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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한 부서 내의 두 명이 결혼을 앞두게 됐다. 그 주인공인 A대리와 B과장. 낮에는 업무 보랴 저녁과 주말에는 결혼준비 챙기랴 정신이 없다. 팀에서도 미리 업무를 조절하는 등 이 둘의 결혼 일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서에는 A대리와 B과장 외에도 비슷한 연령대의 C대리가 있다. 그녀도 결혼을 염두에 두고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던 차에 부서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니 괜시리 들뜨고 초조해진다. 결국 서둘러 결혼날짜를 잡고 부서에 알린다. 그런데 앞의 두 케이스와는 달리 자신의 결혼 소식에는 부서장이나 부서원들의 반응이 영 신통찮다.

A차장이 사표를 냈다. 약한 자에게 강하고 강한 자에게 약한 B부장의 무책임, 무능력, 여기에 언어폭력까지 더 이상 견디기가 힘들어서다. 올들어 벌써 두 명째다. 150명 규모의 회사에서 사표를 제출하는 사람의 반 이상이 B부장과의 불화 때문이다. B부장은 사주의 친인척이다.

C과장도 사표를 낼까 말까 고민 중이다. B부장과의 관계는 그런대로 견딜만하지만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은 이제 거의 회사를 떠났다. 더 이상 회사에 남아있는 것이 커리어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회사의 장점보다는 단점만 부각되게 느껴진 지 벌써 한참 됐다.

회사가 SNS를 활용한 홍보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마케팅이나 홍보 업무가 아니어도 거의 전 부서, 전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회사 생활이나 업무에 관련한 내용을 올리거나 트위터나 페이스 북 등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를 나누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컴맹이나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은 중년 간부부터는 모니터나 휴대폰을 마주하고 골머리를 앓곤 한다. 사실 이 회사는 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제조업체로 임직원의 평균 연령도 상대적으로 높은 편. 보수적이고, 어느 정도는 정체돼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는데 앞서가기, 첨단 등을 좋아하는 사주이자 경영자 덕분에 SNS니 GWP니 해서 일 년에 한번 씩은 새로운 트렌드를 접하고 업무에 적용시키느라 혼란을 겪곤 있다.

상자 안에 든 하나의 썩은 사과가 다른 멀쩡한 사과들까지 썩게 만드는 것처럼 조직 내 암적인 존재가 생산성을 저하시킨다는 ‘썩은 사과의 법칙’. 최근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라는 책도 나왔다. 미국의 기업 컨설턴트들이 리더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가지고 쓴 책으로, 기업을 망치는 썩은 사과의 특징과 이들에 대한 대처법을 제시하고 있어 한번쯤 읽어볼만 하다.

실제로 사과는 숙성 과정에서 에틸렌이라는 성분이 밖으로 나온다. 이것은 과일에게 일종의 성장호르몬과 같기 때문에 근처에 있는 다른 과일, 특히 바나나나 감 같은 과일들을 농익게 만드는 것이다. 과일을 달게 먹고 싶다든가 덜 익은 과일을 먹을 때 사과와 함께 두었다 먹으면 효과적이다. 과일 중에서도 가장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은 토마토다. 푸른 토마토를 사과와 함께 놓아두면 토마토 색깔이 빨갛게 변한다.

 

토마토가 만드는 수동적이고 배타적인 집단의 하향평준화

사과는 영양을 잘 끼치는 과일이고, 토마토는 영향을 잘 받는 과일인데 조직에서도 사과와 토마토가 있다. 그리고 토마토처럼 쉽게 영향을 받는 집단이나 개인은 별로 썩지도 않은 사과에도 영향을 받고 쉽게 상한다. 썩은 사과를 들어내면 그 다음 사과를 찾아내 ‘저 사과 때문에 우리가 상하고 있어’ 라며 결과적으로 그 사과를 썩은 것으로 매도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조직 내 토마토의 특성은 대체로 부화뇌동하는 데 있다. 규모가 작거나 역사가 짧은 조직에서 주로 보인다. 옳고 그름, 가치를 막론하고 분위기에 휩쓸려 의사결정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문제가 있는 상사에 대해, 그의 경쟁자가 그를 음해하려 할 때, 굳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단체행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쩐지 반대하면 분위기가 좀 그래서’ 라는 이유에서다. 또 뒷소문을 공론화한다. 침소봉대하기도 한다. 구성원의 연령대가 낮거나 성비(性比)가 불균형할 경우, 비슷한 또래가 많은 경우 흔히 일어난다. 구심점이 없고 걸러낼 수 있는 필터링이 없는 시스템일 때다. 또는 사장이나 경영자가 평직원들과 다이렉트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조직일 때도 있다.

