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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은 억울하다. 지랄견, 악마견이라니! 비글은 사냥개 출신이다. 후각이 특별히 발달했고 활동성이 뛰어나 혼자 토끼를 잡는 능력도 있다. 환경에 대한 적응력도 뛰어나 처음 보는 사람도 금세 자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사교성까지 지니고 있다. 극성맞은 게 문제인 건 사실인데, 그 또한 사람이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완화시킬 수 있다. 우리가 비글을 다시 보고 더 잘해 줘야 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녀석의 DNA에는 탈봇 하운드, 사우던 하운드, 헤리어 등 주로 사냥견인 하운드 과들의 유전자가 들어있다. 뛰어난 후각을 목적으로 관리된 만큼 가장 큰 특징은 후각이다. 그만큼 예민하고 호기심도 많다는 뜻이다. 다른 견종이 맡지 못하는 냄새까지 느끼니 킁킁 거려야 할 대상이 한두 가지겠는가. 뛰어난 후각은 사람을 포함한 다른 동물들에 대한 적응력도 높여주었고 그것은 ‘처음 보는 녀석이 아주 살갑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인간은 그것을 보고 ‘사교적인 개’라고 평가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스누피의 모델도 비글이다. 만화에서 녀석은 사람과 거의 동등한 지적 능력을 뽐내곤 한다. 실제로 비글과 생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글처럼 사람의 마음을 금세 알아차리는 견종도 드물다고 한다. 그것은 비글의 조상이 주로 농장에서 다른 비글들과 함께 와글와글 살았고 사람들과도 떨어져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유전적 요소와 관련이 있다. 녀석들의 피에는 농장의 넓은 마당에서 맘껏 뛰어놀고 정기적으로 사냥을 나가 산야를 달리며, 주인과 대화하며 살아온 습성이 베어있다. 비글이 사람과 금세 친해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것이 비글의 비극이기도 하다. 녀석들은 밀폐된 공간, 아무도 없는 적막, 달릴 수 없는 환경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비글의 장점을 보고 녀석과 함께 살고 싶더라도 인간 자신의 처지와 환경을 잘 따져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첫 번째 자격은 가족이다. 하루 종일 누군가 집안에 있다면 금상첨화다. 혹은 들락거리는 구성원이 다섯은 되는 집이어야 녀석이 안심한다. 반대로 일인가족, 독신이면서 일 중독자인 사람들은 절대 비글과 살면 안된다. 비글이 악마가 되는 환경이 바로 그것이다. 혼자 하루 종일 집안에 있어야 하는 비글은 자신의 본능을 죽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신발을 물어뜯고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엉망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둘째, 마당이 있는 집이면 유리하다. 마당이 없다면 매일 한 시간 정도 녀석과 뛰어 놀 건강과 활동력이 있어야 한다. 조용한 산책 정도가 아니다. 함께 달리고 두드리고 점프하는 ‘액션 놀이’ 수준이 필요하다. 셋째, 어릴 때 입양해 온 녀석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시킬 지혜와 실천이 가능한 사람만이 이 친숙하고 애교 넘치는 녀석과 살 자격이 있다. 식탐이 강하니 자율급식을 피하고 사료는 감춰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 일반 쓰레기통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한다. 호기심이 일어나면 깨물어보는 습관이 있으니 아기가 있는 집은 피할 것. 천성적으로 건강하니 크게 신경 써야 할 일은 없다.
비글을 악마견으로 만든 것은 비글 자신이 아니라 신중한 고려없이 귀엽다는 이유 하나로 무작정 입양한 사람에게 있다. 그런 경우 파양하거나 버리는 경우도 많다. 신약이나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실험용으로 투입되어 고통 속에 살다 안락사 당하는 비글이 한 해에 100만 마리에 달한다는 ‘비글구조네트워크’의 보고도 있다. 비글이 실험을 마치고 일반 가정에 입양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현상이다. 실험용 비글의 구조와 입양, 그리고 유기견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스토리펀딩’에 올린 소셜 펀딩 사업이 목표액 700만원을 훌쩍 넘어 4월12일 현재 4200만원을 돌파한 사실은 우리가 ‘악마견’이라 부르든 비글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는 소중한 동기이기도 하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스토리펀딩
storyfunding.daum.net/project/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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