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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와 함께 등장, 누워서 호스텔을 소개하는 B급 코믹 무비 속 ‘하비맨’에게 유립인들은 열광했다. 한 편의 홍보영상으로 4명의 잉여는 전 유럽 호스텔계의 슈퍼스타가 된다. ‘영상 찍고 1년 유럽여행 하기’ 외에 뮤직 비디오와 영화 개봉이라는 꿈도 이뤘다. 80만원으로 유럽일주에 성공한 청춘로드 다큐멘터리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만든 이호재 감독이 그 사령탑이다.

 

이호재감독

 

“어떻게든 되겠지” 저렴한 청춘들의 레알 어드벤쳐


2009년 9월~2010년 9월. 6개국 24개 도시, 총 경비 80만원.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호재(이호재, 29), 하비(하승엽, 27), 현학(이현학, 25), 휘(김휘, 25) 영화과 동기 네 명이 2009년 9월부터 1년 동안 80만원으로 물물교환 유럽일주에 성공한 이야기다. 등록금으로 비행기 티켓을 사고 남은 돈이 80만원. ‘여행가서도 영상 만드는 거 아녀?’라는 막내 현학의 한 마디에 ‘영상 촬영=숙식 제공’이라는 황당한 목표가 정해졌다. 여행 중 만든 호스텔 홍보영상이 대박을 치자, 하루 50개씩 메일이 쏟아졌다. 로비를 해오는 호스텔도 많았고, ‘하비맨’에게 사인을 청해오는 이들이 많았다. 유럽 호스텔 계를 평정하고 온 뒤에는 1년 여 잉여놀이에 몰두했다. 돈이 떨어지자 멤버들과 2011년 다시 유럽으로 가서 호스텔 영상으로 돈을 벌어왔다.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초청돼 예매 오픈 1분 만에 전석 매진됐고, ‘펀딩21-잉여킹 프로젝트’는 단 5일 만에 목표금액을 넘어섰다. 씨네21 소셜펀딩 플랫폼으로서는 사상 최단 기간이다.

 

제작사 ‘Surplus(잉여)’가 유럽 호스텔 계의 슈퍼스타라고 들었다. 방학 동안 영상 제작 프로젝트를 맡았는데, 등록금으로는 부족했다. 어차피 학교도 못 가고, 졸업 전 추억이나 만들자는 생각에 떠났다. 한국에선 뭘 해도 교수에게 허락을 받아야 했다. 거기선 ‘하지 말라’는 게 없었다. 80만원이 영상을 찍으면서 54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걸론 외장하드와 삼각대를 샀다.

 

여행이 끝나면 돌아올 학교도 없었는데 불안하지 않았나? 돌아올 곳을 아예 없애놓고 출발하자고 생각했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도 없었고. 원래 준비성이 없다. 남쪽으로 간 것도 추워서였다.

 

강도는 안 만났나? 누가 봐도 거지 꼴이라(웃음). 기본 요금만 내고 자는 척 하며 목적지까지 기차를 탔고, 쓰레기장 옆 야산에서 텐트 치고 잤다. 유일한 몸단장이 탄산수로 머리감기 정도?

 

히치하이킹 수완이 점점 좋아지던데. 일단 목표도시로 가는 유일한 도로를 찾는다. 서로 100m씩 떨어져 선발대는 손발을 흔들고, 중간은 푯말, 맨 뒤에선 신호등 앞이나 교차로, 나들목 등 정차가 쉬운 갓길에 짐을 들고 대기하다 차가 서면 뛰어온다.

 

대형극장에서 개봉까지 했는데? ‘잉여가 그렇지 뭐’ ‘해봤자 안돼’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대형 배급사로만 프리뷰 DVD를 보낸 것도 그 이유다. 유일하게 CGV에서 연락 왔을 때 주변에서 ‘뒤통수 맞을 거다’라고들 했는데, 자식처럼 대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가장 좋았던 순간과 나빴던 기억? 첫 호스텔 영상을 잘 만들어 호텔로 들어갔을 때, 그리고 동경했던 뮤지션 아르코(Arco)가 뮤비 제작을 수락했을 때. 로마에서 돈이 0원이 됐을 때 홍보영상 제안 메일을 보낸 100곳 중 한곳에서 연락이 왔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추위? 현학이 패딩을 돌려 입었다. 경찰서로 갔더니 침대와 스테이크가 있는 보호소로 데려다 주더라.

