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대신 전통 차 어떠세요? 시청, 광화문, 인사동 등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 찻집들을 강남에서 찾아 보았습니다. 새것이 넘쳐나는 강남 한복판에서 호젓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을까? 이런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강남에도 이렇게 멋진 찻집들이 존재하고 있답니다.
▶보이차 카페 테헤란로 <타이티 TAETEA>
2015년 10월 강남 테헤란로에 중국 보이차 전문 카페가 문을 열었다. 타이티 카페는 중국 최대의 차 전문 그룹인 대익그룹이 직영하는 곳으로, 일단 그들의 정통성이 궁금해 찾게 된다. 캐주얼하게 중국 보이차를 커피처럼 접할 수 있는 시설과 분위기가 특징이다. 겉보기엔 평범한 커피 프렌차이즈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서면 다양한 종류의 보이차와 차를 즐길 때 사용하는 다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테이크아웃 잔에 우려나온 보이차를 편리하게 즐기거나 70여 종의 대익차 중 원하는 보이차를 선택하여 다구를 이용해 직접 우려 먹을 수도 있다. 평소 차에 대해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도 다구를 이용하여 직접 차를 우려 즐겨본다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그 밖에 커피와 밀크티, 과일스무디, 빙수 등의 메뉴도 즐길 수 있다.
*보이차: 중국 운남성의 특산물로 운남성에서 생산된 대엽종의 찻입을 쇄청 건조시킨 모차(쇄청모차: 햇볕에 말린 가공하지 않은 차)를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차. 발효 정도에 따라 생차와 숙차로 나눌 수 있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19
영업시간 평일 07:00~12:00 토, 일, 공휴일 08:00~22:00
문의 02-6261-7542
▶26년째 그 자리 교대역 <예다랑>
1991년 개점 이후 26년의 긴 세월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방 전통 찻집이다. 운치와 멋, 편안함이 느껴지는 오래된 찻집의 문을 열면 기분 좋은 쌍화차 향기가 오감을 자극한다. 으실으실 몸살기가 있었는데, 쌍화차와 대추차를 반반씩 섞은 ‘쌍대차’를 한 잔 마시니 멀리 달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질 좋은 국내산 재료만을 사용해 모든 것을 수제로 만드는데 차와 곁들여 내오는 한과와 해바라기씨, 볶은 땅콩마저도 맛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차 외에도 산딸기즙, 생솔즙, 더덕즙 등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메뉴들이 많다. 전통 찻집의 하이라이트인 국내산 단팥죽과 여름에만 하는 팥빙수도 일품이라 한다. 맛도 분위기도 최고. 쌍대차 6000원, 단팥죽 6000원.
위치 서울시 서초구 서초대로50길 59 서원빌딩
영업시간 평일 10:00~23:00 일요일 휴무
문의 02-522-7075
▶코스로 차 마시는 우아한 시간
테헤란로 <한지그림갤러리>
테헤란로에 위치한 빌딩 12층, 예상 못한 장소에 예상하지 못한 휴식처가 숨어있다. 물감을 사용하지 않고 염색된 한지를 손으로 찢어서 붙인 그림을 ‘한지그림’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한지그림 작가이자 이를 널리 알리고 있는 조수정 대표가 만든 갤러리 카페다. 차 한 잔을 주문해도 일인용 플레이트에 계절꽃과 유자, 송편을 이쁘게 담아 차와 함께 내온다. 특이한 메뉴는 두 가지 차를 함께 마실 수 있는 차 코스이다. ‘말차코스’는 말차와 석죽차, ‘홍삼말차코스’는 홍삼말차와 석죽차가 송화 다식과 함께 나온다. 차와 함께 내오는 모든 주전부리는 이곳에서 직접 만든다. 꿀에 비벼 모양을 만들어 낸 송화 다식은 젓가락으로는 집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빌딩 옥상정원도 유명하다. 봄엔 야생화를 감상하고 각종 유실수와 사철 나무들 사이에서 힐링을 경험한다. 겨울만 지나면 옥상정원의 테이블들은 인기폭발이다. 말차코스 1만4000원, 홍삼말차코스 1만9000원.
