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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간 친환경차 경쟁이 뜨겁다. 현대차가 하이브리드카 아이오닉을 선보이고 나서다. 현대차는 대놓고 토요타 프리우스를 경쟁 상대로 꼽는다. 연비나 힘은 프리우스보다 낫다고 공공연히 밝힌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비나 가속감, 주행감은 비등비등한 수준이다. 내부 편의성은 현대차 아이오닉이 한국인에게 다소 편안하다. 가격에서는 아이오닉이 우월한 경쟁력을 갖췄다. 반면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카인 토요타 프리우스는 잔고장 없는 탄탄함이 무기다. 또 3월이면 디자인을 확 바꾸고 연비를 높인 4세대 프리우스로 맞불을 놓는다.
▶19㎞/ℓ 연비 달성…가속감은 그다지
“사전 고객 조사에서 42%가 경쟁 브랜드로 토요타 프리우스를 꼽았다.” (류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
“프리우스 3세대 모델보다 연비가 11.4% 우수하다.” (오경철 현대차 하이브리드성능개발팀 파트장)
지난 1월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현대차의 하이브랜드 전용모델 ‘아이오닉’의 시승 행사가 열렸다. 이날 현대차 측은 시승 전부터 토요타를 다분히 의식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시종일관 ‘토요타보다 연비가 낫다’거나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는 수식어를 갖다 썼다. 미리 평가하자면 적어도 연비 하나만큼은 토요타 못잖은 수준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시승 코스는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도 파주 헤이리까지 이어진 편도 약 45㎞다. 일반 도심과 고속화도로, 국도를 두루 체험할 수 있는 구간에서 진행됐다. 준비된 아이오닉 시승 차량은 ‘Q트림(풀옵션)’으로 17인치 타이어(공동고시연비 20.2㎞/ℓ)를 장착한 모델이다.
이 차량에는 하이브리드 전용 카파 1.6 GDi 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변속기(DCT), 1.56㎾ 용량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가 적용됐다.
뒷모습도 마찬가지다. 트렁크 상단 각진 부분이 튀어나오게 처리했는데 이 또한 연비를 고려한 조치다. 불균일한 공기흐름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실내도 센터패시아와 운전석, 조수석 팔걸이 곳곳에 블루 포인트 컬러를 활용해 친환경차임을 강조했다. D컷 스티어링휠(핸들)은 스포티함을 뽐낸다. 공간은 다소 불만스럽다. 앞좌석은 아반떼와 비슷하지만 뒷좌석은 비좁다. 전고가 낮은 데다 해치백이다 보니 175㎝ 이상의 성인이 앉아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대면 루프에 머리가 닿는다.
하이브리드답게 시동을 켜도 ‘부르릉’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호텔을 벗어나 고속화도로에 진입하기 전 구간에선 차가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저속 모드에서는 전기모터로 달리는 덕에 소음·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다만, 브레이크를 밟을 때 충전 게이지가 올라가며 나는 ‘지잉’ 소리가 조용한 실내에서 다소 귀에 거슬리기도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저속구간에서 전기모터로 달리다 엔진을 쓰는 고속구간으로 접어들면 가속감이 끊기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그러나 아이오닉은 모터와 엔진 전환이 신속하게 이뤄져 비교적 매끄럽게 연결된다.
고속화도로에서는 액셀을 꾹 밟고 속도를 올려봤다. 속도감을 느끼려고 타는 차량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도 시속 100㎞를 넘는 시원한 가속감을 느낄 수 없어 답답했다. 특히 언덕을 올라갈 때는 연비나 힘이 뚝뚝 떨어진다는 인상이 강해 아쉬움을 남겼다. 고속구간에서 기어노브를 왼쪽으로 옮겨 ‘S’에 갖다놓으면 어느 정도 가속감을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실내에 유입되는 노면음이 큰 점은 마이너스다.
45㎞ 거리를 50여분 동안 달린 결과 평균연비는 ℓ당 19㎞가 나왔다. 혹한에 급감속을 수차례 반복했던 점을 고려하면 뛰어난 연비다. 다만, 17인치 타이어 기준 공인연비(ℓ당 20.2㎞)에는 살짝 못 미쳤다.
