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당신이 많은 사랑을 베풀어 준다면 그는 당신의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하지만 절대 당신의 종이 되지 않는다.’ 프랑스 시인 고티에의 말처럼 ‘그’들은 그저 빈 박스를 찾아 다니며 잠을 청하고, 가끔씩 호화로운 간식과 그루밍을 즐기며, 갑작스런 인기척에 한번 쳐다보고 하던 일을 계속 할 뿐이다. 

한번은 지인과 유기동물보호소에 간 적이 있었다.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보여주는 강아지와 달리, 고양이는 캣타워와 의자 밑에 숨어 나를 천천히 응시하고 있었다. 묘한 기싸움이 시작되는가 싶었다. 몇 초가 지나자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 밑으로 와서 빤히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자리에 앉자마자 고양이는 내 다리 위로 올라와 잠을 자기 시작했다(마치 도넛 쿠션에 앉은 것처럼 그 아이는 정말로 편해 보였다). 결국 지금까지 내 SNS 메신저의 프로필 사진은 영화 <슈렉>과 <장화 신은 고양이>의 땡그란 눈망울을 가진 히어로가 덩그러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거인? 깡통따개? 집사입니다

고양이와 주인(이라는 표현도 민망하다)의 관계는 반려견과 달리 뚜렷한 편이 아니다. 반려견은 주인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반면 고양이는 주인을 ‘사냥 능력이 없는 함께 사는 고양이’ ‘가끔 놀아주는 친구’ 심지어 ‘캔 따는 무언가’(독일 소설 <펠리데>에선 고양이가 인간을 ‘깡통따개’란 표현으로 지칭한다)로 여긴다는 말이 지극히 현실적으로 느껴지니 말이다. 그럼에도 반려묘를 키우는 숫자가 최근 몇 년 사이에 2배 가량 늘어난 이유는 일인가구의 생활 패턴에 맞는, 독립성이 강하고 외로움을 덜 타 손이 적게 가는 고양이의 기본 습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무심한 듯 시크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순간 애교를 부리는 ‘밀당의 고수’ 고양이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다. 가끔씩 도도한 모습은 어디 가고 놀아달라 쳐다보며 핑크 젤리(고양이 발바닥)로 뭉쳐진 근육을 풀어주는 꾹꾹이에 자신도 모르게 캔 음식의 뚜껑을 열고 있다면 당신은 벌써 고양이의 매력에 빠진 집사인 것이다. 여기서 ‘집사’의 의미는 간단하다. ‘주인 가까이 있으면서 그 집 일을 맡아보는 사람’. 고양이와 동거인과의 관계 정의에 이만한 단어가 있을까 .

프로 고양이 집사가 되기까지

<고양이 집사 상담소> 저자이자 고양이 집사인 노블캣은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이 있듯이, 고양이와 사람간의 묘연 역시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루비의 일기’를 통해 묘연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진중권 교수. 정치적 독설 세계의 문을 열며 키보드 워리어라고 불리는 그의 트위터는 우연히 비 오는 날 ‘냥줍’(길에 버려진 고양이를 주웠다는 의미)을 한 이후 전혀 다른 성격의 글이 공존하기 시작했다. 일명 ‘육묘일기’로 칭해지는 그의 트위터를 본 전국 애묘가들은 ‘진 집사’와 고양이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루비)의 생활을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

고양이 트위터라니. 냉정해 보이는 진중권 교수를 바꾼 것이 고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캣대디이자 집사인 그도 처음부터 고양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 돌보는 것과 달리 동거묘를 받아들이고 집사가 되기까지는 많은 준비 과정과 결심이 필요하다. 애묘가들은 함께 할 동거묘를 찾을 때 고양이에게 끌리는 감정과 사랑하는 마음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고양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인지 그리고 생활에 있어 고양이의 건강에 무리가 갈 요소는 없는지, 사전에 기본적인 지식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하나의 생명을 책임지는 만큼 자신이 동거묘를 얼마만큼 이해하고 돌봐줄 수 있는 지 충분히 숙지하는 것은 고양이 집사의 시작이자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 환경에 민감한 고양이는 집과 화장실, 사료 선택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기생충 등 질병 예방에도 힘을 써야 하지만, 동거인이 몸짓과 행동 하나하나에서 표현하는 고양이 언어에 신경 쓰는 만큼 그들은 충분한 사랑을 돌려줄 것이다.

고양이 집사를 운영 중인 ‘상냥이’의 집사 ‘lusa’ 인터뷰

Q. 상냥이와 함께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고양이 집사는 2011년 10월부터 시작해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첫째(아랑)가 많이 외로워 해 둘째를 고민할 때 고양이 카페에서 다리를 다친 상냥이를 발견했어요. 그 눈빛을 보고 나서 며칠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나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묘연이라는게 정말 있는 것 같아요.

Q. 함께 하고 계신(?) 동거묘에 대한 매력을 설명해주세요.

A 상냥이는 흔히 이야기 하는 개냥이(강아지 같은 고양이)입니다. 외출해서 돌아오면 문 앞까지 와서 울며 만져달라고 하고 배를 보이며 눕고 집사만 졸졸 따라다니는 그런 고양이입니다(웃음).

Q. 스스로 이럴 땐 정말 집사 같다고 느껴지실 때가 있으신가요?

A 집을 비우면 ‘밥은 잘 먹을까?’ ‘나를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부터 들거나, 내 밥은 안 먹더라도 동거묘의 밥을 챙기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있는 저를 발견하면 집사긴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초보 집사들이 이것만은 알고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A 우선 내가 이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책임감’을 가장 먼저 생각하셔야 합니다. 가족 중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한다면 키우는 걸 신중을 가하셔야 합니다. 고양이에 따라 털을 뿜는 게 상상 이상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격이 온순하더라도 강아지와 같은 훈련을 하시려면 그냥 강아지를 키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 집사의 조언 1 집사들의 공통 용어 사전 

꾹꾹이 엄마 젖을 나오게 하려고 앞발로 누르던 습성이 남아, 안마하듯 물체를 발로 꾹꾹 누르는 행동.

부비부비 고양이가 사람에게 하는 최고의 친근감 있는 애교 행동. 적인지 아닌지 구분함.

골고송 고양이 몸에서 나는 소리. 그르릉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동공어택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를 생각할 것. 고양이는 빛의 밝기나 감정에 따라 동공이 커진다.

식빵자세 발을 밑으로 빼서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고양이의 모습을 표현한 말. 이 자세로 햇빛을 쬐고 있으면 ‘식빵 굽는다’고 표현.

맛동산 고양이용 모래에 대변을 봤을 때 대변에 모래가 붙어 굳어진 형태를 비유하는 은어.

고양이 집사의 조언 2 알아두면 유용한 고양이 키워드

<고양이 집사 자격 시험>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몸짓, 이른바 ‘고양이들의 언어’를 동물행동 전문 수의사가 명쾌하게 해석 해주는 책이다. 퀴즈를 통해 고양이 집사 필수 상식을 얻게 되는 고양이 말 기초 회화.

냥스타그램 인스타그램의 먹스타그램, 멍스타그램에 이어 애묘가들을 위한 공간 냥스타그램이 있다. 잠을 자거나 밥을 먹는 일상 사진부터 찍기 힘들다는 각종 포즈의 고양이 사진까지 만나볼 수 있다.

고양이 언어-나비야 (구글 플레이 스토어/ 무료)

고양이와 대화가 하고 싶다면 애플리케이션 나비야가 있다. 상황에 따라 분류해놓은 언어는 고양이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물론 자주 하면 흥미를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