위치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92길 14 동우리빌딩 12층
영업시간 평일 11:00~21:00 토 11:00~17:00 일요일 휴무
문의 02-501-1505
▶공원 옆 그 찻집 선능역 <선릉 마실길>
선정릉공원 정문 쪽에 위치한 전통 찻집 ‘선릉 마실길’은 널찍한 공간과 고즈넉한 분위기, 차향기와 맛, 삼박자를 고루 다 갖춘 곳이다. 대표 차는 십전대보탕(6000원, 특9000원). 14가지 재료가 들어간 이 집 십전대보탕은 잣과 대추가 듬뿍 올려져 있어 제대로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여름엔 복분자 팥빙수가 인기다. 두부센베이과자, 가래떡구이, 꿀약과 등 주전부리 메뉴가 다양하고 가격도 좋다. 각 3000원. 카운터 옆에서 오밀조밀 서리태, 한과, 생강, 약과, 꿀, 오미자청 등을 판매한다. 나누어 먹고 싶은 좋은 사람들이 생각나 지갑 열기 딱 좋다. 모든 메뉴는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530 삼정빌딩
영업시간 평일 10:00~22:00 토요일 12:00~19:00 일요일 휴무
문의 02-557-2226
▶떡과 차가 어우러지는 청담동 병과점 <합>
프랑스 유학파 출신 셰프가 만든 현대식 떡 카페로 인사동과 남산을 거쳐 청담동으로 이전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식당의 오픈키친처럼 떡을 만드는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작은 네 개의 테이블이 전부. 계절마다 메뉴는 달라지지만 사계절 인기 메뉴는 배와 생강을 꿀에 절여 만든 ‘배숙’이다. 여름엔 차갑게, 겨울엔 뜨겁게 먹는다. 배의 달콤함이 생강 맛과 잘 어우러져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건강 음료다. 떡 중엔 개성 주악과 오디 증편을 추천한다. ‘주악’은 찹쌀 가루에 막걸리를 넣고 반죽하여 기름에 튀겨 만든 떡인데 모양새가 조약돌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소로 대추, 깨, 유자 등을 넣기도 하지만 개성 주악은 소를 넣지 않는다. 합의 개성 주악은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맛이 일품이며 씹는 순간 달콤한 물기가 기분 좋게 입 안으로 퍼진다. 담백한 맛을 원하는 사람은 쫄깃한 술떡에 달지 않은 오디를 속을 넣어 만든, ‘오디 증편’을 즐겨보자. 고급스러운 떡 패키지는 예단, 선물로도 인기가 좋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93-3 2층
영업시간 평일 12:00~19:30 일요일 휴무
문의 070-7532-4819
▶여긴 인사동? 테헤란로 <다향>
다향(茶香)은 강남에서 보기 드물게 전통적이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는 전통 찻집이다. 전통 찻집답게 원목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고 곳곳에 전통적인 소품을 배치해 편안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살렸다. 특히 실내 분수에서 ‘똑똑똑’ 떨어지는 물소리는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전통 찻집의 단골 메뉴들인 십전대보차를 비롯하여 쌍화차, 대추차, 생강차, 국화차, 연잎차 등과 함께 커피도 즐길 수 있다. 특히 경산대추를 사용하여 꿀에 절여 만든 대추차는 혈액순환에 좋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어 겨울에 특히 인기가 많다. 해바라기씨, 과일, 편강, 한과 등도 푸짐하게 제공되는 등 인심이 좋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702-13
영업시간 평일 10:00~20:30 토, 일 휴무
문의 02-561-9993
▶다방 분위기라도 좋아 역삼동 <소밀>
찻집이 군데군데 자리한 선릉역 부근, ‘소밀’이라는 전통 찻집도 2013년에 둥지를 틀었다. 동네 다방 같은 분위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공간일 수 있지만 이곳의 전통차를 한번 맛보게 된다면 자꾸 이곳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차(茶)가 그저 좋아서 배웠다는 주인은 모든 전통차를 직접 끓인다. 직접 엄선한 약재를 비롯하여 대추, 생강 등을 매일 손질하여 한 잔이라도 정성스레 준비하여 선보인다. 내 몸에 좋은 것을 손님에게도 똑같이 나누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라고. 십전대보차, 쌍화차, 대추차, 오미자차 등 다양한 차를 합리적인 가격(5000원 선)에 맛볼 수 있다. 또한 차와 함께 곁들이면 좋은 한과, 강정 등의 다식도 계속해서 내어준다.
