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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名人列傳 / 전치형 카이스트 교수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모험'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알파고는 지난 2500년간 인간이 점령해 온 바둑(판)이라는 영토에 불쑥 들어간 모험가인 셈입니다. 인간은 이제 새로운 영토를 찾아 떠나는 모험가의 역할만이 아니라 멀리서 찾아온 모험가를 맞이하는 원주민 역할도 맡게 됐습니다."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한 '알파고 쇼크'를 둘러싼 다양한 성찰과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연구해 온 전 교수는 지난 23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린 '두산인문극장 2016: 모험' 무료 인문학 강의에서 '모험하는 로봇, 방황하는 인간'이란 주제로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자세에 대해 말했다.

 

전 교수는 모험이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모험'의 사전적 정의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인데 '모험을 하는 것'은 사람만이 아닌 다른 존재도 가능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알파고는 (바둑에서) 땅을 개척하고 집을 만드는 일을 혼자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간은 바둑이라는 영토 또는 바둑이 상징하는 인간의 어떤 영역을 더 이상 독점하지 못하고 인공지능 기계와 공유하게 되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로봇이 모험을 한다면 모험하지 않은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까라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로봇이 어떤 모험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인간은 어떤 영토까지 자리를 내줄 것인지 자문해보며 로봇과의 관계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로봇이 이미 인간 삶의 영역에 들어와 있으며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은 우리 곁에서 '선생님 로봇' '할매네 로봇' '재난 로봇' 형태로 사람을 가르치고 돌보고 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며 "이런 일들은 더 이상 인간이 해야 할 일, 인간됨을 상징하는 일로 여겨지지 않으며 꼭 사람의 자리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당 일을 하는 사람이 부족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가능하다면 값싼 로봇이 인간의 빈자리를 메워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로봇의 모험적 시도가 인간과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로봇에 왜 이 일을 맡기려 하나' '로봇은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는가'라는 공통의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잉키'(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영어공부를 돕는 로봇) 속에 실제 인간 선생님은 필리핀의 한 콜센터에 앉아 원격으로 강의를 하는 원어민 영어강사다. 잉키의 머리는 필리핀 여성이 아닌 백인 여성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잉키 사례에서 원어민 교육 선생님이 부족한 현실과 영어교육에 집착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 그리고 유색인종에 대한 인식 등이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외로움을 돌봐주는 '할매네 로봇'은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교수는 "기술적으로 미숙한 로봇이 시골에서 인간과 함께하는 공존실험의 단순한 성공 유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과연 우리는 어떤 상황을 봤을 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봐야 한다"며 "만약 할머니가 자식보다 로봇을 더 그리워한다면 실패보다 성공이 더 모험적인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로봇이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예술·서비스 등의 영역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전 교수는 "일정 수준은 가능하겠지만 예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의 윤리문제에 대해서 그는 "자율주행차의 정차 등과 같은 특정 상황에서의 논의보다는 더욱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사회적·정책적 논의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봉진 기자자료제공 매일경제
발행일 2016.05.26기사입력 2016.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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