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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행궁동의 중심 화성 행궁
화성을 걸었다. 2주 전 일이다. 겨울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성곽을 산책하고 행궁 앞 광장에서 휴일을 즐기고 있었다. 화성은 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얘기를 가져오지 않아도 누구나 걸어보면 저절로 역사와 시간의 향기, 그리고 과거와 미래, 꿈을 생각하게 하는 힘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화성은 정조대왕이 조선의 미래를 꿈꾸며 건설한 신도시다. 정약용 등 당대 천재급 실학자들이 이곳에서 신문물을 적용한 건축공법으로 사대문과 옹성과 방어시설을 축조했다. 단순 비교의 한계는 있지만 다른 지역의 성곽에 비하면 철학, 개념, 건축 공법, 예술적 완성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우월하다는 게 일반론이다.
02 도시재생 첫 발자욱 행궁동 벽화마을
강렬한 인상의 그림도 곳곳에 있다. 화서로 길가에 있는 갤러리이자 찻집인 ‘예술공간 봄’의 벽화는 사람의 얼굴과 꽃 같기도 하고 나비 같기도 한 물체가 묘한 선으로 어우러져 있어서 건물의 벽면이 마치 커다란 캔버스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건물 출입구 쪽 심연의 세계를 엿보게 하는 그림은 인간 상상력의 무한지대를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벅차오른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역시 벽화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금보여인숙’ 담장을 가득 채운 ‘거대한 물고기’ 그림이다. 도대체 이런 그림들은 누가, 왜, 하필 이 마을에, 그린 걸까.
그 대답은 벽화마을 화서로 쪽 초입에 있는 ‘대안공간 눈’에서 찾을 수 있다. ‘대안공간 눈’은 수원이 토박이인 이윤숙 대표, 김정집 관장 부부가 부모 세대부터 40년을 살아온 집을 개조해 만든, ‘미술가의, 미술가에 의한, 미술가와 미술 애호가를 위한’ 작가 인큐베이터이자 갤러리이자 레지던스이다. ‘대안공간 눈’은 젊은 미술가들에 대한 후원 사업은 사업대로 진행하며 ‘공공미술’ 사업도 모색해 왔는데, ‘벽화마을’ 프로젝트는 2010년에 진행한 일이다. 그들은 2010년 ‘이웃과 공감하는 예술 프로젝트-행궁동 사람들’을 시작으로 2011년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골목길 G, M, D-행궁동을 걷다’를 전개했다. 국내외 작가들과 마을 주민,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으로 골목의 생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금보여인숙의 거대한 물고기 작품은 브라질 화가 ‘라켈 쉼브리’ 작 다. 2011년에는 ‘수원시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에 ‘북수동 화홍문’ 사람들과 참여, ‘무지개 꽃길 따라 벽화골목으로’라는 주제로 벽화와 꽃길을 만들었다. 그 결과물이 오늘의 ‘행궁동 벽화마을’인 것이다.
수원 화성 여행의 중심은 역시 행궁이다. 행궁은 알려진 대로 임금이 지방 순시를 할 경우 현지에서 정사를 보고 숙식도 해결하는 곳으로 건축된 공간이다. 한양의 왕궁 축소판이라 생각하면 된다. 그러나 단순히 규모를 줄여 건축한 게 아니라 나름의 양식을 갖고 만들었다. 화성 행궁 앞 광장 정조로 경계 부분에 서서 화성의 정문 격인 ‘신풍루’를 마주하면 화성 당시 이곳의 에너지 넘쳤을 풍경이 그려진다. ‘신풍루’의 ‘신풍(新風)’은 한나라 고조가 ‘풍 땅은 새로운 또 하나의 고향’ 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 정조에게 화성은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복권의 상징이자 자신의 개혁 의지를 실험하는 현장이기도 했다. 행궁을 처음 건축했을 때 이 문의 이름인 ‘진남루’를 후에 ‘신풍루’로 바꾸게 한 것 또한 정조의 ‘새롭고 또 새로운 꿈’의 의지였으리라.