위치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2-23 휘닉스빌딩 지하1층
영업시간 평일 09:30~19:00 토, 일요일 휴무
문의 070-8128-9413
▶세련된 전통떡카페 서래마을 <담장 옆에 국화꽃>
수없이 많은 가게들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서래마을에서 오래도록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전통 카페다. 우리나라 전통 떡과 과자 등의 디저트 문화를 편안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주인장의 바람이 메뉴 하나하나마다 고스란히 느껴진다. 허브차, 레몬차, 한라봉 꿀차 등의 음료와 구움약과, 방울증편, 구움강정 등의 간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이곳의 최고 인기메뉴는 팥죽과 팥빙수. 입안 가득 건강한 달콤함이 느껴지는 단팥죽은 춥고 쌀쌀한 겨울에 더욱 인기가 좋다. 또한 사계절 언제나 인기가 좋은 밤대추빙수는 곱게 갈린 우유 얼음에 수제 팥, 밤, 인절미, 말린 대추가 함께 나와 고소함과 달콤함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놋그릇에 나와 더 멋스럽다.
위치 서울시 서초구 반포4동 9203 오트라빌딩 1층
영업시간 평일 10:00~23:00
문의 02-517-1157
▶‘낙성대 길상사’에서 열어놓은 공간 인헌동 <지대방>
낙성대 조용한 주택가에 아담하면서도 현대적인 사찰, 길상사가 있다. 스님들이 떨어진 옷도 깁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는 휴식공간을 이르는 말인 ‘지대방’은 ‘낙성대 길상사’에서 운영하는 작은 카페다. 입구부터 모자이크 장식이 예사롭지 않다. 내부 역시 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곳곳마다 예술가적 섬세한 손길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모두 정위 스님의 솜씨다.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나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문화공간. 지대방은 정위 스님이 20년 넘게 수집하고 만든 소품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시골에서 타작할 때 쓰던 농기구를 한쪽 벽면에 장식하거나 도넛 모양의 우물의 전돌을 테이블로 사용하는 등 옛 소품을 감각적으로 배치하여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겨울엔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수제 생강차를 추천한다. 또한 뜨거운 물이 아닌 상온의 물을 유리관으로 한 방울씩 떨어뜨려 우려내 진하지만 매끄럽고 부드러운 맛을 자랑하는, 정위 스님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더치커피 역시 인기가 좋다.
위치 서울시 관악구 인헌동 180-2
영업시간 평일11:00~19:00
문의 02-883-7354
▶대학 내 전통찻집 서울대 교내 <다향만당>
서울대에 위치한 최초의 대학교 내 전통 찻집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지은 시, ‘다향만당(茶香滿堂: 차의 향기가 집안을 가득 채운다)’에서 명명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는 따뜻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메뉴는 찻잎으로 만든 정통차인 다향차와 그 밖의 음료인 대용차로 나누어지며 떡과 다식 같은 전통 과자도 주문 가능하다. 다향차를 주문하면 차주전자와 찻잔, 뜨거운 물이 담긴 보온병이 함께 나오는데, 뜨거운 물을 주전자에 넣고 기다린 후 차가 우러나면 찻잔에 따라 마시면 된다.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만큼 거의 모든 메뉴의 가격이 5000원 이하다. 학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만족도도 높다. 차를 즐기는 공간뿐 아니라 모임, 배움의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위치 서울시 관악구 대학동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67동 두레문예관 1층
영업시간 평일 10:30~18:30 토, 일, 공휴일 휴무
문의 02-880-6244
▶방배동 터줏대감 <카페 시우>
방배동 먹자골목 안에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 찻집이다. 은은하면서도 고답적인 분위기 느껴지는 소품 하나하나가 인상적이다. 기다리던 비가 때맞추어 내려주는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시우(時雨)’는 ‘카페 시우’라고 명한 만큼 커피숍과 전통 찻집의 중간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주명리학을 공부한 주인에게 사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국내산 원료로 정성 들여 만든 십전대보차, 쌍화차, 대추차, 오미자차, 생강차 등의 메뉴를 내어 놓는다. 그 중 주인이 추천하는 것은 직접 담근 유자차다. 설탕이나 시럽을 일체 넣지 않았는데도 진한 달콤함이 느껴져 전통차가 익숙하지 않은 젊은 사람에게도 널리 추천하고 있다.