 

이호재감독

 

런던에선 영상 제작 대신 주방 일을 했는데? 일단 뮤직비디오에 묶인 몸이라 떠날 수가 없었다. 월드컵 성수기라 호스텔도 별로 없었고, 뮤직비디오와 병행할 수도 없었다. ‘그냥 재워주겠지’ 생각했는데, 다른 곳과는 달리 마감도 있었고. 하지만 원래 그게 맞는 거였다. 노동의 대가.


여행 중 많이 싸우기도 했을 것 같은데. 영상 일 대신 주방 일을 하고 있을 때 휘와 하비가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서 휘에게만 ‘넌 안 돼’라고 했다. 그 충격으로 하비가 계속 누워만 있었다. 나 혼자서라도 아르코 뮤비를 완성하겠다고 출국 5일 전 세븐시스터스에 갔는데 동생들이 뒤따라와서 정말 놀랐다. 절벽 아래 쭈그리고 있는데 3일 만에 찾아왔더라. 원래 내가 눈물이 제일 많다.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 첫째,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된다는 것. 돈이 떨어져 귀국을 결심한 순간 놀랍게도 연락이 오더라. 영화 개봉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뭘 하든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할 것. 터키 방송사에서 오프닝 영상을 부탁했는데, 호스텔 영상제작과 병행했더니 망했다.

 

잉여란? 사회는 ‘경쟁’에 뛰어들 준비-토익이나 스펙쌓기-를 안 하면 잉여로 본다. 학교 편집실에서도 게임만 하고 있는 우릴 향해 ‘잉여’라고들 했다. 하지만 게임 속 특수효과나 똘끼가 영상에 모두 쓰였다. 그래서 멤버들이 일할 시간에 놀아도 잔소리를 안 한다.

최종 꿈이 뭔가? 뭐든 좋아하는 것을 망설이지 않고 하며 사는 것. 호스텔만 다녀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니까.

 

‘생존’조차 힘든 요즘 20대에겐 배부른 소리 아닌가? ‘생존’만 하면 쉽다. ‘생존’ 이상의 것-좋은 회사, 높은 연봉, 타인의 시선, 좋은 차와 집-에 너무 큰 의미를 두는 것 같다.

 

두 번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이건 처음 밝히는 건데, 버스를 만들어서 영상제작, 요리사, 디자이너, 가수 등 다양한 재주를 지닌, 아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이들도 모두 태울 거다. 버스킹이 됐든, 영감을 주든 그걸 타고 다니며 만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고 싶다.

 

일종의 ‘문화 투어버스’인가? 거지꼴로 히치하이킹을 할 때 숙식을 제공하고 차도 태워준 프랑스의 오마, 가족이 되어준 터키 칠 아웃 호스텔 관계자들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무언가 주고 싶다. 단순히 숙식제공이나 휴양에서 끝나지 않고, 일종의 문화를 공유하는 버스다. 멤버들 복무가 끝나는 대로 이와 함께 음반을 기획할지도 모르겠다.

 

이호재감독

 

목표 없이 사는 것, 힘들지 않나? 글쎄,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는 게 더 힘들지 않나?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감독 이호재

 

배급 CGV무비콜라주

 

개봉 11월 28일

 

호재(감독 외 모든 것 담당, 특징 일을 크게 만듦), 하비(배우 겸 애니케이터, 특기 누워서 밥 먹기), 현학(조명천재. But 짐 때문에 조명기가 없다. 배부르면 행복한 잉여), 휘(편집과 특수효과, 특기 WOW) 등 잉여인간 4명이 벌이는 물물교환 유럽배낭여행기.

 

이호재감독

 

Biography 1985년 부산 출생. 예술영화를 매일 보고 싶어 국제통상학과를 그만두고 국도극장에 출근하다시피 한다. 그러다 막무가내로 졸라 영사기사로 1년 반을 일한다. 다시 영화과에 진학하고, 거기서 잉여 멤버를 만나지만 다음 학기 대학등록금 마련이 무산되자, 물물교환 유럽 여행을 기획한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0여 개 호스텔 영상 작업. 센티멘탈 시너리 ‘View’(2011), Arco ‘Stars’(2010) 뮤직비디오 작업, 에피톤 프로젝트 ‘떠나자’ 티저(2012) 등을 작업했다.

 

박찬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3.11.27기사입력 201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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