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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아 책 좀 사라!’고 적힌 컵을 든 미모의 여성이 페이스북에 뜨더니, 어느 날엔 보자기를 쓴 남자들이 같은 문구의 마우스패드를 들고 있다. 이 정체불명의 메시지를 생각해낸 사람은 북스피어 출판사 김홍민 대표다. 출판계에서 ‘마포 김사장(aka 야매 출판인)’으로 통하는 그의 캐치 프레이즈는 ‘No Fun, No Meaning’. 돈 벌 욕심 없이 재미 있는 일만 찾아 다닌다는 그의 사무실에는 온갖 책이 산을 이루며 쌓여 있었다.

 

 

 

회색 우주선을 연상시켰던 광흥창의 그 유명한 ‘응가건물’에서 마포로 이사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마포 김사장’으로 통한다. 29살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를 만든 것도 그렇고, 직접 책을 알리기 위해 누드와 영화 패러디 광고에 출연한 ‘괴짜’기 때문이기도 했다. ‘마포 김사장’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비정규 앨범도 냈다. 그런 그를 시기하거나 ‘아웃사이더’로 보는 시선도 많았고, 출판계 내부 비판도 많았다. ‘책을 다루는데 점잖지 않다’ ‘꼭 그렇게 까지 해야 되냐?’는 거다. “전 이해할 수 없었어요. 똑같은 책 광고, 해봤자 뭐합니까?” 열의를 갖고 1000장이나 찍었던 세미 누드 광고는 주변 후폭풍에 대한 걱정 속에 결국 정통 장르문학 소식지 <르 지라시>에만 실렸다. 출판계 뒷담화, 편집자들의 수다, 신간 에피소드 등이 실린 ‘르 지라시’를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이유는 독자들에게 ‘책을 샀을 때 누리는 작은 기쁨’을 주기 위해서다.

 

출판계의 무한도전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김규항·진중권 등의 필자가 모인, 당시로선 진취적이었던 문화잡지 <아웃사이더>에서 일하다 그만 둔 그는 딴지일보 전 편집장 최내현의 투자로 출판사를 설립한다. “출판사라고는 하지만 블로그 전문 매체였던 미디어몹 사무실 한 켠 책상을 빌려서 서버도 고쳐주고, 허드렛일도 했죠.” 최 대표가 투자한 제작비 1억원으로 <아발론 연대기>를 펴냈다. 첫 책 프리미엄 때문인지, 새파랗게 어린 출판사 대표가 겁도 없이 미스터리 시리즈를 발간했다는 소식 때문인지 책은 일간지 톱 기사들에 떠 소위 대박을 쳤다. “두 번째 책부터 안 팔리더라고요. 온라인 4대 서점에 광고하고, 미용실에서 협찬 받은 헤어무스도 책에 붙여서 팔았는데 망했죠.” 기존 마케팅으로 승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20세기 미국 최고의 서스펜스 걸작 <이와 손톱>(2008)을 출간할 때 결말 부분을 봉인한 채 ‘봉인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환불해주겠다’는 공약을 한다. ‘궁금함을 참을 수 없을 것’이라는 독자를 향한 이 당당한 도발은 하루에 책이 3000부나 팔려나가는 신기록을 세운다. <셜롬홈즈 미공개사건집>는 판권과 뒷장에 장치를 심었다. 역자 소개 중 맨 앞 글자를 세로로 이어 붙이면 ‘참한애인구함’이라는 문장이 완성되고, 대수를 잘못 맞춰 비게 된 뒷장에는 소설 속 숫자암호를 끼워 넣었다.

 

 


김대표가 직접 출연한 광고들

 


컵을 든 여인은 누구인가? 당시 함께 SBS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던 최혜림 아나운서다. ‘사람들아 책 좀 사라’는 김훈 선생의 <자전거 여행> 서문 맨 마지막 문장에서 따왔다. 백민석 작가가 컵을 받고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김홍민 씨 같은 옛 친구들이 나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책을 팔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응원하고 싶다’고 트위터에 썼더라.

