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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픽사베이

 

 

생각해 보자. 누군가 당신에게 일감을 몰아준다고 했을 때 당신의 반응은? 대부분의 회사원, 봉급쟁이라면 치를 떨며 싫어할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많은데 일감을 몰아준다니. 하지만 회사의 경영진이라면, 자신의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일감을 몰아주기를 바라며 모든 일감이 자기에게 오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그 일감을 몰아주는자도 일감을 몰아받는 상대방이 기뻐할 것을 알기에 일감을 몰아주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이런 일감몰아주기는 그들만의 사는 세계, 재벌세계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일감몰아주기란 말 그대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으로 특히 대기업이 특정한 하청기업에게 관련 일거리를 몰아주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특정 하청기업의 대부분이 대기업의 계열사, 자회사라는데 있다. 모자 관계처럼 대기업이 모(母)의 역할을 하고, 하청기업이 자(子)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모회사가 자회사에게 일감을 몰아주면 자회사는 자연스럽게 생산과 판매량이 늘어나게 된다. 이에 자회사 뿐만 아니라 모회사의 가치 역시 추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일감몰아주기가 문제가 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시장논리에 따르면 대기업은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경쟁계약을 통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 있는 하청기업과 협업하여 좋은 제품을 최소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고, 좋은 제품(서비스)을 더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으로 하청업체를 선정한다면 하청기업간 경쟁이 사라져 좋은 제품이 시장에 제공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큰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일감몰아주기가 공정한 경쟁을 무너뜨리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서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한다.

 

공정거래법 말고도 세법에서도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데, 일감몰아주기를 다루는 세목은 다름 아닌 증여세이다. 일감몰아주기는 재벌들의 재산 상속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문제점도 있다. 타인에게 부를 무상으로 이전할 경우 증여세가 부과된다. 만약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지 않으면 자녀 등이 주주인 법인에 일감을 몰아주어 일감을 몰아받은 법인(이하 수혜법인)은 매출이 발생하게 되며, 영업이익 증가 그리고 이로인한 주식가치 상승 등 간접적인 이익이 이전되나 증여세 의무는 안 지게 된다. 수혜법인의 영업이익 증가로 법인세를 납부한다고 해도, 법인세율은 10%~22%로 증여세율 10%~ 50%보다 현저히 낮다. 즉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또 다른 탈세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같은 편법적인 증여를 과세하기 위해 증여세법에서는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의제”규정이란 이름하에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고 있다.

 

증여세에서 납부의무자는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 받은 자, 수증자이다. 그럼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납부의무자는 누구인가? 수혜법인은 매출발생, 영업이익발생으로 법인세를 납부했다면, 더 이상 납부할 세액은 없을까? 아니다. 수혜법인말고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 받은 자가 있다. 바로 수혜법인의 주주이다. 앞에서 말했 듯, 법인의 영업이익은 주가상승을 통하여 주주의 이익으로 전환되므로 법인의 영업이익 중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부분을 법인의 지배주주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하여 과세하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하여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기업은 H그룹이다. H그룹의 회장 아들 J는 물류회사에 30억을 투자한 뒤 10년만에 주가 상승 등으로 투자금 1조 9천억원으로 불렸다. 물류회사가 이렇게 10년만에 급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계기는 계열사간 내부거래, 즉 일감몰아주기 덕분이다. 일감몰아주기 덕분에 J는 증여세를 납부하지 않고 거의 2조원이 넘는 부를 물려받았다. 이런 부의 대물림은 비단 H그룹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닐 것이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대기업 총수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해당 계열사 자회사와 모회사간에는 일감몰아주기혐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이룩한 경제적 여유를 제2세에게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막을 순 없다. 하지만 그 방법이 잘못되어 탈세로 이어지는 건 막아야 되지 않을 까 싶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경닷컴 "MK 비즈&/비즈앤" 세무 칼럼리스트 이석봉 세무사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23기사입력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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