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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수이징팡 홈페이지

 

중국 남서부 양쯔강의 네 지류가 만나 이룬 도시라 해서 쓰촨성(四川省)이라 불리는 이곳엔 그 유명한 중국 명주 '바이주(白酒)'가 콸콸 쏟아지다시피 한다. 쓰촨성의 연간 바이주 생산량은 대략 350만㎘로 중국 전체 바이주의 30%를 차지한다. 쓰촨성 총생산액(GDP)에서도 7%가량을 담당할 만큼 바이주는 이 지역 주요 산업이다. 쓰촨성 성도(省都) 청두(成都) 중심가인 진장구 수이징가(水井街)엔 분명 박물관인데 술을 찌는 곳이 하나 있다. 마오타이(茅臺), 우량예(五粮液)와 함께 중국 3대 바이주로 손꼽히는 '수이징팡(水井坊)' 증류소(distillery) 겸 박물관이다.용지 규모는 1만㎡(3025평) 정도다. 다만 여기서 생산되는 양은 수이징팡 전체 생산량의 10%에도 채 못 미친다. 청두시 외곽에 수이징팡 증류소 두 곳이 더 있고 여기서 대부분의 생산이 이뤄진다. 그렇다면 왜 박물관을 생산기지로 만들었을까. 비밀은 물론 그 안에 있었다. 2011년 수이징팡을 인수한 영국계 위스키 회사 디아지오는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이곳을 공개했다.

 

지난 20일 찾아가본 수이징팡 증류소엔 입구부터 묘한 냄새가 풍겼다. 발걸음을 옮겨 문 열린 양조장 안으로 들어서자 냄새는 코를 찌르듯 훨씬 강렬해졌다. 간장 냄새였다. 처음엔 다소 역했던 이 냄새가 어느덧 익숙한 냄새로 바뀌는 순간, "그래" 하고 무릎을 쳤다. 고급 중식당에서 간혹 맡을 수 있던 바로 그 냄새였기 때문이다. 흔히들 '고량주'로 부르는 구냥(古釀)주, 곧 투명한 바이주 향이 그 같은 장(醬) 냄새의 '맑은 변형'이었던 셈이다.

 

양조장 천장은 옛 방식 그대로 기와형이지만 여닫음이 가능한 나름 '하이테크'였다. 바이주는 온도와 습도가 극도로 중요한 법. 그래서 곡식으로 술을 발효할 땐 해를 가려야 하고 발효물을 말릴 땐 개방된 공간에서 바람을 맞아들여야 한다. 습도는 높을수록 좋다. 1년 365일 중 300일가량 날이 흐리고 눅눅한 쓰촨성은 그래서 바이주 생산의 최적지로 꼽힌다.

 

양조장 초입에는 우물처럼 생긴 돌무덤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게 바로 수이징팡의 탄생 수원이다. 1998년 이곳에서 14세기 원나라 때 지은 대규모 옛 양조장 유적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이 양조장은 2001년 중국 국무원에 의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공식 지정됐다.

 

이때 초기 바이주 증류 방식을 보여주는 단서가 드러났다. 당시 배양균(효모)이 살아 있는 채로 발견된 것이다. 여기서 나온 효모와 수원을 되살려 다시 지하수를 끌어올렸고 그 소량의 물로 만들기 시작한 게 수이징팡의 시작이다. 600년의 시간이 지나 중국 최고의 명주가 탄생됐다. 그래서 이곳은 박물관이자 상징적인 증류소이기도 하다.

 

이곳 20여 명의 장인들은 쉴 새가 없었다. 일단 흙구덩이를 파고 여기에 수이징팡 생산 5대 원료인 수수, 보리, 쌀, 옥수수, 귀리를 엿기름과 함께 넣어 90일간 발효한다. '고량'이 곧 수수를 가리키는 만큼 바이주 생산의 핵심 원료는 바로 이 수수다. 곡식의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효모를 흙이 빨아먹을 수 있으니 미리 파둔 흙구덩이 바닥과 안쪽 벽엔 별도의 마감재를 넣는다. 한쪽에선 이미 90일이 지나 발효를 끝낸 재료들을 삽으로 퍼내고 있었다. 어느 게 흙이고 무엇이 발효물인지 분간이 채 안 갈 정도였다.

 

발효물을 옆 공간으로 옮기니 단식 증류기가 여러 대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에 발효물을 넣어 찌면 증류한 연기를 냉각시켜 수이징팡 원액이 나온다. 졸졸 흐르는 수준으로 조금씩 떨어지는 원액을 받아 한 모금 들이켰다. 알코올 도수로는 63도 정도 된다고 하니 역시나 그 맛이 썼다. 아직 술이 아닌 거다.

 

이들 원액을 큰 항아리에 옮겨 담고 붉은 색 천으로 입구를 단단히 동여매 서늘한 창고에 별도로 보관해 숙성시킨다. 그 기간만 무려 4~5년이다. 특히 수이징팡을 비롯한 중국 바이주는 위스키와 달리 특정 연산이 없고 여러 원액을 섞어(블렌딩)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수이징팡에도 마스터 블렌더가 따로 있다.

 

이곳 박물관 겸 증류소에선 단식 증류기를 쓰지만 청두시 외곽 실제 수이징팡 생산기지에선 대형 연식 증류기로 좀 더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어느 기지에 가더라도 찜기의 작동을 제외하면 모두 사람이 삽을 푸고, 발효물을 말린다는 점이다.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생산이 이뤄지는 것이다. 90일 발효에 4년 넘는 숙성까지 고려하면 수이징팡을 잉태하는 데 이토록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셈이니, 가히 명주요, 그 값도 비쌀 만하다.

 

수이징팡 관계자는 "완성된 바이주를 병에 담고 포장하는 것만 자동화 공정을 거칠 뿐 나머지 일은 모두 사람이 한다"며 "수이징팡 소속 1600여 명의 장인 손끝에서 중국 최고의 명주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두/서진우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26기사입력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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