 

북스피어는 판권, 낱장 속에 각종 장치를 숨겨두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한도전 열혈 팬이라 장기도전을 많이 하는 편이다. 3년 동안 발간된 북스피어 책의 띠지를 모아 오면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더니 정말 모아오더라. 그 뒤론 독자들이 띠지, 소식지 등을 안 버린다. 사장이 아마추어였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발상들이었다.

 

솔직히 책이 팔리나? 워낙 경기가 안 좋지만 매출은 안정적이다. 사재기 안 해도 먹고 살 정도는 된다. 한 달에 한 권 출간하는데, 미스터리, SF판타지 호러물을 좋아하는 오래된 팬들이 있다. 이런 거 사는 인간들 뻔하다(웃음). 나같은 오덕후라서 다음 책을 또 산다.

 

상반신 누드의 여자 모델과 함께 책을 들고 누워 있는 광고가 충격적이었다. 처음 제안했을 때 여자 직원들은 ‘사이코 같다’고 욕했고, 타 출판사 대표들은 ‘너 제정신이냐?’며 말렸다. 직접 스튜디오와 사진가, 모델까지 섭외한 후 세 달간 몸을 만들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눈의 아이>가 남녀간 관계만큼 재미있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었는데 결국 장르문학 소식지에만 실렸다.

 

몸을 던져 직접 광고모델이 된 이유는? 출판사들은 세련되고 서정적인 것을 원하니까 ‘이런 이벤트를 해봅시다’라고 하면 몸을 사린다. 그냥 내가 다 장소, 스태프 세팅 해두고, ‘몇월 몇일 몇시 어디로 오세요’라고 하면 시키는 대로 한다. ‘절박함+무식함’이 빚어낸 일이다.

 

150만원의 인세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들여와서 화제가 됐다. 당시 일본에선 유명했지만 7년 전에 그 금액으로 작품 열 몇 개를 계약했으니, <솔로몬의 위증> 시리즈를 3억원에 들여오는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액수다. 청어람미디어 출판사 사장님이 ‘후속작 안 낼 건데 내려면 내라’고 하셔서 냉큼 연락했다.

 


북스피어는 특히 독자들과 스킨십이 강하다. 독자와 만나면 아이디어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초반엔 자주 보고 술도 자주 먹었다. 책을 내기 직전 자발적으로 이곳(출판사)에 모여 하루 종일 교정을 보고 밥도 먹는다. 마케팅을 위해 처음에 5000만원, 작년에 8000만원을 펀드로 모았는데, 대출, 퇴직금, 아버지 수술비용까지 무리하게 투자하는 독자들 때문에 그만할까 고민 중이다.

 

추리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작가, 편집자, 독자들에게 쓴 편지를 묶은 <나는 어떻게 책을 쓰게 되었는가>, 에도시대 새로운 달력을 찾기 위해 기나긴 싸움을 하는 <천지명찰> 등 북스피어 책은 다 독특하다. 저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딱히 없다. 보편적인 책보다 ‘북스피어에서 나온 미야베 미유키니까 산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너무 마니아적이다’라는 비난, ‘튀려고 한다, 너무 나댄다’라는 공격도 많았다. 그냥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고액 선인세, 신간 사재기, 도서 정가제 등 출판계 이슈가 많다. 미야베 미유키 관련 싸움은 계속할 거다. 선인세 문제는 솔직히 해결이 어렵다. 하지만 500배, 1000배 작은 출판사들이 이런 일을 당하면 가만 있지 말고 시끄럽게 떠들었으면 좋겠다.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눈치를 보고, 서로 조심할 수 있게.

 

북스피어는 당신에게 무엇인가? 놀이터? 우리가 놀고 있는데 독자들이 와서 같이 놀았으면 좋겠다. 6월 18일이면 10주년인데, 그간 해왔던 일들을 책으로 재미있게 풀어보고 싶다. 책을 만드는 건 고통스럽지만 재미있다. 재미있는 기획이라면 언제든.

 

박찬은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5.01.15기사입력 201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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