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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연애가 없다면 각박한 일상을 버텨내는 신공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이유있는 ‘욱’과 다혈질 캐릭터로 헤어진 후 더 뜨거워진 연애를 보여주는 <연애의 온도> 동희(이민기 분)는 그래서 절대 미워할 수 없다.

남자들의 거칠고 밀도 높은 세계는 스크린에서 특히 매혹적이다. 그럼에도 그들의 검은 속내가 장대하게 펼쳐지는 탁한 정치의 세계를 연이어 극장가에서 마주하는 것이 좀 식상하게 다가올 때쯤 등장한 멜로 영화가 있다. “헤어져”라고 말한 순간부터 더 뜨거워져버린 연인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말하는 신선한 앵글의 러브스토리 <연애의 온도>가 도착한 것이다.

사랑한다 수백 번 얘기해도 헤어지자는 한 마디로 끝나는 것이 연애다. 그래서 찐한 연애에 몰두해본 이들은 정신을 놓아버리기 십상인 연애의 속성에 때로는 극한의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 달콤함을 거부할 수 없어 다시 빠져들고 만다. <연애의 온도>는 이제까지 봐온 비슷비슷한 멜로 영화에서 판타지와 거품을 제거한 말 그대로 ‘리얼 연애’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영화다.

수시로 변하는 현실연애의 실체를 담백하지만 열정적으로 연기한 주역은 이민기(이동희 역)와 김민희(장영 역)이다. 욱하는데다 과격하기까지 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동희역의 이민기는 <퀵>과 <오싹한 연애>까지 히트 시킨 내공있는 배우가 아니던가.

사내연애라는 정글을 헤치기엔 주체할 수 없는 욱과 질투심으로 점철된 뜨거운 남자를 전작보다 한층 섬세하고 성숙한 연기로 표현하고 있는 이민기는 지금 ‘믿고 보는’ 배우로 진화 중이다.

<오싹한 연애>의 차기작은 꼭 남자 배우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들었다. 그럼에도 멜로 장르의 <연애의 온도>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연애의 온도>의 담백한 정서가 좋았다. 독특한 캐릭터나 과장된 감정이 아닌 인물들간의 관계와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나리오를 읽고 ‘이런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내가 첫 주인공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시나리오 받았을 때부터 둘의 싸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헤어지자는 말을 서로에게 미루는 동희와 영의 모습은 마치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았다.

<연애의 온도>의 절대 미워할 수 없는 남자 ‘동희’를 말해달라

동희는 성격있는 남자다. 과격하고 투박하다. 하지만 아무 이유없이 그러는 건 아니고, 영과 얽힐 때 그런 성격이 나온다. 영 때문에 다혈질이 돼버리는 것이다. 연애에 있어 열정적인 남자다.

헤어지면서 시작되는 조금 다른 멜로 영화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나?

김민희와 친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보통 멜로 영화들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정을 쌓아가지만 이 영화는 시작부터 헤어지고 싸우는 장면들을 촬영해야 해서 영화하기 전에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술자리에서 친해지는 게 익숙해서 김민희와 술자리를 가지고 많은 얘기를 하려고 했다.

고교시절 이상형이라 밝힌 김민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둘 다 모난 성격의 사람들이 아니라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제일 처음 좋아했던 연예인인 김민희를 앞에 두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미 익숙한 사이인 척 연기를 하는 게 힘들었다. 촬영을 하면서 어느 순간 무언가가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있었다. 아마 김민희씨도 그런 지점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럴 때 ‘아 우리 둘의 호흡이 맞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수시로 변하는 연애의 감정을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영이 너무 좋은데 매일 싸우고 화내야 해서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촬영을 할 때는 싸우다가도 컷 하면 다시 친하게 지냈으니까. 좋았다가 싸웠다가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을 연기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 행복할 때 보다 헤어져 있을 때 시간이 더 기니까. 그래도 행복한 장면을 찍을 때에 정말 좋았다. 진짜 행복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애’에 갈증이 생겼다고?

실제로 연애를 할 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면서 조금 더 다채로운 감정들이 생기더라. 앞으로 연애를 하게되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애의 온도>가 여타 멜로 영화에 비해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판타지가 없고 현실에 가깝다. 소소하지만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잘 생기고 능력있는 비현실적인 인물이 나오거나 비현실적인 장면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내 옆에 있을 법한 사람이 나오고 내가 겪을 법한 상황들을 영화에서 다루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과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덕 감독과 나눈 이야기

<연애의 온도>는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세심한 연출과 연애에 대한 폭넓은 시선이 드러나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연애의 실체를 포착해 포장하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던 그녀의 의도는 담백하지만 열정적인 연출로 확인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목숨을 거는 사랑이 실제로는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좀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면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다고. 노덕 감독은 우리가 진짜 부딪히는 연애가 “영화처럼 드라미틱하지는 못하지만 그 자체로 흥미롭기 때문에 모두 끓임없이 연애를 하게 되는거 아닌가”라 말한다.

<연애의 온도>가 연애를 다룬 다른 작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두 연인이 헤어지면서 시작되는 영화다. 내용이나 형식적인 면에서 ‘연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이미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몇 차례 이별을 반복한 사람들이 또 한 번 이별을 하면서 시작한다는 점에서 다른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속 리얼한 에피소드는 어떻게 탄생되었나?

시나리오 작업할 때 주변인들에게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가족들 등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많이 물었다. 영화랑 전혀 상관없이 일반적으로 직장을 다니고, 일반적인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조금 다른 연애 영화라 감정을 끌어내는 데 힘든 점은 없었나?

우선 ‘전형적인 표현은 배제하자’가 중심이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로 보여줬던 관습적인 표현이 아닌 우리가 실생활에서 하듯 새로 만들어 가자는 이야기를 배우들과 많이 했다. 초반에는 그 지점을 맞추기 어려웠지만 후반에는 서로 친해져서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싸우는 장면조차도 사랑하는 장면으로 보이길 바랬다. 반대로 사랑하는 장면은 오히려 싸우는 장면처럼 외롭게 보였으면 했다. 그러니 배우 입장에서는 두 가지 감정을 다 표현해야 했다. 단순한 상황에서도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너무 많다 보니 초반에는 배우들도 어려운 지점들이 많았을 것이다.

동희와 영을 ‘은행에서 일하는 3년차 커플’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커플이 일하는 곳이 멜로 영화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일상적이면서 현실적인 공간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은행은 돈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속물적인 공간이고,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본 공간이다. 속물적이고 현실적인 공간이 영화로 들어오며 갈등의 폭도 다양해지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또 이별이라는 것이 대수롭지 않을 법한 기간이 3년차라고 생각했다. 이별이라는 것을 한 두 번 정도는 경험했을 테니까. 그래서 동희와 영희도 자연스레 3년차 커플이라고 정의하게 된 것 같다.

관객들이 <연애의 온도>를 어떤 영화로 보기 바라는지?

그냥 오락영화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면 좋겠다.혹시나 사랑하는 과정에서 ‘힘들어서 헤어져야겠다’ ‘이게 진짜 사랑일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 바란다. 사랑을 하면서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렇게 힘든 것이고, 이렇게 힘든 것까지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랑과 이별이란 굉장히 가치 있는 감정이고, 지금 힘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 아름답게 느껴지는 순간이 됨을 공감하고 싶다.

 

 

신정인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3.03.22기사입력 201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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