아이오닉은 지난 1월 5일 이후 2주간 1000대 가까운 누적 계약 실적을 올리며 순항 중이다. 아이오닉의 가격은 I트림 2295만원부터 Q트림 2755만원으로 프리우스보다 최대 1000만원가량 저렴하다. 연비를 가장 우선시하는 운전자라면 토요타의 대안이 될 법하다.
토요타 프리우스
▶세계 최초 하이브리드 명성
SUV나 해치백 스타일의 프리우스V는 점잖은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미래지향 자동차라는 점을 내세우듯 역동성이 화두다. 토요타 패밀리임을 나타내는 킨룩(Keen Look)은 그대로 살렸다. 전면에 바이빔 LED(하나의 광원으로 상향과 하향등을 조정)와 수직 방향으로 적용된 LED 주간주행등을 달았다. 엔진 후드에서 후면 램프까지 물 이어지듯 디자인해 공기저항을 줄였다.
차체는 다소 커졌다. 기존 프리우스보다 전장, 전고, 전폭이 165㎜, 95㎜, 25㎜씩 늘어났다. 어른 3명이 뒷자리에 탔는데도 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트렁크 용량은 968ℓ로 골프백 2개 정도가 들어간다. 2열을 접는다면 1905ℓ로 커진다. 긴 화물을 싣기에 넉넉하다.
내부 인테리어는 독특하다. 스티어링휠 앞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계기판은 센터패시아로 몰아뒀다. 시트로엥 C4 피카소나 쌍용차 코란도 투리스모가 이런 식이다. 계기판을 볼 때 시선이 분산되지 않아 좋다는 운전자가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색함을 느꼈다. 실내온도 조절 계기판도 단순화했다. 보기는 깔끔하나 역시 편리하지는 않다. 계기판 아래 위치한 작은 기어 레버도 다소 어색하다. 드라이브(D)와 후진 모드(R) 연결이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했다. 아무래도 한국인을 잘 이해하고 만들어진 아이오닉보다는 여기저기 자잘한 불편함이 느껴진다.
시동을 걸면 하이브리드답게 아무 소음이 없다. 조용함은 역시 최고다. 다만 전기차에서 가솔린 모드로 전환될 때 들리는 ‘웅’ 소리는 꽤 크다. 도심을 달릴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가속 능력은 아쉽다. 일반모드에서 프리우스V는 출발할 때 힘이 떨어진다. 힘 있는 디젤에 익숙해진 운전자라면 한참 못마땅할 수준이다. 언덕을 오를 때는 심지어 ‘미끄러지는 것 아닌가’ 싶은 불안감마저 든다. 그러나 탄력을 받게 된 이후 주행력은 무난하다. 80~100㎞/h에서 주행은 매우 부드럽고 코너링도 안정적이다. 역시나 이 차는 미친 듯 달려보자고 만든 차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프리우스는 1800㏄ 가솔린 엔진으로 전기모터를 합산한 시스템 출력은 136hp다. 아이오닉보다는 약간 떨어진다.
가속에서 느낀 다소의 실망감은 연비 계기판을 보는 순간 미소로 바뀐다. 공식복합연비는 ℓ당 17.4㎞다. 고속도로와 도심을 두루 200㎞ 정도 달렸다. 계기판에 뜬 평균 연비는 18.1㎞/ℓ로 공식연비 이상의 결과를 냈다. 급정거와 급출발도 없지 않았던 터라 만족스러웠다.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보다 높은 연비를 강조했는데 이 정도 차이라면 아이오닉이나 프리우스 모두 연비 효율성은 A등급을 줘도 좋을 듯하다.
결론적으로 프리우스는 운전 재미를 선호하는 사람보다는 가족과의 편안한 여행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적당하다. 가격은 3880만원. 아이오닉과 비슷한 성능이라고 본다면 가장 불리한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전용부품 10년·20만㎞ 무상보증을 내건 현대차에 서비스도 다소 밀릴지 모른다.
토요타는 오는 3월 4세대 프리우스를 내놓는다. 일본, 미국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한국에 선보이는 것은 아이오닉으로 배수진을 친 현대차와 맞대결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이미 공개된 4세대 프리우스 디자인은 한층 세련되고, 연비도 아이오닉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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