행궁은 1789년(정조 13년)에 1차 건설된 후 1796년 확대되어 국내 최대의 행궁으로 기록되었으나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후 총독부의 ‘조선왕조능멸정책’에 의해 대부분의 시설이 철거된 뒤 폐허가 되었다. 1980년대 말, 수원 시민들로부터 복원 논의가 시작되었고 1996년부터 공사를 시작, 2003년 현재의 모습으로 되돌아 왔다. 정조의 영전(影殿)이 모셔져 있는 ‘회령전’, 활 연습을 하던 곳으로 편액을 정조가 직접 썼다는 ‘득중전’, 일제시대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고 보전되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연회장 ‘낙남헌’ 등과 집사청, 복군영 등 모두 18동의 조선 궁궐 양식의 건축물이 여행자들의 마음을 씻어주고 있다.
행궁에서 나오면 오른쪽에 널찍한 골목이 등장한다. 팔달문까지 이어지는 이길은 ‘아름다운 행궁길’, 일명 ‘공방거리’다. 행궁의 건축과 소품들이 왕족과 귀족 문화의 산물이라면 행궁길에서 만나는 공방의 작품들은 모두 장인, 또는 비범한 솜씨를 갖고 있는 작가들의 생활 예술품들이다. 도자기와 회화를 주제로 하는 ‘갤러리 풍경’은 작가의 그림과 도자기로 만든 생활 액세서리들이 품격있는 모습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끈다. 바느질 공방 ‘리본쏘잉’에서는 손으로 만든 가방, 실내화, 앞치마, 배낭, 파우치, 카드지갑 등을 작가가 만들어 판매하고 있으며 ‘가죽공예’, ‘바느질’, ‘리본공예’ 교실도 열고 있다. ‘뜨게방’ 진열대에서 본 어그슈즈 스타일의 털실고무신, 털실인형 등은 남자가 보아도 가슴이 벌렁이는 뛰어난 작품들이다. ‘나녕공방 류샵’은 칠보공예 공방이자 갤러리다. 한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유난히 사랑받는 생활 칠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칠보 작업을 위해 칠보 공예 밑그림 작업을 하면서 익힌 회화 작품도 매력적이다. 역시 공방을 통해 칠보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나눔갤러리’는 입주 작가 공간이다. 수원문화재단의 입주 작가 공모에서 선정된 작가가 이곳에 입주해 창작과 교실 활동을 하는 곳이다. 나눔 갤러리는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닫는데 누구나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갤러리에는 안지윤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일부 작품은 구입도 가능하며 택배 서비를 받을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아름다운 행궁길’에는 30곳의 문화 공간에서 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아름다운 행궁길 산책을 하며 마음도 순화시키고 작가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드리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아름다운 행궁길의 작가 공방과 문화 공간은 다음과 같다.
승용차: 수원신갈 IC – 중부대로 – 동수원사거리 우회전 – 경수대로 – 창룡문사거리 좌회전 – 종로사거리 좌회전 – 직후 행궁주차장 방향 좌회전 – 행궁주차장
대중교통: 국철1호선 수원역 버스정류장에서 7-2, 60, 66, 66-4, 82-1, 660, 700-2번 버스 - 화성행궁정류장 하차 – 도보
수원화성관람
개방 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30)
입장료: 어른 1000원 / 청소년 700원 / 어린이 500원
통합입장권(수원화성, 화성행궁, 수원박물관, 수성화성박물관 4종, 매월 첫 주 월요일 박물관 휴무로 통합관람권 발매 불가): 어른 35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800원
수원화성 입장 가능 매표소: 화성행궁 031-228-4677 / 팔달문 031-228-2765 / 서장대 031-228-4669 / 연무대(화성열차 문의) 031-228-4686 / 장안문 031-251-4513 / 팔달산(화성열차 문의) 031-228-4683 / 창룡문 031-251-4519 / 국궁장(연무정) 031-255-8910 / 화홍문 031-251-4515
화성행궁관람
개방 시간: 09:00~18:00(입장 마감 17:30)
입장료: 어른 1500원 / 청소년 1000원 / 어린이 700원
개인(4인 이상) 문화관광해설
신청방법: 수원화성 관광안내소 현장 신청
신청 제한: 4인 이상만 가능
이용 시간: 10:00~18:00
단체(20인 이상) 신청은 온라인에서 7일 전부터 가능
수원화성 www.sw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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