통 통제가 시작되고 정각에 다리가 올리가기 시작, 정점을 찍었다 다시 원위치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15분이다. 여행자들은 주로 다리 아랫부분에서 그 장면을 구경하는데, 다리 상판과 수평을 이루는 음식점, 카페 등에 들어가면 조금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도 있다. 다리 건너 영도대교 기념비를 읽어보면 부산에서 영도대교가 차지하는 정서적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전쟁 이후 가수 현인 씨가 불러 오랜세월 사랑을 받은 ‘굳세어라 금순이’ 가사와 현인 씨 좌상이 있는 노래비도 잠시 발길을 머물게 하는 볼거리다. 전쟁 이후 ‘국제시장 장사치’로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날 문득 북에 두고 온 아내 ‘금순이’가 그리워지면 영도다리에 올라 ‘남북통일 그날이 오면 얼싸안고 춤도 추어보자’고 눈시울 적셨던 그 아버지들과 금순이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있을지. 이 노래는 영도대교 도개 행사 때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데, 영도대교를 떠난 뒤에도 입에서 계속 맴돌았다.

 

영도대교 도개 장면 잘 보이는 위치

 

부산시 중구 중앙대로 2 롯데마트 바다쪽 도로. 또는 자갈치시장 바다 광장, 산책로 일대.

 

 

 

▶최대의 수산물 시장, 자갈치시장

 

영도대교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자갈치시장은 항구 도시 부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대형 어시장이자 관광지이다. 현대식으로 지은 자갈치시장은 수산물 쇼핑과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빌딩이다. 가족 여행자들이 들르기에 적당해 보인다. 전통의 자갈치를 즐기고 싶다면 ‘자갈치 공판장’ 앞 좁은 골목으로 가면 된다. 생선 소매상들과 식당, 그리고 작은 즉석 횟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더 이상의 시장 풍경이 있을까 싶은 골목이다. 서쪽을 바라보면 초장동 산동네와 천마산이 보인다. 부산의 산동네는 어디든 사진에서 본 ‘감천동 문화마을’처럼 생겼는데, 실제 감천동은 ‘천마산 너머’에 있다.

 

즉석횟집의 좁은 테이블에 앉아 부두 쪽을 바라보면 먼 바다에 나갔다 돌아온 대형 어선들이 정박해 있고 이제 막 들어온 배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인 남자들이 편안한 표정으로 배에서 나오는 풍경이 눈에 잡힌다. 혼자, 또는 두세 사람이 부산을 여행한다면 꼭 들려봐야 할 곳이다.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고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에서나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낮술 한잔 권하는 현장이 자갈치다.

 

위치 부산시 중구 영미길9번길 5-4(남포동1가 37-1) 일대

 

 

 

▶용두산 아래 서쪽은 거대한 시장 왕국

 

부산 구도심 여행의 대표적인 아이콘인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아리랑거리, 보수동 책방골목 등은 이름은 각각 달라도 크게 보면 하나의 작은 시장 왕국 꼴을 갖추고 있다. 크기로만 따지면 서울의 남대문시장, 명동을 합친 것보다 크다. 모두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들이지만 사실 이 시장 왕국을 지탱하는 주인공은 부산 시민들이다. 그들은 매일 이곳에 찾아와 신선한 재료를 사다 집에서 직접 식탁을 차리는, 전통 가정의 모습을 이어가는 고집 센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기에 이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시장 왕국이 들썩들썩 할 수 있다.

 

 

여행자들이 주로 많이 가는 곳은 국제시장 먹자골목과 깡통시장. 부산의 특산물인 어묵, 순대떡볶이, 만두, 찐빵, 유부주머니 등 세월을 초월하는 인기 먹거리들이 시장 곳곳에 있고, 집이 멀지 않다면 당장 사고 싶은 젓갈들도 봉지에 포장되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보기엔 딱 비빔국수인데 소면 대신 당면이 들어간 게 결정적으로 다른 ‘비빔당면’, 어묵과 함께 먹는 ‘물떡’ 등도 시장 왕국에서 즐겨 먹는 부산만의 메뉴들이다. 먹거리골목은 깡통시장, 국제시장, 아리랑시장을 거쳐 BIFF거리까지 이어진다. BIFF광장의 최대 히트 메뉴는 ‘씨앗호떡’. 씨앗호떡은 갓 구운 호떡의 옆구리를 벌려 그 안에 다섯 가지 씨앗을 넣어주는 달콤한 호떡이다. 줄 서서 먹을만한 특별한 맛이다.

 

이영근(여행작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6.05.19기사입력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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