일 욕심이 없어도 토마토와 같은 행동을 한다. 일 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때는 그 자체가 기준이 되는 필터링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 욕심이 없는 사람들은 남의 행동이나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자신의 입지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비겁하게 행동하거나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그들은 또 시스템의 변화를 거부한다. 그 변화가 자신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보다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음에도 끝까지 그렇게 우기고 그렇게 평가한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것은 아니다. 불평은 불평대로 가지고 있지만 더 나은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기 때문이다.

토마토가 많은 집단은 결국 능력 있는 사람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집단은 인적 인프라가 중요한데 이런 일이 반복되게 되면 조직은 하향평준화 되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분위기를 성숙시키고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촉진제 역할의 사과를 무기력하게 만든 토마토들은 실제로 사과가 존재하지 않아도 서로를 상하게 만들며 스스로 썩은 사과로 변한다. 조직은 썩은 사과뿐 아니라 지나치게 수동적이고 무르기 쉬운 토마토도 걸러내야 한다. 또 내가 토마토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긴장해야 한다. 무기력은 자신에게 가장 크게 돌아오는 리스크다.

 

수동적인 토마토가 빨갛고 싱싱하게 익는 법

공동의 가치를 찾을 것

단지 월급만 받아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직장을 다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위여부와 관계없이 이런 사람들과는 대화를 섞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토록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는 동물이 아니다. 커리어는 달콤한 자산이다. 그 회사를 다니고 있는 동안 스스로 쌓고 빛내야 하는 무형의 연금이다. 조직이 커다란 파이나 자긍심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스로 배울 것

대기업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잘된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보고 그렇지 않은 경우 개인적으로라도 자기계발 등에 대한 투자와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막상 해보면 재미있고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조직의 고급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단초다. 구성원이 졸든 말든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핵심이다. 강사나 프로그램은 다 그 분야의 전문성을 검증받았다. 단 한 줄의 문장이라도 배우고 생각할 명제를 얻을 수 있다.

업무 체계에 변화를 시도할 것

협의 대상이나 업무 패턴을 바꿔보는 것도 효과가 있다. 늘 해당 부서 담당자하고만 협의해왔다면 이번에는 실무를 진행하는 사람과 대화해보는 것이다. 늘 팀장들끼리 논의해왔다면 이번에는 상급자도 함께 상의를 시도하는 것이다. 오전에 해왔던 일, 매주 목요일까지 처리해왔던 일을 시간대나 날짜를 바꿔보는 것이다. 지시를 하거나 배분을 하는 입장이라면 그 대상을 바꿔보기도 한다. 혼자 하던 일을 둘이 하거나 둘이 하던 일은 혼자 처리해 보기도 한다. 리프레시 효과가 있고 확장되고 객관화된 시각에서 더 나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도 있다.

성비, 학연, 지연을 점검할 것

만일 내가 속한 조직, 내가 이끄는 조직과 집단이 마음에 안들거나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껴질 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학연, 지연 그리고 성비에 관련한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사회의 많은 부분이 아직 그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만일 그런 요소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가능한 방법 안에서 벗어나거나, 개선하거나, 피하도록 하라. 더 이상 그 기준으로 조직생활에서 도움을 얻기란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만일 바로 벗어나기 힘든 상황이라면 적어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조심하라. 멀지 않은 때, 그로 인한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 올 수도 있다.

크로스 체크를 시도할 것

수동적이고 배타적인 조직에서 공동의 협업이나 업무 변동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다만 실행초기의 불협화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업무 변화 과정에서 의외의 능력이나 성과가 발휘되기도 한다. 썩은 사과와 토마토의 문제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관계가 화학적으로 휘발되는 과정이다. 어느 한쪽이 힘을 잃고 상해가는 것이 아니라 물러버린 토마토인 줄만 알았던 사람이 사과처럼 달고 단단하게 익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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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편집팀장)자료제공 Citylife
발행일 2012.01.03기사입력 201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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