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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 대한 글이라면 얼마든지 많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고, 내가 좋아했던 어떤 사람 역시 교토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잘 하는 법 알아요?"

 

밴쿠버 로브슨 스트리트, 한참 인기 절정의 장궈룽이 사장이라던 스타벅스 맞은 편, 한 일본 식당에서 그 남자가 메밀국수를 먹다가 내게 불쑥 물었다. 나는 일본어보다 영어를 더 잘하고 싶었지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며 알고 싶다고 대답했다.

 

"일본 남자를 사귀는 겁니다! 나 어때요?"

 

그 남자의 왼쪽 뺨에 팬 보조개를 보다가, 그냥 교토가 좋아져 버렸다. 어쩐 일인지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교토에 가 볼 수 있었지만, 갈 때마다 매번 다시 오고 싶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의 유일한 외국 도시가 되었다. 2014년 12월, 오사카에서 열차를 타고 교토에 도착했다. 어쩐 일인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긴카쿠지(금각사)'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으며 "세상에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도 있구나!"라고 찬탄하던 고등학교 2학년 때의 내가 떠올랐다.

 

교토에 도착한 날, 버스 터미널에서 500엔을 주고 시티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1일 패스를 끊었다. 긴카쿠지로 가는 버스의 줄이 길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설 때마다 정말이지 많은 사람이 버스에 탔다.

정작 더 놀랐던 건 버스에 내려 긴카쿠지로 향했을 때였다. 관광지라 당연히 사람이 많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평일의 절 안에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긴카쿠지는 사람들의 정수리 색깔, 즉 검은색으로 뒤덮여 보였다. 긴카쿠지가 바로 저기에 있긴 한데, 나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사진 한 장 찍을 수가 없었다. 마치 움직이는 수평 에스컬레이터 같은 게 있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동선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내 맘대로 절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화려한 금빛 외관을 자랑하는 교토 `긴카쿠지`

 

소설을 가장 잘 읽는 방법은 작가가 그 작품을 쓴 곳에 가서 읽는 것이다. 겨울의 나가타 현으로 가 눈 오는 료칸 창문에 기대어 앉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는 것보다 이 소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푹푹 나리는 눈을 보고 있으면 비로소 이 소설의 첫 문장인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12월 30일에 긴카쿠지에 가는 일은 거의 미친 짓에 가깝다. 며칠 째 오사카와 고베를 여행했던 내 발 여기저기에는 붙어 있던 '휴족 시간(파스)'처럼 마음마저 누덕누덕해지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내가 긴카쿠지를 나와 그 동네를 무작정 걷기 시작한 건 그런 이유였다. 무조건 사람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걷고 또 걸어 나는 골목 안까지 숨어들었다. 어쩌면 길을 잃기로 작정한 사람처럼.

 

'지도로 무장하면 여행자의 세계는 축소된다. 세계를 파악하는 기준으로 지도를 선택하면, 대도시는 황무지든 할 것 없이 모든 세계는 한정적인 정보만을 담고 있는 곳이 된다. 다시 말해서 세계는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것들만 포함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자세히 살펴보면 지구는 1㎡마다 아주 흥미롭고 세세한 것을 수도 없이 담고 있다. 길 잃기는 이런 기발한 것들을 만끽할 수 있게 한다. 또 부족한 방향 감각을 보완하기 위해 두뇌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게 된다.'

 

문득 카트린 파시히의 '여행의 기술'속 한 문장이 떠올랐다. 이 책은 언뜻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책이다. '길 잃는 법'을 설명하는 안내서이기 때문이다. 나처럼 타고 난 길치에게는 꽤 긍정적인 변명이 될 수도 있는 책이었다.

 

걷다가 배가 고파져 눈에 보이는 곳의 아무 가게나 들어가 돈코쓰 라멘 하나과 교자를 사 먹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꽤 맛있는 라멘과 교자였다. 걷다 보니 '료안지'라는 꽤 유명한 절도 나왔다. 가게 앞에 줄을 선 일본 사람만큼이나 흔한 게 교토의 절이란 것도 알게 됐다.

 

일본어를 잘 할 줄 알았더라면, 긴 향을 피워놓고 간절히 기도하는 할머니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역시, 일본어를 배워두는 게 좋았을까. 일본어를 잘 하는 방법은 일본인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이라고 말하던 그 교토 남자가 태어난 곳이 여기 어디쯤이라고 했던 것도 같은데.


 

 

백영옥 작가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23기사입력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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